“이런 물이 농업용수라니... 무섭다”
“이런 물이 농업용수라니... 무섭다”
  • 김종술 시민기자
  • 승인 2018.08.23 10:51
  • 호수 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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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찾은 대전충남녹색연합... "갈수록 최악"

금강 물 하루 13만톤 예당저수지로 공급
▲ 충남 부여군 세도면 황산대교 부근. 강물이 두툼한 녹조가 밀려들면서 썩어가고 있다.
▲ 충남 부여군 세도면 황산대교 부근. 강물이 두툼한 녹조가 밀려들면서 썩어가고 있다.

이런 강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 지경까지 치달았는데 백제보 수문 개방을 놓고 일부 농민과 환경부가 줄다리기 하는 사이 더 많은 농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질퍽거리는 강물에 떠 있던 녹조를 만지던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언론을 통해 접하던 것보다 더욱더 심각함을 느꼈다고 했다. 37도까지 치솟은 폭염에 속옷까지 젖은 상태로 돌아본 금강은 시간이 흐를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들이 금강을 찾았다. 문성호 공동대표를 비롯해 양흥모 사무처장, 양준혁 간사, 문강휘 회원, 이상호 사진작가 등이 대거 출동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금강의 수질과 강물을 끌어가는 도수로 및 농업용수 양수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공주보의 수문은 강물에서 4m 이상 떠 있는 상태로 전면 개방됐다. 강물은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탁했다. 진흙 펄 물이 미세하게 흐르고 있다. 물속에 두껍게 쌓인 펄층이 씻기면서 시큼한 악취도 풍겼다.

공주보 하류에서 도수로를 통해 예당저수지로 강물을 공급하는 백제양수장으로 이동했다. 옅은 녹조 띠가 형성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예당저수지의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지자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9일부터 금강에서 하루 13만톤 정도를 예당저수지로 공급하고 있다. ‘농업용수이용체계 재편사업으로 1022억 원이 투입된 도수로는 지난 2015년 착공해 올해 2월 완공했다.

청양군 왕진교부터는 달리는 차량에서도 강물이 초록색으로 보였다. 백제보 주차장에도 로드킬을 당한 까투리 한 마리가 보였다. 양준혁 간사가 인근 풀숲에 넣어줬다. 어도를 통해 흘러내리는 강물은 녹색이다. 콘크리트에 가로막힌 보 주변도 짙은 녹조가 강물을 뒤덮고 있다.

충남 문화제 제100호인 수북정에 도착했다. 이곳은 규암나루터로 불리는데 가뭄 시 충남 서부 8개 시·군의 도민들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금강물을 보령댐으로 가져가는 취수관이 여기에 있다. 인근 저수지에서 봤던 정수수초인 마름이 강을 덮고 질퍽한 녹조가 뭉쳐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양준혁 간사는 이곳의 녹조는 갈수록 심해진다. 지난번 찾았을 땐 녹조 알갱이가 둥둥 떠다녔는데 지금은 떡이 된 상태다. 물이 부족해지면 이런 강물을 보령댐으로 가져다가 식수로 공급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녹조의 농도는 짙었다. 4대강 사업에 쓴 폐준설선이 방치된 부여군 세도면 사산리 강물은 최악이었다. 짙은 녹조가 강을 뒤덮었다. 인근 수로로 흘러든 녹조는 썩고 있었다. 썩은 악취가 풍겨서 가까이 접근하기도 힘들었다. 날파리와 악취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다.

일행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강물이 농업용수로 사용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수질 조사와 분석을 해서 농작물에 어떤 피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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