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해답 없는 문제를 푸는 방법
■ 모시장터 / 해답 없는 문제를 푸는 방법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8.08.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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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학교 시험이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지긋지긋한 기억일 테지만, 세상 일은 어쩔 수 없이 시험의 연속이다. 물론 모든 시험이 학교시험 같지는 않다. 단순한 문제는 정답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로 나오면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왜 어떤 사람은 일을 별로 안하고도 잘 먹고 살고 어떤 사람은 죽어라 일을 해도 먹고 사는 일이 벅차기만 한가. 지구가 날로 더워져서 앞으로는 지구 생물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때가 올 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이런 지구적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등등.

한 사회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수 천 년의 역사책을 뒤적이며 사회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고 대안을 찾는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수 천 년, 수 만 년의 자연현상들을 규명하고 자연의 원리를 찾아 역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노력하면 아주 빈틈없이 들어맞는 정답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문제를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해답들은 찾아낼 수도 있다. 이것이 과학의 임무고 정치의 임무라 하겠다.

거창한 문제들은 일단 접어두고, 우선 우리의 일상에 직접 관련된 눈앞의 문제들만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이 큰 문제는 일자리문제가 아닐까 한다. 대통령부터 시장 군수까지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그 자리에 올랐다.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에 기대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일자리 문제에서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해답이 쉬이 나올 것 같지 않다. 국가적으로도 십수년째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고 매년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다는데, 그럼에도 일자리 형편은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그에 따라 일터로부터 밀려나오는 사람이 늘어나기만 했다. 새롭게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 세대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시험문제는 해결 과제(목표)가 아주 단순하고 선명함에도, 해답이 쉬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하는 기묘한 문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자들마다 해결을 해보겠다고 많은 비용까지 투입하며 머리를 싸매고 달려드는 데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험문제는 어떤 문제일까. 이런 경우 시험문제 자체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코 정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인 경우 문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가적으로 일자리를 늘려보시오.’ 문제 자체를 이리저리 궁리하며 뜯어보노라니 문득, 출제가 잘못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출제가 잘못되면 정답이 나올 수 없다.

생각해보면 한 사회가 개발사업에 국력을 기울일 때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 그런데 그 개발시대를 지나고 나면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다. 건물을 지을 때는 많은 벽돌을 나르고 목재를 나르고 측정을 하고 타일을 붙이고 파이프와 전선을 잇는 등 할 일이 많아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그것이 완성된 뒤에는 건물을 유지 관리할 몇몇의 인원만 있으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수유지가 필요하다 해도 필요한 인원은 한정돼 있다.

게다가 그동안 자동화 기계화를 통하여 한국 사회는 인간의 일자리를 일관되게 줄이는 정책을 써왔다. 기계 한 대로 수백 명 몫의 능률을 올린다고 자랑하던 자동화의 성과가 이제 인간의 일을 빼앗아 할 일이 없게 만드는 재앙의 원인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 뿐인가. 만일 남북대화가 진전되어 양쪽의 군비축소가 진행된다면 군이 필요로 하는 인원만도 수십만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적으로 일자리를 늘려보시오하는 시험문제는 시의에 전혀 맞지도, 해답이 나올 수도 없는 모순된 문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그 수고를 다했던 전후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은퇴기를 맞은 것과 더 이상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적 수요의 변화가 함께 도래한 것은 주기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치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고, 최대의 불행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전혀 그 답을 모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은퇴세대들에게 걸맞은 사회적 보상시스템(연금과 복지)과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공공복지 인프라의 결핍.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봐야 한다. 사실 일자리 문제의 적절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시험문제부터 재검토해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걸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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