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여름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 기고 / 여름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 최현주 / 마산문화활력소 문해교실 문해교사
  • 승인 2018.09.06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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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가 내릴 거라 예보가 되던 궂은 날 오후, 마산문해교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아직 낯선 할머니들을 위해 간식으로 훈제달걀을 만들어 온 마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었습니다.

지난 5월 마산초등학교 아이들은 마을의 어르신들을 위해 고사리 손으로 카네이션을 준비해 예쁘게 달아드렸습니다. 이런 고마운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문해교실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위한 손편지를 마산초등학교 전교생에게 전했습니다.

사실 문해교실 어머님들에게 손편지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짧은 몇 줄이었지만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두렵고 떨리는 일입니다. 어설픈 실력이 드러날까 마음이 쓰이고 그닥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아 조심스러워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문해교실을 학교삼아 나오시는 어머님들은 배우는 것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당신의 모자람을 탓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편지를 쓰실 때에는 큰 용기가 있었던 것이지요.

내 손주도 아닌 아이들에게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아이들은 알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편지를 전하겠다하니 아이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할머니들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너무나 고마운 답장이 왔습니다.

깜짝 놀라 받으시는 편지를 곱게 펴보시며 읽어보시느라 선생님 얼굴도 안보시던 우리 어머님들. 목소리도 바르르 떨리시며 읽어나가시는데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고이셨습니다.

백 마디의 말보다 그날의 편지가 어머님들의 마음을 가장 크게 위로해 드린 것 같았습니다. 서로 보내준 아이들의 자랑이 오가고 활기를 띠시는 목소리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온 편지 속 약속.

학교에서 키운 닭이 알을 낳으면 꼭 가져다 드리겠다는 한마디에 무슨 그런 일이 있겠냐며 웃으셨는데 그 달걀이 간식으로 오게 됐습니다. 약속을 지킨 어린 학생들이 너무 고맙고 예뻐 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어머님들의 모습이 저는 더 예뻐 보입니다. 작은 일이었지만 서로 주고받는 일이 계속되니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가을과 겨울 마산 문해교실 어머님들과 마산초등학교 아이들이 함께 더 놀라운 소식을 전할 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더욱 풍성해지는 삶을 사시길 희망하는 문해교실 어머님들이 가득한 마산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감사함을 받고 누리시는 할머니로 계시는 것이 아니라 본보기가 될 어르신으로, 여러 사람들 속에 함께 하는 주민으로 발돋움 하고 계시는 어머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간식으로 훈제 달걀을 만들어 마산문화활력소 문해교실을 방문한 마산초 6학년 어린이들
▲간식으로 훈제 달걀을 만들어 마산문화활력소 문해교실을 방문한 마산초 6학년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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