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1色으로 마을을 빛낸다
3人1色으로 마을을 빛낸다
  • 최현옥
  • 승인 2003.10.10 00:00
  • 호수 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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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우면서도 어려운 일, 효의 실천 서면 개야리 주민들에겐 오래된 일상이다
11동네를 합쳐 하나의 마을이 형성됐고 지형이 개의 목처럼 생겼다고 개목, 개야목이라 불렀던 서면 개야리. 50∼60대 고령자 50여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이곳. 10여 년 전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될 정도로 주민들의 성품은 온화하고 순박하며 말 그대로 자연과 벗하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맞는 걸까? 맑고 깨끗한 환경의 영향 인 듯 이곳에는 효부와 열녀가 많다. 지난 9월 마을 회관 준공식 때 그 주인공들은 빛을 보게 됐다. 마을 일에 솔선 수범해 주위 사람들에게 ‘나이 먹고 늙는 것이 아깝다’는 평을 듣는 김현규(70)씨의 도움을 받아 효부와 열녀 3명의 집을 찾았다.
“못하죠. 그럼요 아무나 못하는 일이 예요. 일상에서 효를 실천하고 예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 같지만 어디 그런가요? 제가 소개하는 사람들은 정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분이죠”
김씨의 차를 타고 열녀와 효부의 집을 찾아가는 길.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의 가치기준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김씨는 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5분 정도 지났을까? 효부 김춘애(81)씨 집에 도착했다. 김씨는 시아버지와 시동생을 6.25 당시 잃고 남편마저 화병으로 먼저 세상을 떴다. 김씨는 생계를 책임지며 매운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속에서도 6자매를 훌륭하게 키웠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니는 말년에 중풍으로 쓰러졌고 치매까지 겹쳐 김씨는 6년 동안 병시중을 해야 했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돌아가시고 나니까 잘해 드린 것보다 못해 드린 것이 더 많고 내가 늙으니 어머님 모습이 눈앞에 더 아른거린다”는 김씨. 사람들은 자신에게 효부라고 칭하는데 사실 본인은 숙명처럼 받아들였을 뿐이란다. 김씨의 병간호는 지역에서도 칭찬이 자자한데 변을 받아내는 일은 물론이고 시어머가 숨을 거두는 마지막 날까지 한 방을 섰다.
김씨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자에게 김현규씨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개야리를 빛낸 주민 자랑에 신이 났는지 갈 길이 바쁘다며 옷자락을 잡아끈다.
5분 정도 달려 도착한 나덕순(65)씨 집은 대문부터가 심상치 않다. 종갓집 같은 느낌과 함께 발걸음부터 조심 스러진다.
“효는 인간의 기본인데 인간이 인간의 도리를 하고 사는 게 무슨 자랑이라구…”
며느리 나덕순(65)씨가 열녀로 평이나 취재차 방문 왔다는 기자에게 시아버지 김형직(82)씨는 핀잔이다. 김씨 집안은 시아버지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 등 유교사상이 철저한 사람들이다. 여자의 목소리가 담을 넘으면 큰일인 시부모님, 나씨는 큰며느리로 남편의 다섯 형재·자매를 출가시켰으며 다섯 자녀를 장성하게 키워냈다.
나씨는 시집와서 지금까지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대신 시장을 봐다 줄 정도이며 살림을 물려받은 지도 불과 2∼3년 밖에 돼지 않았다.
“어른들이 가르쳐 주신대로 저는 한 것 밖에 없다”는 나씨는 인내와 배려라는 화두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열녀 조성애(61)씨. 그녀는 남편의 사랑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복(?)없는 여인이다.
“아이고∼ 그걸 어떻게 말해요. 얘기하고 싶지도 안네요”
살아온 생에 대해 묻자 조씨는 이내 외면한다. 말문을 닫아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그동안 살아온 삶이 읽혀진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도와주는 마을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이다”는 조씨는 남편이 정신을 가끔씩 놓지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란다.
긴 인터뷰를 마치고 집을 나서자 김현규씨는 “이웃에 대한 배려는커녕 부모와 자식간에 관계조차 단절돼 가는 시대에 개야리 사람들은 정말 이 시대에 우리가 본받아야 할 표상 아니냐”며 되묻는다.
개야리에서 만난 세명의 열녀와 효부, 그들은 모두 겸손을 덕으로 알고 이론이 아닌 실천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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