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장인을 꿈꾼다
세계 장인을 꿈꾼다
  • 최현옥
  • 승인 2003.10.10 00:00
  • 호수 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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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공업고등학교 정학진, 노용철군
“탕!탕!탕!… 탕!탕!…”
장항공업고등학교 판금실, 간헐적인 쇠망치 소리만이 정적을 깨울 뿐이다.
저마다 작업에 열중해 있는 학생들은 ‘15세는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듯 지성을 깨우는 쇠망치 소리를 내고 있다.
휴일을 비롯해 연휴도 반납하고 기술연마를 위해 밤·낮 없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지도교사 박인문씨의 말을 들으며 기자는 어느덧 판금부분 세계제일의 장인을 만난 듯 하다.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부산 경남 기계공고에서 개최된 전국기능대회에서 각각 판금직종 동메달과 장려상을 수상한 정학진(19)·노용철(18)군을 만났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판금이라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어떻게 만드는 지는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결국 만드는 것은 내가 해야 하잖아요. 기술은 노력한 만큼 나타나니까요”
세계 최고를 꿈꾸며 3년 동안 꾸준히 자신을 연마해왔다는 학진이. 비록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꿈꾼 만큼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에서이긴 결과라고 한다.
고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지만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실업계를 택한 학진이는 이번 계기를 통해 사회에 나가 더욱 노력해 진정한 장인이 될 것을 약속한다.
“침착, 또 침착하고 학교에서 연습하던 것처럼 경기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갔어요. 경력이 짧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철판을 성형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앞으로 더욱 노력하라는 채찍인 것 같아요”
아직도 판금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는 용철이는 이처럼 갈 길이 멀단다. 다행히 주위 선배들의 도움으로 나날이 기술이 향상되고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
“판금작업이 철판이 날카로워서 자칫하면 손을 베일 수 있어서 정신 집중이 많이 요구되는 일이거든요. 지금은 과거보다 기기를 잘 다루지만 용접하다가 손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허다했죠”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며 금속판을 구부리거나 접고 절단해 물품을 만드는 금속공작이라 많은 위험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두 학생. 용어만으로도 새롭던 기기들을 하나씩 익히며 미래에 대한 확신과 노력으로 기술을 쌓으며 지금은 전문기술자로의 자부심마저 갖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적어도 3일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작품이 잘 나와주었을 때 가슴이 뿌듯하다”는 두 학생은 틈틈이 공부해 직종 관련 자격증도 취득한 상태이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조립하는 것 좋아했지만 저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지 몰랐거든요. 저의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는 게 기쁘고요. 인문이 중요시되는 사회이지만 그보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 능력이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곳에 있든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다는 학진이는 종종 실업계에 대한 좋지 못한 시각에 마음이 불편한 때가 많다며 실업계는 단지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의 집단이라는 편견이 없길 바랬다.
“자신의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세계를 빛내고 학교를 빛내는 장인이 되고 싶다”며 이구동성하는 두 학생을 보며 그들이 미래의 주역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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