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❾칠산어장의 변화 (4)영광 법성포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❾칠산어장의 변화 (4)영광 법성포
  • 허정균 기자,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18.09.19 20:30
  • 호수 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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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굿둑·원자력발전소로 사라져가는 칠산어장
“유속 느려져 바다 밑바닥 뻘이 썩어 가스가 나온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와탄천 수역
▲와탄천 수역

정주(靜州:지금의 영광군)땅은 법성포 모래벌판과, 그 강산의 수려함으로 예로부터 소동정호(小洞庭湖)라 불리었다. 이곳에서 고려 시대에 이자겸이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이른 봄부터 이곳 저곳의 포구에서 어선들이 줄을 지어 돛을 오르내리는 것을 보며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정주땅에서는 이른 봄부터 조기잡이가 한창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잡은 고기를 아무렇게나 소금에 간했다가 모래바닥이나 바위에 널어 물기를 뺀 후 말려놓았다. 그리고 갈무리해두었다가 1년 내내 먹었는데 그 맛이 아주 좋았다. 이자겸은 이런 좋은 맛을 왜 여태 모르고 개경에서 아웅다웅하며 살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석수어라 해서 진공해온 것을 먹어보긴 했으나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자겸은 한 생각을 떠올렸다. ‘정주굴비(靜州屈非)’. 이 네 글자를 건석수어에 써서 임금에게 진상했다. 정쟁에 밀려 비록 이곳에 귀양살이를 하고 있지만 결코 굴하거나 꺾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아 보냈던 것이다. 이자겸의 ‘정주굴비’의 뜻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인종은 정주굴비를 해마다 보내라고 진상품목에 추가시켰다. 영광 굴비에 얽힌 이야기이다.

영광원전
▲영광원전

이처럼 조기잡이의 중심지였던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1986년 8월에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2002년 12월에 6호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온배수가 어장으로 흘러들어 연안어업에 타격을 주었다.

영광농지개량조합에서 1997년에 완공한 와탄천 댐
▲영광농지개량조합에서 1997년에 완공한 와탄천 댐

1987년 와탄천지구 농업용수개발사업으로 와탄천 하구에 댐을 만들기 시작해 1997년에 완공했다. 2006년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며 영광 앞바다 칠산어장은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뉴스서천이 지난 8월 18일과 19일 고창군 구시포와 영광 법성포에서 어민들을 만나보았다.
“바다 밑바닥에 뻘이 쌓여 썩어 가스가 나온다”고 말했다. 유속이 느려져 바다를 뒤집어 놓지 못하고 성층화를 이루어 산소가 바다 밑바닥까지 도달되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위도와 고군산군도 어민들에게서도 들었다. 

▲와탄천 하구 기수역에 자리잡은 법성포
▲와탄천 하구 기수역에 자리잡은 법성포

영광 법성포는 영광굴비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잡힌 조기로 염장(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하면 영광 굴비가 된 것이다. 지금은 조기를 흑산도, 추자도 밑에서 잡아와서 염장을 하고 건조기 안에 넣어서 말린다. 영광원자력발전소와 인접한 전북 고창군 구시포와 전남 영광군 법성포 서쪽에 위치한 소항월 마을을 방문해 포구에서 어민들로부터 얘기를 들었다.<허정균 기자>

 

■ 영광과 고창에서 만난 어민들

“새만금 방조제를 안 막았으면
조류도 달라진 것이 없고
고기도 더 많이 살고 했을 거예요”

구시포에서 만난 어민
▲구시포에서 만난 어민

영광군 소항월마을에서 30년 넘게 어업을 했다는 어민을 만났다.

- 어업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 노무현씨가 해수부 장관 때 고대구리(그물코가 작은 저인망)를 싹 못하게 막았잖아요. 논에 쟁기질을 해서 땅을 뒤집어 주듯이 마찬가지로 바다에서도 바닥을 긁어줘야 해요. 그것을 못하게 하니까 바닥에 가스가 생겨가지고 고기가 안잡혀요. 고기가 싹 죽어버려요.  죽뻘같은 것이 쌓여요. 물고기 배설물도 그대로 쌓여 있고요. 그래서 긁어줘야 해요. 바닥을 긁어 주지 못하게 하다 보니까 바닥이 썩어 버려요. 뻘이 많아져서 (어폐류가) 죽어 버려요. 건너편 섬 옆으로 수심이 6m였는데 옛날보다 6미터가 쌓였어요. 일명 죽뻘이라고 해요. 사람이 들어가면 쑥 들어가 버려요. 1994년부터 쌓이기 시작해서 2003년에 저기 섬(도움소도)까지 연결돼 버렸어요. 몇 년 전에 저기 섬에 사람들이 들어갔다가 죽었어요.

-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댐(하구둑)으로 막은 데를 모두 열어줘야 해요. (하구둑의) 모든 수문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확 열어줘야 해요. 육수가 왔다 갔다 해야 정상이에요. 재첩이라는 것도 싹 없어졌어요. 농어촌공사 마음대로 해요. 지금이라도 와탄천 하구둑의 수문 8개를 열어야 해요. 그러면 바닷물이 서해안 고속도로 밑까지 올라가요. 그렇게 하면 고랑도 많이 바뀌고 뻘도 바뀌고 고기도 바뀌어요. 농업만 신경을 쓰지, 어업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요. 우리가 나라를 망친 것이여. 중국 사람 탓할 것이 아니에요“

영광군 소항월마을에서 영광핵발전소를 만들기 전부터 33년 넘게 어업을 했다는 어민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다.

소월항 마을에서 만난 어민들
소월항 마을에서 만난 어민들

- 어업을 하면서 제일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군산, 충청도에는 형망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땅(바다 속 바닥)을 헤집고 다니니까 새뻘이 생기고 그래요. 가스가 안 차고 새 뻘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곳에 물고기가 많은데 이곳은 없어요. 우리가 하는 자망은 고정식, 물 흐름에 따라 잡는 거예요. 땅을 헤집고 다니니까 방치된 그물을 제거하는 정화사업도 되고요. 양식장 같은 데서도 물고기 배설물이 쌓이잖아요. 땅을 긁어서 없어지게 해야 해요. 서해안은 동해안과 달리 형망처럼 체인을 달고 다니면서 긁어줘야 해요. 금어기 때 하도록 하면 되요. 그리고 10월말이 되면 물고기가 없어서 어업을 하지 못하니까 그때 하도록 허가를 내 주면 되요. 어구를 새로 사려고 할 때 이전에 쓰던 폐어구를 가져오도록 해야 해요.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은 육지 사람보다 바다사람들이예요. 어차피 재활용하잖아요. 수거해 가잖아요. 돈 들여서 하지 말고, 어민이 1톤 그물을 사려고 하려면 최소한 800킬로그램은 가져오도록 해야 해요. 그렇게 해야 선창도 깨끗해지고 바다도 깨끗해져요. 그런 제도를 시행해야 해요. 그렇게만 하면 몇 년 안에 고기가 무지하게 많을 거예요. 우리 영광자망협회에서 청소를 어저끄(어제)  끝나고 내일 또 하잖아요. 충청도 근해 유자망들이 바다에다 그물을 깔아 놓고 버리고 가버려요. 전부 근해 유자망들이 그래요. 우리 어민들도 선창에 버리면 누구 누구 치우라고 하니까 바다에다 버려 버려요. 청소하다 보면 장대, 꽃게 이런 것이 잡힌 채 죽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폐어구에 걸려서 죽은 것을 합치면 영광 군민 한달은 먹고 살거예요. 그렇게 많이 죽어요. 유자망은 조기가 걸리면 그물을 다 놓고 가 버려요. 이것은 진짜 각성해야 해요.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월급만 받지 말고 잘 생각해야 해요. 배 감축할라고만 하지 말고, 오히려 배 댓수가 많으면 뻘을 긁어줄 배가 많으니 더 좋아요. 수입업자도 마찬가지에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그물이 들어오잖아요. 새그물 10톤을 수입해 들어올 때 폐그물 8톤 이상을 모아오도록 해야 해요. 그물 실명제를 해야 해요. 꽃게 잡는 닻자망은 일회용 그물을 써요. 꽃게가 잡혀도 그물을 낫으로 다 잘라서 바다에 버려요. 드라이버에 낫 같은 것을 달아서 써요. 공무원들도 직접 어선을 타고 나가서 확인을 해야 해요. 단속선이 뜨면 미리 알고 다 숨어버려요. 어민들도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일 해야 해요.

- 해상풍력발전기 건설로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 해상풍력을 건설하면서 바위를 파서 돌가루가 퍼져 나가고, 파일을 박는데 엄청나게 소리가 커서 주변에 있는 물고기가 죽거나 다 싹 나가 버려요. 

원자력발전소에서 뻗어나간 돌제. 돌제 북쪽으로 배수구가 있으며 남쪽에 취수구가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뻗어나간 돌제. 돌제 북쪽으로 배수구가 있으며 남쪽에 취수구가 있다.

-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십니까?
= 방조제를 막다 보면 퇴적물이 쌓여서 또 준설을 해야 하고 그러니 또 준설토 투기장을 만들기 위해서 매립을 해야 해요. 악순환이죠. 새만금 막아서 보상을 받는 것보다도  더 많은 수입을 벌  정도로  새만금 안쪽의 어폐류가 무지하게 많이 나온 곳이거든요. 심포, 계화도 이런 데가 대단했어요. 새만금 방조제를 안 막았으면 조류도 달라진 것이 없고 고기도 더 많이 살고 했을 거예요. 

영광 가마미항에서 30년 넘게 어업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어민도 다음과 같이 비슷한 문제점을 말했다.

“어업을 하는 배는 10톤 크기에요. 안마도까지 나가서 어업을 해요. 근해어업을 하는 닻배들 때문에 힘들어요. 근해어업을 하는  자망이라고, 너무 많아서 일해 묵을 데가 없어요. 우리는 병치, 게도 잡아요. 흘림망으로 잡아요. 그물을 쳐 놓으면 물따라 왔다 갔다 해서 잡는 정치망 일종이에요. 올해는 고기가 아예 없어요. 배 묶어 놓고 다 논다니까요. 수온 차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서 물고기가 안들어와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양향도 있지만 올해 너무 더워서 온도가 높아져서 그래요. 새만금 방조제 막고 나서 물 싸고(빠져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느려졌어요. 해상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 ‘웅’하는 소리 때문에 물고기가 없어질 거에요”

영광군과 경계지역에 인접한 고창군 구시포에 거주하면서 어업을 하는 한 어민을 만났다.

- 영광핵발전소 건설로 인해 어떤 피해가 있습니까?
= 원래 고향은 아니지만 이 마을에 들어와 어업을 한지  40년 정도 했네요. 예전하고 비교해 보면 원전에서 온배수가 나오다 보니까 둑을 바다쪽으로 막는 바람에 바닷물이 돌아 들어와요. 그래서 모래가 많은 갯벌이 뻘이 쌓여서 썩어버려요. 온배수로 인해 바닷물도 따뜻해져서 겨울에만 숭어가 몰려들어요. 주꾸미도 많이 줄어들었고,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어요. 처음 왔을 때는 나무로 만든 3톤반 정도 크기의 통통배로 잡았어요. 그때는 부정어업이었어요. 땅은 파지 않고 끌고 다니는 배요. 고대구리는 부정어업이여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고기가 많았어요. 배 속도가 8, 9노트 정도로 느렸지만 많이 잡혔어요. 발전소 만들 때 어선어업의 보상은 없었어요. 면허를 가진 김(해태)양식업만 보상을 줬어요. 맨손어업 허가가 없어서 보상이 없었어요. 원전(영광핵발전소) 하고는 15년 넘게 소송 중인데 아직도 보상이 없어요. 정부에서 돈을 주라고 해도 한전에서 돈을 안줘요. 소송으로 시간만 끌어요. 영광 법성포는 보상을 받았어요. 핵전소 건설 이후에 어업권 허가를 내 주었는데 피해를 받다 보니까 보상을 해 달라고 해도 보상을 주지 않았어요. 영광은 전라남도이고 고창은 전라북도이여서 보상을 안줘요. 발전소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이 다시 발전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둑을 (바다쪽으로) 막는 바람에 전라북도로 뜨거운 물이 먼저 오는데도 그래요.

- 새만금 방조제 막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 방조제가 막혀 바닷물 소통이 안돼서 조류가 달라졌어요. 해안가를 따라 바닷물이 이동하다가 지금은 해안에서 바다쪽으로 비스듬하게 흘러요. 물고기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 해상풍력발전기 건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공사하는 곳이 꽃게나 주꾸미를 잡는 어장터에요.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요. 현재까지 보상을 받지는 못했어요. 우리는 이제 다 끝났지만 젊은 세대들이 해 먹을 자리를 잃어 버렸어요. 

- 구시포항에는 어선이 몇 척이나 됩니까?
= 구시포항에 20척 있었는데 지금은 80~100여척 있어요. 어업을 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배를 사서 갔다놨어요. 혹시 보상이나 나오지 않을까 해서 갔다 놨어요. 고창 사람이면 누구나 배를 갔다 놔도 되니 그렇게 해요. 

이렇듯 영광과 고창의 어민들은 영광핵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와 새만금 방조제, 해상픙력발전기 건설, 와탄천 등 작은 하천의 하구를 틀어 막아 버리는 바람에 어장을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어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법적인 폐그물 처리와 어업방법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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