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 산책
■ 송우영의 고전 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10.04 17:22
  • 호수 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자의 위편삼절 Vs 다산의 과골삼천

남자에게는 평생을 화두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남아수독오거서 男兒須讀五車書’다. 장자莊子가 벗 惠施의 집에 책이 많음을 보고 한 말 ‘혜시다방기서오거惠施多方其書五車’을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인용하여 칠언율시 ‘제백학사모옥題柏學士茅屋’ 제하의 시詩를 지으면서 인용하여 유명해진 말이다.
이 시의 미련尾聯은 “부귀필종근고득富貴必從勤苦得 부귀는 반드시 근면한 사람이 얻나니,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책 얘기를 하면 비껴 갈 수 없는 인물 둘이 있다. 공자와 다산 정약용이다. 공자에게는 ‘위편삼절’의 고사가 있고 다산에게는 ‘과골삼천’의 고사가 있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의 고사는 사마천이 쓴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오는 말로 여기서 세가世家라는 말은 제후 또는 군주에게 붙여주는 칭호인데 사마천은 공자를 제후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위韋는 작은 글씨를 말한다. 편編은 실 사糸와 작을 편篇합자인데 위편韋編이란 말은 작은 글씨를 써놓은 대쪽을 모아 끈으로 얽어맨다 하여 “엮다”라는 의미다. 삼절三絶은 책을 끊고 묶고를 세 번 반복했다는 말이다. 말이 쉬워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진 거지 고래심줄 같은 가죽 끈이 세 번씩이나 끊어진다는 것은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이것은 공자의 공부에 관한 극단적인 한 단면인데 오를 수 없는 나무 아래에 서 있던 젊은이가 공부라는 것을 통해서 그야말로 오를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을 보여주는 선례라 하겠다.
공자의 공부법은 강경講經이라하여 통으로 외우는 거다. “서당가거든 목이 터져라 큰소리로 읽고 오너라” 라는 말이 여기서 시작된다. 공부에 관한 한 끝간 데 없이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한번 해보자는 심산으로 덤빌 때는 그야말로 답이 없다.
이렇게 공부한 사람이 또 있는데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이 본격적으로 글을 읽기 시작한 때는 6세다. 그가 글을 읽을 때 책의 출처는 외가 해남 윤씨 댁에서 시작된다. 다산의 해남 윤씨와의 인연은 아버지의 재혼에서 비롯된다. 다산의 아버지 정재원은 첫째 부인 강씨가 아들 정약현을 낳고 죽자 해남 윤씨녀와 새 장가들어 정약용을 비롯 다수의 남매를 낳는데 이복 동복 서얼 등 다양한 가족관계를 형성한다.<박석무지음 다산평전 인용> 어려서 그가 읽었다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들은 모두 4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공재恭齊 윤두서尹斗緖의 집에서 시작되는데 그는 조선 중기 가사문학으로 유명한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증손으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에게는 외증조부가 된다.
그가 외가를 통해서 전수 받은 공부법은 초서법鈔書法이다. 어느 가정이나 그렇지만 공부 꽤나 한다는 집안치고 공부에 관한한 비결 하나쯤은 없는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벌문閥門의 가家를 꼽는다면 아마도 삼성 家와 현대 家를 비껴갈 순 없으리라. 삼성 가 창업주 호암 이병철은 5세 때 간재 전우 선생의 문도 곡자 항렬의 스승에게 글을 읽는데 5세 때 시작하여 7세 때 논어를 읽었으며 9세 때 논어 위령공편 15-31문장 ‘학야녹재기중의學也祿在基中矣’에 이르러 무릎을 쳤다 한다. 강호의 해석은 여러 편명이 있으나 대체로 공부하면 그 속에 돈이 있다 쯤으로 해석하면 무양하다. 퇴계가 12세 때 논어를 읽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그만큼 똑똑했다는 말이기도 할 게다.
반면 현대의 창업주 아산 정주영은 9세 때 대학을 읽는데 그의 영혼을 흔들어 깨운 문장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어리디 어린 아산 정주영은 이 대목에 이르러 가슴이 뛰었다 한다. 그리고 평천하의 방법론으로 돈을 잡았다 한다. 그는 생전에 단 한번 삼자사언의 일곱 마디를 했는데 필자의 기억이 맞다 면 압구정동 소망교회 앞에서 했다는 그 말? “과골삼천踝骨三穿 해봤어?” 라는 말이다. 많은 이들은 앞에 말은 어려워서 잊고 “해봤어?”만 기억한다. 과골삼천踝骨三穿이라는 말은 다산의 제자 황상이 일흔이 넘도록 책 읽기와 책 필사와 초서로 쓰기를 멈추지 않자 제자들이 걱정하며 말한다. 이제는 고되게 책을 읽고 베껴 쓰시지 마시고 그만 쉬셔도 됩니다. 하니 그가 말한다. “내 스승 다산 선생께서는 18년을 귀양사시면서도 날마다 저술에만 힘쓰셔서 복사뼈인 과골에 구멍이 세 번 씩이나 났거늘 이까짓 게 뭐 대수라고... 내가 관 뚜껑을 덮기 전 까지는 공부를 멈출 수 없네”
잊지마라. 공부의 시작은 고전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고전을 깡그리 읽을 필요는 없지만 다만 그 속에는 누구나 반드시 읽고 외워둬야 할 명문장이 들어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