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10.19 17:59
  • 호수 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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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공부의 답을 찾다.

소동파의 아버지는 자식교육에 남달랐다. 아버지가 모두 출세해 버린다면 자식들이 더 이상 출세할 수 없을 것을 염려하여 아버지는 요만큼 정도까지만 출세를 했고 자식들로 하여금 이만큼씩이나 출세하라고 스스로가 공부를 덜했고 벼슬도 그 이상 오르지 않는 것으로 길을 터준 독특한 교육관을 가진 인물이다.
소동파가 8세에 이르자 아들 손을 이끌고 때마침 정치적 입지로 몰락해 첩첩산중에서 은일자의 삶을 살고 있는 구양수에게 글을 가르치도록 부탁을 한다. 그리고 10년하고도 조금 넘는 세월을 혹독하게 공부를 한다.

소동파 아버지가 신경 쓴 부분은 가문의 기록 즉 족보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족보의 원형이 소동파 아버지의 기록에서 비롯된 것은 이 때문이다. ‘아버지의 벼슬은 뭐였고 아들은 10대에는 어느 스승으로부터 무슨 글을 읽었고 20대는 어느 나라의 제왕을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으며 손자는 몇 살 나이 때부터 글을 접했으며 스승 또한 누구였으며 그 스승은 사회적으로 얼마의 무게감을 지닌 인물 이었는가’ 등등의 자신과 자식들과 손자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세세하게 기록하여 후손이 이를 읽어 그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라는 의미로 족보를 기록했던 것이다.

이런 공부를 일러 보학譜學이라 하여 당나라 이후 보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사람 축에도 못 드는 멸시와 천대를 당함은 종종 있는 일이 되곤 한다. 그래서 보학을 공부한 사람을 일러 구름 같은 집에 신선 같은 나그네가 들어간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는 거다.

어쨌거나 아버지는 자녀들이 사회적으로 클 수 있도록 스승을 찾아줘야 함은 물론 길을 터 줘야한다. 회남자는 말한다. 아버지는 집밖에서는 별 볼일 없는 필부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집안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이니 매사가 신중해야 하기를 마치 활 쏘는 사람과 같아 그 손에서 털끝만큼만 빗나가도 결과에 가서는 몇 길이나 어긋나게 마련이다. 이 모두가 자식을 잘 키워 가문을 융성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말은 흥선대원군이 파락호 시절에 김좌근의 양자 사영 김병기가 무슨 말 끝에 비아냥거리는 투로 한 말인데 흥선 대원군은 이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였고 이 일 후로 가정에서 서릿발같이 엄한 아비가 되어 자식을 훈계했고 훗날 자식으로 하여금 왕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다. 사실 흥선 대원군이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좌구명左丘明의 ‘국어’와 소식蘇軾의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抄이다.

소식蘇軾의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抄는 13세 때부터 16세 이전까지 읽어내야 하는 책이다. 물론 남자만 해당된다. 이 책 좌구명의 ‘국어’를 외운 사람이 혜강이다. 혜강은 죽림칠현의 맏형으로 영혼과 같은 존재라는 칭함을 받는 자다. 남송南宋의 위경魏慶이 쓴 시화집詩話集 ‘시인옥설詩人玉屑’에 의하면 당시엔 건안칠자建安七子로는 공자의 20대손으로 조조에게 온 가족이 몰살을 당한 공융孔融을 필두로 진림陳琳·왕찬王粲·서간徐幹·완우阮瑀·응창應瑒·유정劉楨이 있고 ‘세설신어世說新語 임탄편任誕篇’을 빌면 죽림칠현은 진류의 완적<진류완적陳留阮籍> 초국의 혜강<초국혜강譙國嵆康> 하내의 산도<하내산도河內山濤> 등 세 사람이 나이가 비슷했는데<삼인년개상비三人年皆相比> 혜강이 조금 어렸다.<강년소아지康年少亞之>
이 모임에 참여한 자는 <예차계자預此契者> 패국의 유령<패국유령沛國劉伶> 진류의 완함<진류완함陳留阮咸> 하내의 향수<하내향수河內向秀> 낭야의 왕융<랑사왕융琅邪王戎>이었다. 이 일곱 사람이 항상 죽림의 아래에 모여<칠인상집어죽림지하七人相集於竹林之下> 마음 내키는 대로 술을 즐기며 지냈으므로<사의감창肆意酣暢> 세상에서 그들을 죽림칠현이라 불렀다<고세위죽림칠현故世爲竹林七賢> 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훗날 이를 흉내 내어 만든 것이 백거이를 보고 ‘겨우 흙이나 떠주는 사람이구만’이라고 표현한 괴승 도림선사의 말을 빌면 백거이의 향산구로香山九老이다.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노년에 고향인 향산으로 돌아가 자신의 집 이도리履道里에서 호고胡杲 길민吉旼 유진瀏眞 정거鄭據 노진盧眞 장혼張渾 136세의 이원상李元爽과 95세의 승려 여만如滿 까지 자신 포함 9명의 늙은이들이 모여 시가詩歌와 칠언칠운시七言七韻詩를 부르며 놀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향산구로’다. 여기서 후학이 기억해야 할 것은 건안칠자, 죽림칠현, 향산구로 외 1명 추가<소동파 포함> 모두 24명의 수호水湖<세상밖의 세상> 방외지사方外志士들의 청춘은 생몰년월은 다르지만 공부의 이력은 한결같이 비슷하다는 사실에 놀랄 필요가 있다.

이들은 4세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9세쯤이면 논어 맹자를 읽었다. 퇴계 이황이 12세 때 논어를 읽은 것에 비하면 무려 3-4년이 앞서는 기간이다. 그렇게 하여 남자나이 16세쯤 이르면 1차 학문의 완성이라는 두보가 말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를 완성한다. 여기서 16세를 꽃방자를 써서 꽃이 피는 나이라는 뜻의 방년芳年이라부른다. 원래는 남녀모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늘이 모든 인생에게 10대의 청춘을 준 것은 공부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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