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10.31 11:12
  • 호수 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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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남자의 길을 가라

1558년 퇴계가 계상서당에서 훈도로 있을 때 23세의 율곡은 삶의 무게에 지쳐 방황하던 끝에 벼락같은 축복이 찾아오는데 퇴계 이황을 만난 것이 그 증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율곡이 바라보는 퇴계의 명성은 그저 벼슬 좀 하다가 제 몸 관리도 제대로 못해서 늘 아프고 골골대는 유약한 선비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그에게 퇴계를 만나볼 것을 주창 한 이가 다름 아닌 성주목사 노경린의 여식이자 율곡의 본처 노씨 부인이다. 율곡의 아내는 남편의 자당 신사임당과는 십분지일은 고사하고 언감생심 비교불가다. 그럼에도 그가 훌륭함의 반열에 오르는 이유는 여자의 길에서 어긋남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수대비仁粹大妃 소혜왕후昭惠王后 한씨韓氏의 내훈內訓에 따르면 여자의 길에는 세 갈래가 있다.<여자유삼종지도女子有三從之道> 즉 시집가기 전에는 친정에서 아버지를 따르며<재가종부在家從父> 시집을 가서는 남편을 따르며<적인종부適人從夫> 남편 사후에 아들을 따른다.<부사종자夫死從子>삼종지도三從之道이전에도 여자의 길은 있었는데 강태공姜太公이 자신의 후처 마 여사에게 했던 말이라 전한다. 강태공 이야기는 여러 개의 버전으로 전해지는데 필자가 중국 하얼삔 역에서 기차로 열시간 이상을 달려가서 도착한 하윌라 동북지방 내몽고 만주리로滿洲里路 소재의 어느 촌로의 집에 당도 했을 때 그 집에 보관되어온 고서에서 읽은 기억이 맞다면 그중 하나는 이렇다.강태공은 젊은 날 화가위국化家爲國이라는 으리으리한 뜻을 품고 공부에 매진한 사내다. ‘집을 변화시켜 국가를 이룬다’라는 말이다. 이후로 화가위국化家爲國의 뜻을 이룬 유일의 인물이 수양제다. 수양제는 제위에 오른 뒤 천하를 순시하는데 수로水路를 따라 움직였다. 태양이 너무 뜨거워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물가에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는 것인데 이 나무를 수양제와 그의 애첩‘들’이 함께 심었다 하여 수양버‘들’이라 전한다. 버들이란 명칭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한데 궁에서 조달한 애첩이<여러명의 비妃가 와전되어 버들 이라함> 아닌 현지에서 조달한 여러 명의 애첩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어쨌거나 강태공은 자신이 품은 뜻을 이루기 위해 문자 그대로 무식하게 목숨을 걸고 공부를 했다.

강태공이 품은 뜻은 천시天時는 맞았는데 인시人時가 따라주지 않았다. 공부에 지쳐 거반 죽게 된 것을 구한이가 형螢자 성을 가진 나무꾼의 여식이다. 그렇게 50이 넘도록 공부하는 동안 이제나 저제나 기회가 오려나 했지만 하늘은 그를 쓰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아내는 가난에 지쳐 굶주림에서 오는 병으로 급사하고 그에게서 난 아들도 장성한 어느 날 급사한다.

뜻을 품은 사내가 아내가 죽었다고 또 자식이 죽었다고 그렇다고 해서 뜻을 접는대서야 그게 어찌 뜻을 품은 사내라 할 수 있으랴. 강태공은 뜻을 꺾지 않는다. 다만 삶을 접었을 뿐이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위수 가에 가서 미늘 없는 곧은 낚시로 세월을 낚는 일이다. 이때 나이 갓쉰<50세>이다. 그래서 남자 나이 오십이면 뜻을 세울 나이라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다. 훗날 공자는 이를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쯤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만난여인이 복수불반분의 여인 마여사다. 허우대 멀쩡하고 허구 헌 날 낚시로 소일하는걸 보니 돈 푼깨나 있을 것으로 알고 덥석 살림을 차렸는데 알고 봤더니 빈털터리에 별 볼일 없다는 사실을 안 마 여사는 강태공을 버리고 또 다른 남자를 찾아간다. 그렇게 만난 이가 고기장사로 거부가 된 토호다.

그런데 어느 날 80이 넘은 강태공이가 제나라 군주가 되어 입궁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제후의 처가 되는 건데 ...  마 여사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옛정에 호소해 보기로 한다. 이에 강태공이 답한다. “그대는 헤어졌다가 다시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약능이경합若能離更合>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것 아니겠소<복수정난수覆水定難水>” 그러고는 궁으로 가버리니 옆에서 말을 몰아가는 마부가 묻는다. “여자의 길이란 게 도대체 뭡니까?” 이에 태공망이 말한다. 여기서 유명한 ‘무도택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자에겐 길이 없다. 선택만 있을 뿐<무도택이無道擇耳> 훗날 왕이보王二普가 ‘수여택남아행도守女擇男兒行途’라 하여 “남자는 선택이 아닌 남자의 길을 가는 거고 여자는 여자의 길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라는 말로 구체화 시키는데 왕이보王二普는 죽림칠현 왕융王戎의 사촌동생이다.
잊지마라 남자는 남자의 길을 가는거다. 그 길을 알려주는 게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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