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일찍 자리에 눕고 천천히 일어나라
모시장터 일찍 자리에 눕고 천천히 일어나라
  • 칼럼위원 정해용 시인
  • 승인 2018.10.3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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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학의 기초는 <황제내경>에서 시작된다. 
동양사상은 모두 알다시피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기운이 서로 충돌하거나 화합하는 작용 가운데서 만물이 생성되었다는 역(易)의 원리에서 출발하여,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나 만물의 현상을 설명한다. 이런 방법으로 건강의 원리와 지침을 설명하는 것이 동양의학이고, <황제내경>은 기원전 200년경 한나라 초기에 완성된 한의학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 년 사계의 변화에 맞춰 각 계절마다 건강하게 사는 원칙도 제시되어 있다.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 생활수칙도 있다.  
“겨울은 폐장(閉藏)이라 한다. 생기와 양기를 몸 안에 가둬 보존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물이 얼어 땅도 갈라지는 시기이니, 함부로 기운을 일으켜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필히 햇빛을 받아야 한다. 생각과 뜻을 마음속에 숨기듯 감추듯 담아두는 게 좋다. 마치 원하는 것은 이미 다 갖춘 것처럼 욕망을 가라앉혀라. 몸을 따뜻하게 하되 너무 덥게 하여 땀을 흘리면 기운이 빠져나가니 좋지 않다. 이것이 겨울의 기운에 응하여 생기를 보존하는 이치다.” (소문 사기조신대론) 

내용을 세밀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더라도, 개략적인 의미는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겨울은 추운 계절이니 많은 활동을 하기 보다는 기운을 아껴 몸을 보호하라는 말이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은 에너지를 아껴 쓰는 데 필수적인 수칙이다. 본능적으로 기후의 변화에 적응하는 동물들 역시 겨울에는 활동이 줄어들고, 아주 추울 때는 아예 몸을 수면모드로 변환하여 긴 겨울잠을 자기도 한다. 극심한 기상변화로 인하여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고 기온이 높아 동물들 역시 겨울잠을 잃어버릴 지경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겨울에는 잠을 더 많이 자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기서 말하는 겨울은 음력 10-11-12월의 석 달을 뜻한다. 입동과 함께 겨울이 시작되어 정월 초하루, 즉 설날(구정) 바로 전날까지가 겨울이며 에너지를 몸안에 가두어 보존해야 좋은 시기다. 물론 현대인들이 이런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킬 필요는 없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옛날처럼 그리 사납지 않은 데다가, 현대인들은 과학기술 덕분에 밤을 낮처럼 사용하며, 겨울을 여름처럼 지낼 수도 있게 되었으니 어느 정도는 기존의 계절 법칙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계절의 기본 속성 자체를 벗어날 수는 없는 법. 아무래도 하절기와 다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아두자.   
일반적으로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대원칙은 무엇일까. 

<황제내경>에서는 말하는 대원칙은 ‘호연지기’라고 말할 수 있다. 
같은 책의 봄철 양생지도를 읽어보면 확연하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니(중략) 활달한 걸음으로 뜰을 거닐되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좋은 뜻이 생겨나도록 한다. 무엇이든 살려주고 불필요한 살생을 하지 말며, 주되 빼앗지 말며, 칭찬하되 욕하지 말라.”(황제내경 四氣調神大論).
머리를 편하게 풀고 활달히 걷는 것은 몸의 기운을 살리기 위해서고 살생이나 약탈, 악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심신이 편안해지면 몸의 컨디션이 좋아질 뿐 아니라 성격도 너그러워진다. 자연히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고 인간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이것이 곧 온전히 건강한 상태이며, 호연지기의 실제다. 어떤 이유로든 기가 꺾여 주눅들거나 몸이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길이다. 행복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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