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5)장흥, 강진만 갯벌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5)장흥, 강진만 갯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11.07 13:37
  • 호수 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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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강 상류 장흥댐, 강진만 수산자원 고갈 불러


남해안 곳곳 방조제, 유속 떨어뜨려 펄갯벌로…

전남 고흥반도와 장흥군 보성군을 파고든 큰 만이 득량만이며 강진군을 파고든 만이 강진만이다. 장흥반도를 강진만과 득량만이 감싸고 있다. 장흥반도 주변은 청정해역으로 예로부터 김 양식이 성행했으며 바지락, 꼬막 등의 수산자원이 풍부한 곳이었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지난 926일 장흥군을 방문해 득량만과 강진만 일대 갯벌을 취재했다.

▲강진만, 득량만, 장흥댐 위치
▲강진만, 득량만, 장흥댐 위치

 

육수 유입 차단한 장흥댐

전남 장흥군은 동쪽으로 득량만과 접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산악지형이다. 장흥군 유치면과 장동면에서 시작되는 총연장 56의 탐진강은 부산면을 거쳐 장흥읍을 관통해 서남향으로 흐르다 강진만으로 유입된다. 탐진강은 영산강 섬진강과 함께 전남의 3대강으로 탐라도(제주도) 사람이 육지에 처음으로 배를 대어 올라왔다 하여 탐진강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탐진강 중류 모습. 갈대가 수북히 자라고 있다.
▲탐진강 중류 모습. 갈대가 수북히 자라고 있다.

탐진강 상류에 1997년 댐을 축조하기 시작해 2006년에 완공됐다. 장흥댐이다. 장흥읍에서 김상찬씨를 만나 탐진강 상류 장흥댐과 그 댐이 강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그는 <장흥타임즈> 운영자이고 장흥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다. 오래 전부터 강 상류에 있는 댐이 하구 연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탐진강 상류에 댐을 막는다 해서 이를 반대했습니다. 그 댐이 강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토록 얘기했건만 정부는 강행했습니다. 댐 막은지 10년이 지났는데 그 영향이 이토록 클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장흥댐 물을 광주, 목포, 완도에서까지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같은 가뭄에는 강진만으로 흘러드는 탐진강 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천에는 갈대만 수북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큰물이 지면 육지의 유기물을 쓸어다 바다에 부려야 바다 생물이 이를 받아먹고 사는데 댐으로 가두어두니 바다로 육수가 흘러들지 않습니다. 육수 받아먹고 사는 바지락, 꼬막이 더 이상 나지 않습니다. 서민들 맨손어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강진만이 원래 어족자원 산란장인데 그 기능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강진만 강진군 대구면에서 만난 어민을 통해 김씨의 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구마다 텅텅 비어있었다. 이처럼 어족자원이 고갈돼가고 있는 이유는 득량만과 강진만으로 유입되는 작은 하천들을 봉쇄한 방조제와 갯벌 매립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득량만을 이루는 고흥반도의 고흥방조제, 보성의 조성천 하구를 막은 조성천방조제, 장흥반도의 정남진방조제, 진덕리방조제, 강진만 서쪽에 있는 사내방조제 등이 육수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남해안에서도 서해안과 마찬가지로 강 하구가 막히지 않은 생태적으로 살아있는 하천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로 인해 조류의 속도가 느려져 저서생물이 살 수 없는 펄갯벌로 바뀌어가고 있다.

▲정남진방조제
▲정남진방조제


무기염산 금지하자 되살아난 갯벌

▲관산읍 사동마을 앞 갯벌에서 조개 채취하는 어민들
▲관산읍 사동마을 앞 갯벌에서 조개 채취하는 어민들

장흥군에서 생산되는 김 원초는 약 12000만속으로 전국 총생산량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 김 양식어민 110명은 무기염산으로 죽어가는 갯벌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20085친환경 무산김 양식 선포식을 갖고 염산 사용을 금했다. 유기산 사용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나 무기산 사용은 불법이다. 이들은 유기산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선포식을 하며 이들 어민들은 다음과 같은 약속을 했다.

첫째, (유기산, 염산, 황산, 질산이온)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둘째, 산을 보유하거나 사용시에는 어촌계와 협약한 행사계약을 해지하고 불법 시설물로 간주 강제 철거하겠습니다.
셋째, 수협에서 공급하고 있는 면세유류 공급을 중단하겠습니다.
넷째, 군에서 지원하고 있는 개량부자, 부죽, 김 냉동망, 김 띠지 등에 수반되는 각종 보조금을 회수하고 이후 모든 보조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겠으며 명단을 공개하겠습니다.
다섯째, 산을 사용하거나 보관하는 어업인을 신고하면(전화, 우편) 최고 20만원 포상금을 지급하며 신분은 절대 보장하겠습니다.

염산 사용을 금하자 갯벌이 살아나면서 파래나 매생이, 청각, 꼬시래기 등 다른 해조류가 살아나고 낙지, 주꾸미, 바지락, 키조개 등 저서생물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맨손어업인들은 이들을 채취해 소득을 올리고 있어 김 원초 생산은 30% 정도 줄었지만 바다에서 나는 전체 소득은 오히려 늘었고 어민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무기염산의 금지로 갯벌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득량만 연안의 갯벌도 진펄로 덮여가고 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를 신어야 갯벌로 들어갈 수 있고 모래펄갯벌이 펄갯벌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쏙이 번창해 쏙 구멍이 갯벌에 무수히 나있음을 확인했다.

 

▲바지락 양식장에 번창하고 있는 쏙. 관산읍 신동리 마을 앞 갯벌
▲바지락 양식장에 번창하고 있는 쏙. 관산읍 신동리 마을 앞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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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강진만 어민들로부터 듣는다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포구. 진펄이 쌓이고 있다.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포구. 진펄이 쌓이고 있다.

쏙이 반지락 양식장 반절을 덮었다

모래가 없어져버리고 뻘만 쌓인다

926일과 27, 전남 장흥에서 목포까지 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하구둑 방조제와 상류에 댐 건설, 그리고 교량 건설과 갯벌 간척 등으로 인해 갯벌 생태계가 어떻게 악영향을 받고 있고, 어민들은 어떤 피해를 받고 있는지 현장 확인을 했다.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에서 장재도를 들어가기 위해 만든 장재교로 인해 주변 갯벌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 한 주민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 다리로 연결하면서 갯벌에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 꼬막 같은 것이 피해를 많이 받아요. 바다에서 태풍이 불고 하면 다리 교각밑으로 모래가 밀려와 쌓이면서 꼬막이 죽고 그래요. 꼬막을 많이 해서 돈을 벌었는데 인자 피해가 많아요.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를 방문해 바지락을 잡으면서 살아가는 김옥순 부녀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었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해 주었다.

- 갯벌에서 바지락을 얼마나 잡습니까?

= 올해는 반지락(바지락)이 번식을 엄청나게 많이 해서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태풍 때문에 반지락이 많이 떠밀려 왔어요. 그런데 갯벌에 쏙이 많아져서 골치 아파요. 쏙이 많아지니까 반지락을 잡아먹을 수가 없어요. 반지락이 많이 줄었어요. 쏙이 많아진 지가 한 4년 됐어요. 쏙 구멍이 길어가지고 금방 번식을 하더라고요. 2005년도에 반지락이 더 많았어요. 지금은 쏙이 반지락 양식장 반절을 정도를 덮어버렸어요. 체험장 교육을 받은 데를 가보니까 포크레인으로 파서 주서(주워) 내는 것 밖에 없다고 그래요. 쏙 구멍에 된장을 넣어서 붓 같은 것으로 잡아 볼 수 있게 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 많아가지고 못해요. 그 전에는 쏙이 없었어요. 올해 반지락 잡이를 5월달까지만 작업을 해요. 6월달에는 새끼 치라고 그대로 놔둬요.

- 바지락을 얼마나 잡으셨고, 수입은 얼마입니까?

= 우리는 1인당 거의 40, 60키로(kg)를 잡아요. 1키로에 8천원씩 해서 팔아요. 한 달에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만 일을 해요. 그런데 반지락이 잡히는 바탕이(갯벌이) 줄어들어서 잡히는 양이 줄어들고 있어요.

- 김 양식을 할 때 염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어떻습니까? 득량만이 청정지역이잖아요.

= 청각은 여름 되면 조금씩 밀려오고, 파래 같은 것은 바닷가에 많이 있어요. 예전에 파래는 김 양식을 할 때 약(염산)을 많이 해서 없었어요. 지금 매생이가 바닷가 돌에 자연 서식하고 있어요. 자연산을 채취해서 엄청 돈을 벌고 그래요. 요즘은 염산을 안 하다 보니까 돌에 붙더라고요. 예전에는 매생이가 없었어요. 지금은 매생이가 길어서 돌에서 자연산을 끊어가지고 팔아요. 낙지도 많이 잡아요. 삽으로 잡기도 하고, 봄에는 얕게 들고 그래서 손으로도 잡아요. 가을에도 낚지가 있어요.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포구에서 한 어민을 만났다. 이 분은 강진만에서 어폐류를 잡아서 사는데 아래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에서 만난 어민. 뻘이 쌓인 갯벌을 바라보고 있다.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에서 만난 어민. 뻘이 쌓인 갯벌을 바라보고 있다.

- 강진만에 어떤 조개들이 서식합니까?

= 바지락, 고막이 서식했어요. 고막이 자연산으로 서식했는데 이제는 서식을 안해요. 옛날에 비가 오며는 빗물이 많이 내려왔어요. 패류도 육수를 좋아해요. 육수가 쌔게 내려오면 뻘이 깨끗해지고 그러는디 지금은 뻘이 채여(쌓여) 버려요. 우구()로 올라와(쌓여) 버려요. 모래가 없어져버리고 뻘만 채여 버려요. 뻘 밭이 되어 버렸어요. 물고기 같은 것은 그대로 있는데 패류가 많이 줄었어요. 맨손어업이 타격이 커요. 여기가 황금밭인디 바지락이 안서(없어) 버려요. 바지락이 싹 까져 버려요. 전라북도에서 종패를 사다가 뿌리기도 했어요. 육수가 내려오지 않으면 굴도 영글지 않고 맛도 없어요. 짱뚱어도 짤짤한(작은) 것은 있는데 큰 것은 서식도 안해요.

- 어선어업을 무엇을 합니까?

= 강생이, 전어 같은 물고기를 잡아요. 물고기들도 육수기가 있어야 하는디 예년과는 점점 달라지죠. 물고기들이 산란하러 강진만에 올라오는데 장흥댐을 만들어서 육수가 덜 내려와 산란을 덜 하죠.

- 그러면 어민들이 댐의 물을 흘려 보내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 댐은 항상 물을 저장을 해야됭게 흘려 보내주지 않아요. 그 댐 물이 완도, 목포까지 가서 식수로 써요. 어민들이 차 몰고 가서 물 흘려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그랬어요. 용역 조사를 하고 있는디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어요. 수협조합장이 잘 알고 있어요.

<정리 주용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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