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11.07 18:56
  • 호수 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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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부지학하시不止學何時)

손에 쥔 붓이 용 되는 것을 보리라(간압필화룡看押筆化龍)

고래로 동양에서는 위대한 인물에게 성 뒤에 깨달은 사람이란 의미의 접미사 자를 붙인다. 가 내함하고 있는 함의는 복잡하다. 교과서적 의미에서는 아들자가 분명하나 도맥道脈으로는 깨달은 사람에게 붙여주는 인류 스승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인류는 아직도 공자 왈, 맹자 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이 어느 시댄데 케케묵은 공자 왈 맹자 왈 하느냐 하겠지만 그만큼 인류는 공자나 맹자를 대신할 위대한(?) 인물을 갖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침묵의 시간이라고 하는 500년의 기간을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 불렀고 이시기에 기라성 같은 현자들이 나타났는데 세상은 이를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 불렀다.

그의 시발은 강태공으로부터지만 사조는 관자管子에서 시작되어 안자 공자 노자를 거쳐 맹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등으로 이어지는 인본주의 인간 정신세계사에 있어서 불후의 황금기를 낳는다.

이후 주자에 이르러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은 유가지학儒家之學으로 독존의 지위를 얻어 천하를 평정 했고 훗날 유가의 뿌리 위에 불교가 싹을 틔웠으며 그 위에 기독교가 꽃을 피운다. 그 중심에 결코 간과 할 수 없는 사실 하나가 있는데 바로 공부다.

인류에 수많은 현자가 있지만 그들이 명멸해간 이면에는 치열한 공부습관이 있었다. 젊은 과부, 그것도 후처 소생의 아들로서 5세부터 남의 집 허드렛일로 끼니를 해결해가면서 공부에 매진했던 공자.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 기록은 비장미가 가슴을 후벼판다. 태재가 공자의 제자 자공에게 묻는다<태재문어자공왈大宰問於子貢曰> “공자는 성인이신가<자성자여夫子聖者與> 어찌 그렇게도 다능하신가?<하기다능야何其多能也>”

자공이 답한다<자공왈子貢曰> “하늘이 그분을 성인으로 삼고자 하셔서<고천종지장성固天縱之將聖> 다능하신 겁니다<우다능야又多能也> (제자 자공은 스승 공자를 좋게 말하기 위해 애써서 에둘러 말한 것이다.) 공자가 이 말을 전해 듣고 정정한다<자문지왈子聞之曰> ”태재가 나를 알기나 하랴.<태재지아호大宰知我乎> 나는 어려서 천했다.<오소야천吾少也賤> 그래서 비루한 일도 잘하는 것이다.<고다능비사故多能鄙事> 그렇다고 군자가 모든 일을 다 잘해야 하는가.<군자다호재君子多乎哉> 그건 아니다.<부다야不多也>“

공자의 청춘은 늘 이랬다 그렇지만 그는 으슥한 뒷골목에서 깡마른 청춘을 곱씹으며 불평불만으로 함몰시킨 게 아니라 공부에 명운을 건다. 그리고 공부로 끝장을 본 사내다. 17세에 이르러 맹희자의 유언을 통해 그간의 공부가 얼마나 가열찼는지 천하에 알려진다.

이런 공자를 기준으로 삼고 공부한 이가 둘 있는데 범중엄과 율곡이다. 범중엄은 북송의 정치가로 10대 시절 공부할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매일 풀뿌리 죽을 끓여 죽이 굳으면 세 조각으로 나누고 소금 두어 톨 넣고 휘휘 저어서 하루 세 끼를 때웠다. 이런 모습을 본 친구 왈, “공부도 중요하지만 끼니거리만이라도 해결하고 공부를 해야 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요즘 말로 하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쌀이라도 팔아놓고 공부하라는 충고다.

그러자 범중엄은 효빈效顰이라는 제하의 오잡조 형태를 빌어 시도 부도 사도 아닌 글을 짓는데 일종의 10대 청소년의 치기어린 끄적임류의 낙서 글임에 분명하나 글 속에 소리장도笑裏藏刀의 비기秘技가 숨어있다. 아름다운 약속은 어기지 않듯이<가기여불차佳期如不差> 공부는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다<면학불차의勉學不差矣> 공부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부지학하시不止學何時> 손에 쥔 붓이 용 되는 것을 보리라<간압필화룡看押筆化龍> 굶주린 용은 하늘을 날 때 오히려 몸이 가볍지 않으랴.<이 끝 문장은 있다고는 하는데 글이 해져서 뜻만 구전될 뿐 자획字劃은 명확히 알아볼 수 없다 함. 出典 宋文拾餘錄>

사족으로 범중엄范仲淹의 훌륭한 업적 중 하나는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서당을 세우게 하여 어느 산골짜기든 나라 안의 모든 어린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인물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율곡이이다. 율곡은 천하가 다 알다시피 구도장원의 천재임에는 분명하나 선천적 천재가 아닌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이뤄낸 천재이다. 율곡 자신이 쓴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 12자 경문에서 성인으로 준칙準則을 삼는다 했다. 여기서 준은 준으로 이해한다. 쉽게 말해서 범중엄은 효빈<고사에는 동시효빈東施效顰이라 하여 매우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나 범중엄은 본받는다는 긍정적의미로 사용함. 추후 재론>이라 하여 공자를 본받는다는 말이고 율곡 이이의 성인으로 준칙을 삼는다 함은 공자를 따르겠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따르든 본받든 뭐가 됐건 열쇳말은 공부를 하라는 말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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