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 쌀값 폭등 아닙니다.
■모시장터 / 쌀값 폭등 아닙니다.
  • 최용혁 칼럼위원
  • 승인 2018.11.07 18:58
  • 호수 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용혁 칼럼위원
최용혁 칼럼위원

농산물 가격 폭등과 폭락의 차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농민들에게는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내 농사가 망했을 때 이웃 농가가 사는 것이 폭등이고, 이웃과 내가 같이 망하는 것이 폭락이다. 농민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꾸준히 농사지을 수 있는 적정한 생산비 보장일 뿐이다. 태풍과 폭염과 느닷없는 우박이 문제라면 가슴을 쥐어뜯다 말 일이지만 제도와 정치가 문제라면 심각한 일이다. 더욱이 2018년의 정부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안 그래도 갈 곳 없는 농민들의 처지는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고 말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쌀값은 폭등과는 거리가 멀다. 억울하다. 농민들은 지난 30년간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한 쌀 가격으로 고통받아왔다. 2016년 수확기 쌀 가격 129000원은 30년 전 가격이며 2017년 수확기 쌀 가격 153000원은 20년 전 가격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때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정권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농산물은 항상 저임금 구조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될 것을 강요받았다.

그동안 우리 농민들은 20, 30년 전 쌀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받아 오며 당신들은 20년 전 월급으로 살 수 있는가?”라고 항변해 왔다. 그러는 사이 농업소득은 해마다 떨어져 농가소득은 도시가구 소득대비 60%대로 곤두박질쳤다. 농업의 위기가 곧 농촌의 위기이다. 한편에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걱정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도 생산비에 못 미치는 쌀값을 농산물 가격 폭등의 프레임으로 씌우는 것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1kg 3000, 80kg 1가마 24만원은 쌀 생산비에 근거하여 농민들이 수년 째 외쳐오고 있는 주장이다. 이를 국민과 소비자에게 쉽게 표현하려는 주장이 밥 한공기로 환산해 300원이다. “우리 농민들 생산비가 쌀 한 가마에 24만원입니다. 밥 한 공기에 300원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농민이 살아갈 수 있는 농업을 위해 이 정도 가격을 같이 만들어 주십시오하는 것이 언론과 국민들께 드리는 농민들의 주장이고 표현이다. 집값, 교육, 통신비, 게다가 노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가득찬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게 물가 폭등이라는 것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쌀값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로 핸드폰 요금 3.85%, 커피값 2.6% 보다도 훨씬 낮다. 국민들이 지불하는 쌀값은 한달 평균 12000원 정도이다. 보통 껌값이라고 하는 표현은 이제 쌀값에 비해 상전이다. 2018년 현재 쌀값은 밥 한 공기에 220원이다. 밥 한 공기 300원 주장은 농민들이 최소한 지금의 쌀농사를 유지할 수 있는 생산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확기 대책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비축미 5만톤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수확기, 햅쌀과 구곡을 섞어 잡탕밥을 만들고, 물가 폭등이라는 거짓 프레임을 씌워 농민들 마음을 후벼 파는 것이 새 정부가 할 일인지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