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넣을까? 말까?
간식 넣을까? 말까?
  • 뉴스서천
  • 승인 2002.03.28 00:00
  • 호수 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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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우리에게 살보시를 한다. 제 몸 바쳐 우리를 살리고 있다. 그러나 순수하지 못한 일은 늘 탈이 나기 마련이다. 바른 마음으로 음식을 대할 줄 알아야 그 음식이 제 역할을 다 한다. 더욱이 아이들이 먹을 경우에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귀히 여겼고 서로 나누어 먹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요즘 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식 나누어 먹기 인심은 예전하고는 다르다. 무언가 목적달성을 위한 음흉한 마음이 숨어있다고 본다. 아이들은 학부모들이 보내 주신 간식을 먹을 때 어른들의 이기심까지 먹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의 동무들이 고루 건강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가득 들어 있는 간식이라면 바랄 게 없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의 아이들은 오히려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힘내라 보내준 간식이 기를 죽이는 결과를 빚는다면 이대로 계속 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 생각한다.
간식을 먹는 아이들 말을 빌면 까닭 없이 얻어먹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학습에도 방해가 된다고 한다. 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몰래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한다. 고마운 줄도 아까운 줄도 모르고 먹는 간식이 되어가고 있다. 성숙한 아이들은 간식을 보내온 아이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닌가 의심도 한다는데...
학기초가 되면 아이들 가방은 빵빵해지고 부모들의 고민도 빵빵해진다. 가끔 낑낑대고 들어오는 아이들은 울상이다. 간식으로 받은 우유를 먹지 않고 가방에 넣어오다가 터져 책이며 공책이 젖는 경우가 있다. 그 것을 본 부모는 속상하기도 하지만 한번 정도는 간식을 넣어야 아이 기를 살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또한 그래야만 선생님한테 낯이 서는 것 같아 적잖이 망설이게 된다. 이들 부모는 간식 보내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인다면 괜한 걱정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시시콜콜하게 먹는 일, 그것도 아이들이 먹는 학교 내 간식에 대해 떠드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꿀 것은 바꾸자고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간식은 먹는 일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고 참교육을 위한 또 하나의 실천이요, 훈련일 수 있다. 최근에 어린이 선거에서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일 또한 이 간식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아니 땐 굴뚝이 연기 나겠는가. 듣는 것만도 놀라운 금액, 백 만원 단위가 넘는 돈으로 간식을 사서 학교 내에 돌렸다는 일은 평소에 스스럼없이 한 행동의 결과이다. 이 말을 듣고서 부모노릇 낭떠러지에 섰다 싶어 스산했다. 학기초만 되면 학급이나 학교의 일꾼을 뽑고 나서 탈이 생기는데 무엇인가 사주는 게 말썽이다. 몇몇 일꾼들은 부모님이 넣어주신 간식 때문에 제 능력보다 낮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가난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말이 아이들 사이에서 나돌까.
아이들을 사람답게 길러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답게 기르는 것일까. 아이들은 신통하게도 그냥 길러지는 게 없다. 좀스런 것까지 다 아이한테는 자양분으로 들어가서 작용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남을 이기고 남에 앞서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길을 열어주는 일, 그 행동은 그 아이의 인생으로, 가치관으로 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좋은 면만을 흉내내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히 껄끄러운 일이면서도 사회로 보아 큰 일이 아니면 초연하게 방관하는 자세를 취한다. 특히 여성들에게서 방관하는 일은 더 심하게 나타나는데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간식문제와 그와 관련된 부수적인 일들은 엄격히 따지면 부모 중에서 여성 쪽과 관계가 깊다. 원래 실천은 작은 것부터 하는 것이다. 너무 큰 변화에만 주목하여 간식처럼 콜콜하다 싶은 거에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건강한 부모노릇은 기대하기 힘들다. <칼럼위원/ 구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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