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 산책 / 공부하는 이유 (학유치민사學由治民事)
■ 송우영의 고전 산책 / 공부하는 이유 (학유치민사學由治民事)
  • 편집국
  • 승인 2018.11.22 09:52
  • 호수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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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시민기자
송우영 시민기자

선비를 만나면 관을 벗기고 그 관에다 오줌을 누고 그래도 분이 안 풀려 공부했다는 먹물들에 대한 이를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북북 가는 게 한 고조 유방이다.

직업이 죄수 호송인 탓에 죄짓고 잡혀오는 선비에 대한 학대도 여간 아니었다. 그런 파락호에게 벼락같은 축복이 있었으니 패왕별희覇王別姬로 압축되는 진나라 시황제의 죽음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위기를 위험 정도로 받아들여 뜻이 절반만 사용되고 있는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말이 생겼다. 그것을 실천해서 성공시킨 인물이 유방이고. 유방이 항우와 진류陳留 에서 천하 자웅을 겨루던 어느 날 진류현 골짜기에 사는 선비 역이기酈食其가 찾아와 내놓은 계책중 하나가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왕자이민인위천王者以民人爲天 이민인이식위천而民人以食爲天>는 책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이를 재해석하기를 백성을 하늘로 삼는 이는 임금이며 밥을 하늘로 삼는 이는 백성이다<왕자이민위천王者以民爲天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라고 풀면서 역이기酈食其의 민인民人을 인을 빼고 민만 썼다.<민인을 인민으로 바꾼 이가 모택동>

이 말에 대해서 세종 임금은 농사를 권장하는 글을 통해서 이렇게 풀어낸다. 임금이 전교하기를<하교왈下敎曰> “나라는 백성으로 근본을 삼고<국이민위본國以民爲本>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 것인데<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 농사는<농자農者> 옷과 먹는 것의 근원이므로<의식지원衣食之源> 임금이 정치에서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이왕정지소선야而王政之所先也>.”

그러면서 이에 대한 부안설附按設을 다는데 농사는 백성을 살리는 천명에 관계되는 까닭에<유기관생민지대명惟其關生民之大命> 천하의 지극한 노고로 힘쓰는 것이다<시이복천하지지로是以服天下之至勞>. 위에 있는 사람이 성심으로 지도하여 거느리지 않는다면<불유상지인성심적솔不有上之人誠心迪率> 어떻게 백성들이 부지런히 힘써서 농사에 종사하여<안능사민근력추본安能使民勤力趨本> 그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는가<이수기생생지악야以遂其生生之樂耶><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 권105 261444甲子..正統9.725일임인壬寅>

여기서 방점을 두고 읽어야 할 부분은 위에 있는 사람이 성심으로 지도하여 거느리지 않는다면을 뜻하는 불유상지인성심적솔不有上之人誠心迪率이다. 세종대왕이 말하는 위에 있는 사람이란 직급이 낮은 공무원부터 일인지하 만인지상 지위인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임금의 눈과 귀가 되고 팔과 다리가 되어 나라 안 국민 모두를 맘 편히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일이다. 바로 이점이 세종대왕께서 주역과 서경의 부안설까지 달면서 생생지락生生之樂이라는 문장을 쓴 이유다.

주역 계사전에서는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이라 했고 상서 반경에서는 왕재생생往哉生生이라 했다. 모두 백성을 맘 편히 잘 살게 하라는 뜻이다. 설령 잘못된 것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이거나 국가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나라를 절딴 내는 일이 아니라면 벌주고 위협하고 옴짝달싹도 못하게 옥죄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가를 알아보고 수정하고 보완해서 국민으로 하여금 더 잘 살게 해주는 것이 그들이 임금을 대신해서 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이다.

공무원이란 권력자가 아니다. 맹자 양혜왕장구상 제7장에 제나라 선왕齊宣王이 제환공齊桓公과 진문공晉文公은 어떤 군주 입니까라고 물으니 맹자孟子는 답한다. 이런 까닭에 군주는 백성이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시고명군제민지산是故明君制民之産> 반드시 위로는 그것<일을 해서>으로 부모를 섬김에 풍족하고<필사앙족이사부모必使仰足以事父母> 아래로는 그것<일을 해서>으로 처자식을 기르는 데 충분하게 하여<부족이축처자俯足以畜妻子> 풍년에는 몸을 마치도록 배부르고<낙세종신포樂歲終身飽> 흉년에라도 죽음에서 벗어나니<흉년면어사망凶年免於死亡> 그러한 뒤에야 권해서 선으로 가게 한다<연후구이지선然後驅而之善>. 그래야 백성이 따르기 쉬운 것이다<고민지종지야경故民之從之也輕>.

여기서 국민의 생업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다는 제민지산制民之産의 고사가 나왔다. 학유치즉사學由治民事라 했다. 공부하는 이유는 백성을 다스리기 위함인데 그 다스림은 섬김으로 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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