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할당제가 낳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소규모·분산화로 가야”
“의무할당제가 낳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소규모·분산화로 가야”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11.28 15:56
  • 호수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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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사업자 설 자리 없어…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특집/태양광 발전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23일 오후 군청 주차장에서 태양광발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마산면 관포리 주민들
▲지난 23일 오후 군청 주차장에서 태양광발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마산면 관포리 주민들

문재인 정부 들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줄이자는 에너지 전환의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3020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마산면 관포리와 신봉리, 화양면 남성리, 기산면 영모리, 서면 주항리 등지에서 태양광발전단지 조성 문제로 주민들과 사업자 간의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는 서천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발전이 농촌의 환경을 훼손하면서 이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본다.<편집자>

 

발전차액지원제도의 폐지와 의무할당제 도입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바이오·조력 등) 발전에 의해 공급한 전기의 전력거래 가격이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 기준가격과 전력거래와의 차액(발전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좀 더 쉬운 말로 말하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좀 더 비싸게 사주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 신재생에너지 원으로 생산된 전원은 생산단가가 비싸 가격경쟁력에서 기존의 발전원에 비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발전차액지원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큰 역할을 해왔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후발국으로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단기간에 육성시키기 위해서 독일 등 유럽에서 효과를 검증받은 FIT(Feed-in Tarriff) 제도를 2002년에 도입한 것이다.

FIT는 정부가 일정기간 동안(15년에서 20) 정해진 가격으로 전력을 매입해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고 중소규모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작은 용량으로 가정이나 마을 등에서 소규모 발전 사업이 가능하게 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시장으로 지역제조업사업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불러일으켜 관련 분야의 빠른 성장세를 불러왔다.

▲정부의 ‘3020 프로젝트’
▲정부의 ‘3020 프로젝트’

그러나 2011년 이명박 시절 이러한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의무할당제(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도입했다. 보조금 지급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고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적인 에너지원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된 명분이었다.

의무할당제는 정부가 500MW 이상의 설비를 갖춘 대형 발전소에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율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 발전회사는 한국전력 6개 발전자회사를 비롯해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포스코파워, SK-E&S, GS EPS, GS파워, MPC 율촌전력 등 13개 발전회사들이다. 이들 발전사들은 국가 총발전량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발전 회사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태양광발전업체들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구매해 의무공급비율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는 신재생에너지 전문 생산업체로부터 공개 입찰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후 태양광발전 전문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풍력이나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설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태양광발전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태양광발전 사업자의 수익은 전력 판매 대금+공급인증서(REC) 판매대금이다. 경쟁 입찰로 공급인증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대규모 업자들만 살아남게 되는 구조이며 소규모 업자들은 진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결국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자들만 살아남게 되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지 비용이 적게 드는 농촌마을 임야로 파고들게 된 것이다.
 

산림청,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규제 강화

▲마산면 관포리 주민들이 사업부지 현장에 내건 현수막
▲마산면 관포리 주민들이 사업부지 현장에 내건 현수막

전국에서 농촌 마을 주민들이 임야를 훼손하는 태양광 발전으로 몸살을 겪게 되자 산림청은 산지내 태양광발전시설로 설치로 인한 부동산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산림훼손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지난 8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전에는 임야에 태양광발전 허가를 득하면 산지전용 허가시 대체산림자원조성비 전액 면제 태양광발전시설 준공 후 지목이 임야에서 잡종지로 변경 태양광발전시설 폐업 후 잡종지를 상업용지로 변경 등의 특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현재 설치된 태양광, 풍력 부지의 38%(1257)가 임야이고 임야의 88%(1109)를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다.

개정 후에는 산지내 태양광발전시설 허가를 득해 설치할 때 대체산림자원조성비를 전액 납부토록 함 현행 산지전용허가 대상인 태양광발전시설을 일시 사용 허가로 전환하고, 사업자는 최대 20년간 사용기간을 보장받되 산지 지목 변경이 불가능하며 태양광발전용도로 사용한 뒤에는 원상복구토록 개정 토사유출과 산지 경관 훼손을 저감시키기 위해 평균경사도 허가 기준을 25도 이하에서 15도로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산업자원부에서는 임야에 적용하던 REC(태양광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0.7로 묶어 규제를 강화했다. 예전에는 0.7에서 1.5까지 적용했었다.

한편 환경부에서도 태양광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한 지침을 마련 8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지침에서 태양광 발전 입지를 선정할 때 가급적 피해야 하는 지역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피해야 하는 지역은 백두대간, 법정보호지역, 보호생물종 서식지, 생태자연도 1등급, 경사도가 15도 이상인 지역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지역은 생태자연도 2등급, 생태축 단절 우려 지역, 식생보전 3·4등급의 산림 침투 지역, 법정보호지역 경계로부터 반경 1이내 중 환경적 민감지역 등이다.

이같은 정부의 규제 강화에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형평성을 잃은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개정된 법 시행 이전인 8월 이전에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한 업체들이 현재 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버섯재배사에서 굼벵이 축사로

▲마산면 신봉리에 걸린 현수막
▲마산면 신봉리에 걸린 현수막

태양광 발전 전기 사업자가 되려면 우선 전기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500kw미만은 지자체에서 내주지만 500~3000(3MW)는  도청에서 허가를 받으며 3MW 이상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허가를 받는다.

산지나 농지의 경우 전용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후 부지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허가권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러나 농지에 버섯재배사를 짓는 데에는 농업관련 시설이기 때문에 전용허가나 개발행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굼벵이 축사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이러한 기존의 농업관련 시설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공급인증서에 가중치 1.5를 부여하게 되어 있어 수익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에 따라 농지에 실효성이 없는 대규모 버섯재배사나 굼벵이 축사가 들어서며 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쓰는 에너지 내 지역에서 생산

친환경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발전이 숲을 파괴하고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대규모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의무할당제가 낳은 결과이다.

태양광 발전은 대폭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방식은 국토 면적이 좁고 태풍이 부는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다. 소규모 분산형으로 가야 한다. 주민 참여형 협동조합 같은 방식을 통해서 추진되면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이 시급하다.

에너지 전환운동의 핵심은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며 내가 쓰는 에너지를 내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태양광발전은 한국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기존의 건축물 위에 부착해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건축물 활용과 주민 참여로 갈등을 방지하는 소규모 분산형태양광발전소로 주민이 전기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다.

대도시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농촌 마을의 희생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근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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