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7)생태계 단절 하굿둑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7)생태계 단절 하굿둑
  • 편집국
  • 승인 2018.11.29 09:34
  • 호수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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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량, 유속, 수위 변동에 따라 강, 하구, 갯벌, 바다 생태계 형성

하굿둑 수문개방과 유량 변동 복원이 하구와 바다를 되살리는 길
▲강과 바다를 갈라놓으며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금강하굿둑
▲강과 바다를 갈라놓으며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금강하굿둑

강 하구와 바닷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굿둑을 개방해서 해수유통을 해야 바다가 살아나고 많은 어패류가 다시 서식하게 되어 수많은 어민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강과 하천이 바다와 자유롭게 만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왜 그런가. 물질이 순환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강과 하천을 통해 많은 유기물과 퇴적물이 강 하구와 갯벌에 쌓이고, 바다 생물에게 먹이가 되고 삶터가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대로 어업을 해 오던 어민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살아온 어민들은 지역에 대한 생태 지식, 전통지식을 터득해 왔다. 그래서 강과 하천은 자유롭게 바다로 흘러야 한다고 말한다.

 

펄갯벌이 많아져 어패류 감소

최근 충남, 전남북의 갯벌에서 쏙이 늘어나고 바지락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갯벌이 전체적으로 모래가 많이 섞인 갯벌에서 펄이 많은 갯벌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지락, 동죽, 백합 등 조개류는 모래펄갯벌에서 서식하고, 쏙은 펄이 많은 갯벌에서 서식한다. 결국 바지락, 동죽, 백합 등 조개를 잡는 어민들은 생존권 피해를 받고 있다. 조개류 뿐만이 아니라 어류들도 모래 바탕에서 산란을 하는데 펄로 바뀌어 산란을 하지 못해 어류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조개류가 줄어들자 큰 조개를 파먹는 검은머리물떼새와 작은 조개를 삼키는 붉은어깨도요(IUCN 지정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붉은가슴도요(UCN 지정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생물보호종)의 개체수도 감소하고 있다.

▲붉은어깨도요. 조류의 유속이 떨어져 펄이 쌓이며 조개 서식이 어려워지자 이를 먹이로 하고 있는 붉은어깨도요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붉은어깨도요. 조류의 유속이 떨어져 펄이 쌓이며 조개 서식이 어려워지자 이를 먹이로 하고 있는 붉은어깨도요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하굿둑 건설이 근본 문제

즉 갯벌 퇴적상이 펄갯벌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같은 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강과 바다를 단절시킨 하굿둑 때문이다. 하굿둑으로 인해 강과 하천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퇴적물과 유기물이 감소하면서 서해 전역이 펄갯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굿둑이 만든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무시하고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는 갯벌을 경운해서 쏙을 잡아낸다거나 약품을 사용해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는 오히려 갯벌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이며, 근본적인 해결방안도 아니다.

하굿둑은 내륙에 비가 많이 내려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물을 바다로 빼 낼 때만 수문을 개방한다. 이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문을 닫아 놓기 때문에 하굿둑 내측에 퇴적물이 쌓이고, 또 수문을 개방할 때도 긴 시간동안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유속이 느려서 대부분의 퇴적물이 하굿둑과 가까운 수문 외측에 쌓이게 된다. 이렇게 쌓이는 퇴적물도 생물이 살 수 있는 건강한 갯벌이라기 보다는 썩은 냄새가 나는 죽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악순환 불러오는 대체항과 준설토 투기장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곳이 금강 하구이다. 어민들은 금강하굿둑이 막히면서 바다 쪽의 조류가 약화되어 하굿둑 바로 근처인 군산시 내흥동과 서천군 장항읍 원수리 앞 쪽의 퇴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하굿둑 바로 외측지역의 경우, 원래 재첩이 많이 잡힐 정도로 모래가 많은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펄이 많이 쌓였고, 갯벌을 파서 보면 썩은 냄새가 날 정도이다. 군산내항 앞에도 퇴적이 많이 진행되고 있고, 예전에 모래가 많은 풀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펄이 많은 갯벌로 변해 버렸다. 썰물일 때 수로 폭이 상당히 넓었는데 갯벌이 쌓이는 바람에 폭이 좁아졌고, 쌓인 갯벌 일부지역에 폐수가 들어오면서 갯벌이 썩어 냄새가 난다.

예전에 군산내항에서 장항까지 오고 가던 도선 배가 있었다. 지금이야 하굿둑 도로와 새로운 다리가 건설되어 곧 개통될 예정이지만 예전에는 군산과 장항을 오고 가던 배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굿둑 건설 이후 배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퇴적이 많이 되는 바람에 배를 띄울 수 없게 되어 결국 도선 배가 없어지게 되었다. 장항항도 바닥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게 되어 어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장항읍 서쪽에 새로운 항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군산외항까지 퇴적이 되는 바람에 매년 수백 억원을 들여 퇴적물을 준설하여 새로운 인공섬을 만들어 놓았다. 바로 그 인공섬이 준설토 투기장이다.

군산에서는 이를 금란도라고 이름을 붙여서 개발하려고 하고 있지만 개발이 되면 금강하구의 생태계에는 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도 서천군이 개발을 반대하면서 진행되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아무튼 매년 준설을 한다고 하더라도 감당할 수가 없어서 군산 신시도 인근에 새만금 신항을 새롭게 건설하고 있다. 결국 금강하굿둑을 만들어 금강하구로 들어오는 배들의 항로를 없애 버리더니 다른 대체 항을 만들겠다고 바다를 매립하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 간 갈등 심화

그러다 보니 맨손어업을 하는 어민들도 하굿둑이 막히면서 하굿둑 외측 갯벌에 퇴적물이 쌓이고 뻘이 쌓이면서 점점 조개들이 사라지고, 발이 깊이 빠져 갯벌에 직접 들어가 작업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또한 군산과 서천 주민들이 자기 구역에서 조개를 잡겠다고 하면서 경쟁이 격화돼 싸움도 벌어진다고 한다. 어선 어업을 하는 주민들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하굿둑의 영향이 먼 바다까지 미치고 있다. 먼 바다까지 죽은 뻘이 쌓이면서 어패류의 산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해 어패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바다의 면적이 군산보다 아주 적은 서천은 어업 구역이 적어 생존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어민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내 어업만 잘 되면 되고, 다른 어민들에 대한 배려심이 사라지고 있다. 어업 소득이 감소하고 어장터가 좁아짐에 따라 어민들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해양쓰레기 많아지고, 불법 어업행위가 늘어나 어족 자원이 감소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수질 악화 심각

하굿둑 내·외측에 퇴적물이 쌓이고 썩는 바람에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하굿둑 내측은 매년 여름철만 되면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바닥에 고인 물은 고인물이 되어 썩어가고 있다. 더욱이 빈산소층이 생기면서 저서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오염이 심화될 때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오염된 물을 수문을 개방해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그 바람에 하굿둑 외측 바닷물의 수질도 악화되어 심한 악취가 날 정도이다. 하굿둑 외측에 어민들이 잡을 만한 어류가 서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런 곳에서 잡는 어류에서 섞는 냄새가 나는 바람에 팔아먹기도 힘들다고 어민들은 말한다. 높은 곳에서 하굿둑을 바라보면 내외측의 수질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를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굿둑 내측이 외측보다 새까만 색깔을 띠기 때문이다. 그만큼 하굿둑 내측의 퇴적물과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말이다.

해수유통을 원하는 어민들도 수문을 개방해 썩은 물과 오염물질이 내려올 때면 아예 며칠 동안 어업을 포기한다고 말한다.

 

유량 변동 복원하는 것이 중요

하굿둑을 개방해 해수유통을 확대한다고 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유량 변동의 복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원래 강과 하천에서 갯벌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퇴적물과 유기물 양이 시기별로 강우량의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게 자연적인 모습이다. 특히 강우량이 많은 홍수기 때는 하천과 강에서 많은 퇴적물과 유기물이 하구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갈수기 때는 퇴적물과 유기물이 적어진다.

이 유량, 유속, 수위 변동에 따라 하천과 강, 하구, 갯벌, 바다 생태계가 잘 형성되어 있고 수많은 생물들이 이에 맞추어 살아간다. 따라서 단순히 하굿둑을 통해 해수유통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량 변동, 즉 유황(flow regime ; 하천의 유량과 유속, 수위 등의 변화특성)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구와 갯벌, 바다생태계를 보전하고, 해양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는 길이다. 그 결과 풍요로운 어촌공동체가 되살아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며, 많은 사람들이 되돌아와 함께 사는 지역이 될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하구역에 관련된 주민, 시민단체, 행정, 전문가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하구관리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할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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