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남자가 비로소 허리를 편다는 압권지수 19세의 나이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남자가 비로소 허리를 편다는 압권지수 19세의 나이에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11.29 10:10
  • 호수 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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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12장 솔로몬의 절규에는 전과 습이 있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여기까지는 가르침을 받아야하는 이 되는 부분이고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이 부분은 몸으로 배우고 익혀야하는 습이다.

이 말은 노년의 솔로몬이가 젊은이들에게 하는 뼈아픈 성찰로 청년아 너는 늙어봤는가. 나는 젊어봤다라는 말에 대한 솔로몬식 증주增註인 셈이다.

그로부터 대략 500년 후 이런 서양적 절규를 동양적 성찰로 치환시켜 전습傳習으로 풀어낸 이가 증자다. 물론 증자가 솔로몬을 알았을 리는 만무하다. 다만 솔로몬의 그 말이 전과 습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스승의 말을 늘 받아 적는 습관을 가진 그는 스승의 가르침 속에서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고 쓴 글이 논어 학이편 1-4 문장에 오롯이 남아있다.

증자는 말한다.<증자왈曾子曰> 나는 날마다 세 번 내 몸을 살피니<오일삼성오신吾日一三省吾身> 남들과 일을 함에 충하지 아니하였는가.<위인모이불충호爲人謀而不忠乎> 벗과 더불어 사귀되 믿음을 잃지 않았던가<.여붕교이불신호與朋交而不信乎> 스승님께 배운 것을 공부하지 아니 하였는가.<전불습호傳不習乎>

여기서 전불습호傳不習乎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전불습호에서 전와 습를 따서 불후의 명저 전습록<왕수인 양명陽明>이 나왔으며 동시에 전불습호傳不習乎의 전에 대한 해석에 기름을 붓는 결과도 낳는다.

허신의 설문해자에 의하면 은 스승으로부터 배운다는 말이면서 또 제자에게 전수하거나 가르친다는 말로 통한다. 이 해석에는 두 개의 판본이 전해진다. 전불습호傳不習乎스승 공자로부터 배운<> 것을 공부<>하지 아니하였는가라는 해석과 스승 공자로부터 배운 것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으면서<> 남에게 가르치지<> 않았는가라는 해석이다.

소설 삼국지에서 위나라 조조의 사위이자 양아들 하안何晏<삼국지 초두에 등장하는 멍청이대장군으로 그려진 하진대장군의 손자>은 논어주소를 쓰면서 스승 공자로부터 배운 것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으면서<> 남에게 가르치지<> 않았는가라고 해석을 했는데 이를 고주古注라 하고 주자朱子는 논어집주를 쓰면서 이 부분을 스승 공자에게 배운 바를 익히지 아니하였는가라고 해석을 했는데 이를 신주新注라 한다.

전습傳習은 조선 성리학의 양대 산맥을 낳는데 정조가 조선의 주자라며 존경한 우암과 다산은 주자의 신주新注를 따름으로 고전해석에 있어 주자의 해석법인 신주가 성리학의 主流로 자리매김하는데 후학 연암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한다.

유안재遺安齋 이보천은 하안何晏의 고주古注 학맥인데 사위가 연암이다. 연암의 문장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내세워 패관소품체稗官小品體인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연암은 어려서 공부하지 않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부분은 많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후일 재론키로 한다. 16세에 혼인을 했는데 장인 이보천이 대화 몇 마디 해보니 허우대는 멀쩡한데 글을 몰랐다. 기절초풍한 장인은 공자가 태묘에서 허리를 폈다는 압권지수壓卷之壽의 나이라는 19세를 목표로 세우고 혹독하게 글을 가르친다. 교재는 <맹자> 책이다. 문리가 나자 동생 홍문관교리 영목당榮木堂 이양천에게 보내 사기, 좌전, 국어 등 역사서와 한유 유종원, 두보와 당송문의 시문을 가르쳐 마침내 19세에 이르러 강호에 혜성처럼 등단시킨다.

이로부터 10년 후 정조는 연암을 이렇게 평한다. 요즘 문풍이 이 모양이 된 것은<근일문풍지여차近日文風之如此> 따지고 보면 모두 박 아무개<박지원>의 죄이다<원기본칙막비박모지죄야原其本則莫非朴某之罪也><燕巖集 卷二 답남직각서答南直閣書> 이미 연암의 문장이 조선 선비 글쓰기의 물줄기를 바꿔놨다는 말이다. 연암이 이 지경까지 된 데에는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는 뼈아픈 공부의 세월 4<16-19>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잊지 마라. 남자가 19세가 되면 어디서 뭘 하든 단연 압권壓卷이 되어야 한다. 압권이란 과거시험 모든 답안지를 누른 맨 윗 장 1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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