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 산책
■ 송우영의 고전 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12.06 11:21
  • 호수 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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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틈조차 없도록 공부하라

공자는 인간존재의 본질을 인仁으로 규정했는데 제자들은 이를 실천유학으로 풀어내어 덕德을 말했고 생존 유학으로 풀어내 예禮를 말했다. 덕과 예는 춘추전국시대를 지나면서 국가를 지탱하는 두 개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치자는 덕을 베풀어야 하고 백성은 예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훗날 맹자는 사문의 조사祖師인 증자曾子와 자사子思의 학통을 잇는 공부를 해서 통치자의 입장에서 덕으로 다스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덕치론德治論으로 완성했고 순자는 안회顔回와 염옹冉雍과 자하子夏의 학통을 이어받아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백성들이 많아야하는데 이 백성들이 잘 사는 길은 예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예치론禮治論을 완성한다.
역사는 이 두 사람을 일러 성인은 아니지만 성인 바로 아래쯤은 된다는 의미로 맹자에게는 공자 다음가는 성인이라 뜻의 아성亞聖이란 칭호를 붙여줬고 순자에게는 맹자 아래가 아닌 맹자 다음 성인이라는 뜻의 차성次聖이라는 미칭을 붙여 주었다.

맹자의 인생에는 그나마도 편모슬하 정도는 됐지만 순자는 그마저도 아니었다. 순자의 일생은 그야말로 우등불가에서 풍찬노숙의 삶을 온몸으로 견뎌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맹자의 모친 장仉씨 부인은 남편이 일찍 죽은 탓에 아비 없는 자식 소리 듣지 않기 위해 맹자를 엄한 정도가 아니라 혹독하게 교육한 엄마라는 게 종래의 해석이다. 훗날 맹자가 결혼을 해서 가정생활을 제대로 못 꾸려간 원인을 엄마의 이런 혹독한 교육에서 찾는 이가 많은데 그 대표적 학자가 청말 금석문의 대가 곽말약郭沫若이다.

반면 순자의 경우는 기록이 일천하지만 다만 15세 때 제나라 임치 직하궁에 있었다는 기록은 분명한데 당시 공부를 했다는 기록과 직하궁에서 군불 때는 허드렛일을 하면서 귀동냥으로 공부했다는 상반된 이야기가 전한다. 아마도 제나라 명재상 관중처럼 일하면서 공부했을 것이라는 게 정설로 굳혀지고 있는데 직하궁 초대 총장 노예 출신 대학자 순우곤은 순자에 대해 고무孤毋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자의는 조금 다르겠지만 요즘 해석으로 이해한다면 아마도 고孤는 홀로이고 무毋는 사고무친의 무일 것이다.

어쨌거나 직하궁에서 허드렛일을 했든 뭘 했든 분명한 것은 순자는 15세 나이에 직하궁엘 갔고 그곳에서 장장 10년 이상의 세월을 공부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제나라 6대 임금 제선왕의 아들이며 제양왕의 아버지 민왕이 영토 확장 욕심에 일을 벌이다가 역풍을 맞아 나라 경제가 절딴 나는 바람에 제나라 국립대학교인 직하궁은 한시적으로 문을 닫게 됐고 순자는 고향 조나라로 돌아온다.

고국에 돌아온 순자는 여기서 미혹자불문迷惑者不問이라는 불후의 명언을 한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묻지 않아서다”라는 말인데 연암 박지원은 이를 주석하기를 “공부는 왕도가 없다<학문지도무타學問之道無他> 모르는 것이 있으면<유불의有不議> 길 가는 행인을 붙잡고서라도<집도지인執途之人> 물어봄이 옳다<이문지가야而問之可也><燕巖朴趾源 北學議序>”고 했다.
본래 이 말은 연암의 장인 이보천의 아우 홍문관 교리 이양천이 연암에게 19~21세까지 2년간 좌구명의 좌전과 사마천의 사기를 가르치다가 꾸짖음으로 한 말이라 전한다. 좌우간 순자는 공부를 쉰 적이 없다. 직하궁에서 배운 것을 읽고 쓰고 외우는 습여지장의 공부를 매일 그것도 지독한 반복학습을 한다.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한 세월을 지내고 비로소 50세가 되어 다시 제나라 직하궁으로 공부하러 간다. 사마천은 사기史記는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에서 이때를 이렇게 기록한다. “순자는 조나라 사람이며<순경조인荀卿趙人> 나이 오십 살이 되어서야 제나라에 건너와 학문을 닦았다<년오십시래유학어제年五十始來遊學於齊>”

순우곤과는 오래도록 함께 지내면서<순우곤구여처淳于髡久與處> 때로는 좋은 말을 얻어 들을 수 있었다.<시유득성언時有得善言> 그리고 65세가 넘자 천하는 그를 스승이라 불렀다. 순자의 이런 공부를 일러 후일 강동팔학사 남당 한원진 선생께서 향촌의 글방 학동들에게 물고불회지학勿顧不懷之學이라 말했다 한다. 돌아보지도 말고 후회할 틈도 주지 말고 공부만 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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