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출산 장려금 아닌 출산 축의금으로”
■ 기고 “출산 장려금 아닌 출산 축의금으로”
  • 작가 문영
  • 승인 2018.12.06 11:25
  • 호수 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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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는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줌’이란 뜻이 있습니다. 젊은 여성에게 ‘아기 낳는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주는 돈이라는 말로 바꾸면, 돈 받고 아이 좀 많이 낳으라는 말이 됩니다. 야한 말이 되기도 하고, 추한 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장려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아기 낳느라고 고생했다고 주는 축의금으로 이름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장려금이 됐든 축의금이 됐든 안 주는 것보다 백배는 낫지만, 250만 원 주며 장려한다고 무작정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먼저 아기를 낳으면 출산 휴가와 휴직을 넉넉히 주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직장에 다닌 경험이 있는 엄마들은 출산 휴가와 휴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험했을 것입니다. 아기 엄마들에게 아이를 돌보는데 넉넉한 기간이란 없겠지만 그래도 타당한 정도의 기간을 휴가와 휴직 처리해주어야 합니다.

둘째 출산 휴가나 휴직을 하고 다시 복직했을 때 인사 상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어 있으니 승진에서 누락되어도 호봉이 오르고 보수는 늘 것입니다(그것 역시 불공평하지만). 그러나 개인기업체에서는 언감생심이지요. 휴직 기간은 인사고과가 없을 테니 승진에서 누락되고, 복직해서도 육아로 인한 조퇴와 결근이 잦을 것이니 역시 인사고과는 바닥일 것입니다. 그렇게 두세 차례 누락되면 어떻게 되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듣는 바에 의하면 조기 퇴직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만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여자도 남자와 같이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긴 여자의 인생은, 어른 세대를 부양하는 일을 떠맡아 고생할 자녀를 낳고 키우느라 사라지고 맙니다. 남에게까지 좋은 일을 하자고 삶의 목표까지 상실하고 맙니다. 아이들이 자라 빈 둥지가 되면 이미 활기를 잃은 중년이 된 여자에게는 일도 삶의 목표도 이룰 수 없는 허상이 되고 말지요.

셋째 육아와 보육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 있느니 비리 유치원에 오른 사립유치원들이 부모를 볼모로 다시 행패를 부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완벽한 대책을 내놓고, 국회의원이 재선을 목표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지 않는다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아이를 낳지 않겠습니까? 아이가 있어서 세상이 살만해지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말입니다.

출산 축의금, 많이 주면 좋지요. 아동수당도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주면 더 좋고요. 그러나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돈만 주면 좋아하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우선 결정해 버리는 정치하는 사람들 바보 아닌가요? 70 넘은 할머니도 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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