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제 맥잇기 사업 제3차 자문회의 주제발표 (2)중고제 판소리를 바라보는 관점과 지향 (정병헌)
■ 중고제 맥잇기 사업 제3차 자문회의 주제발표 (2)중고제 판소리를 바라보는 관점과 지향 (정병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12.19 00:50
  • 호수 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고제 활성화, 현대 판소리 발전 위해 필요하다
고물이 되느냐 명품이 되느냐는 우리 모두의 문제

 

정병헌 전 숙명여대 교수

 

 

 

 

 

 

 

 

 

 

 

 

지난 6일 서천문화원 강당에서 ‘중고제 맥잇기 사업 제3차 자문회의(종합 포럼)’이 열렸다. 충남문화재단의 주최로 서천문화원과 중고제판소리문화진흥회에서 주관한 이날 학술대회에서 정병헌 전 숙명여대 교수(전 판소리학회 회장)의 ‘중고제 판소리를 바라보는 관점과 지향’이라는 제하의 주제발표를 요약해 싣는다.<편집자>

복원이란 말씀을 해주셨는데 복원이란 없어져버린 것을 원상태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멸종된 동물의 유전자를 재조합해서 복원해내는 문제, 또는 일제가 헐어버린 광화문을 조선총독부 건물 앞에 만들었었는데 조선총독부를 헐어버리고 원래 자리에 광화문을 다시 만들었다. 이것을 광화문 복원이라 한다. 얼마 전에 현판 하나 남기고 불타버린 숭례문, 원래 설계대로 그대로 복원을 했다.
이처럼 완전히 없어져버린 것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을 복원이라 한다. 그런데 중고제가 과연 완전히 없어져버린 것이냐. ‘중고제 맥 잇기’라고 써놓았는데 아직 맥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걸 이어서 활성화 하는 것, 이것을 맥잇기라고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완전히 없어져버린 것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숨을 쉬고 있는 것을 활성화 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은 것들이 있다

중고제라는 것이 없어져버린 것인가, 또 그 모습이 어떤 것인가. 이런 것을 살펴보기로 한다. 겨울이면 백화점에 신상품이 나온다. 그런데 작년에 나왔던 것이 좀 싼 값에 다시나오는데 그것을 중고품이라 한다. 더 오래된 것은 고품 정도가 되겠다. 오래된 것을 중고품이라며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은 것들이 있다. 명품인 것들은 오래된 것이지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찬연히 빛을 발한다.
혜초라는 분이 신라 때 중국에서 ‘왕오천축국전’이라는 글을 썼다. 이것이 프랑스에 가 있었다. 혜초는 인도에 갔다가 중국으로 간 후 신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왕오천축국전’은 중국에 있다가 프랑스인이 수집해 프랑스로 갔다가 최근 한국에 왔는데 그 글씨가 오늘 쓴 것처럼 생생했다. 중고제가 고물이 되느냐 또는 명품이 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스승 잘나고 못나고는 제자에게 달려있다. 부모 잘 나고 못 나고는 자식에게 달려있다. 중고제가 고물이 되느냐 명품이 되느냐는 이 지역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많이 거론돼야 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중고제는 이어가야 할 가치가 있는 판소리다. 하나만 있을 때 동종교배를 하면 열성, 즉 못난 것들이 나온다. 그러나 암말과 숫당나귀 사이에서 우성으로 태어난 노새는 힘이 세다. 그런데 열성으로 나타난 버새가 있다. 쪼그라들었다. 한쪽만 발전시키다 보면 경쟁 상대가 없다. 경쟁상대가 없다보면 결국 스스로 멸망하게 된다. 경쟁 상대가 있어야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고 더 발전하게 되는데 현대의 판소리는 경쟁 상대를 잃었다. 그래서 중고제가 옆에서 버티어 주면 현대의 판소리를 더 튼튼하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중고제가 복원돼야 하고 맥을 이어가야 하며 또 활성화 해야 할 가치가 있다. 특히 이 지역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 모든 문화는 그 문화를 탄생시킨 지역과 또 그 지역 사람들과 그리고 그 지역의 문물과 그 지역의 역사를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다. 중고제는 바로 이 지역과 충청 경기지역을 기반으로 나타난 소리이다.

“창극사 초기명창들 충청도분들”

지금 전라도 지역의 판소리와 사람과 인성으로만 가게 됐다. 충청도 분이 전라도 판소리를 배우게 됐다. 송흥록이 거주했던 (남원) 운봉 쪽으로 가서 배우게 된다. 그래서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융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충청도에서 태어난 사람이 전라도의 판소리를 배우는 것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한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가령 충청도 사람이 전라도 명창에게서 판소리를 배운다면 전라도 음악을 바탕으로 한 요구를 들어야 한다. 1930년대의 대명창들은 그렇게 전라도 사투리 사용하지 않았다. 서울 지역의 표준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판소리는 역시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 판소리답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되었고 말투까지 전라도 사투리를 강요받고 있다.
자기 지역에 명품같은 판소리가 있었는데 그걸 하면 모국어를 말하듯 편할 텐데 다른 소리 하느라 아주 힘들어진다. 이 소리도 있고 저 소리도 있고 경상도 소리도 있고... 이처럼 다양하게 한국의 판소리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중고제란 것이 없어진 것이냐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한다. 우선 대상을 바라볼 때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대상은 변하게 된다. 가령 원뿔을 바라보면 원 하나에 점 하나 들어가 있다. 그러나 옆에서 바라보면 삼각형이다. 그래서 위에서 바라본 사람은 원뿔이란 원 안에 점하나 찍혀있는 것이라 말할 테고, 옆에서 바라본 사람은 원뿔이란 삼각형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 그대로 대상을 설명한다. 신만이 전체를 바라보고 말한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 그래서 이른바 3가지의 관점을 설명한다. 우리가 정의를 하게 되는데 올바른 정의란 그 정의에 의해 대상이 남김없이 들어와야 한다. 가령 “사람은 걸어다니는 동물이다”라고 사람에 대해 정의를 내리면 기어다니는 아기는 사람이 아닌 게 된다. 침팬지도 사람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그래서 올바른 정의가 아니다. 그래서 완전한 정의란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체를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사과가 무엇이냐 하면 그냥 사과 하나를 보여주면 된다. 판소리에서도  판소리사 등 구체적인 것들을 배열해주면 된다. 그런 점에서 중고제 실체가 분명히 존재한다. 중고제란 말은 나중에 생겼지만 이동백의 소리가 있고 그리고 창극사의 초기의 명창들은 대부분 충청도 분들이었다. 이 분들이 했던 역사적인 실체를 부정할 수 없다.

스타가 나올 저변 확대 필요

사람이 무엇이냐 하니까 사람을 데리고 다니고, 코끼리가 무엇이냐 하니까 코끼리를 끌고 다니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고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방법이 있다. 속성으로 보는 것이다. 속성의 관점으로 보아도 중고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다음에 활동의 문제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 작품을 쓰는 것만이 문학 활동이 아니다. 그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행위, 또는 취재를 위해 돌아다니는 것도 문학 활동인 것이다. 따라서 중고제 소리를 하는 것만이 중고제 판소리 활동이 아니다. 이를 듣는 행위, 무대를 마련하는 매니저들의 활동도 포함시켜야 한다. 이러한 여러 관점에서 보더라도 중고제의 실체는 존재하고 있고 명품으로 키워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 중고제를 어떻게 키워나가겠느냐. 제일 중요한 건 앞의 배연형 선생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선 스타가 있어야 한다. 야구 하는 나라가 몇 나라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 야구에 열광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도마다 팀들이 있다. 이렇게 해서 많은 돈을 들이고 야구 선수들은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느냐, 그렇지 않다. 가령 미국에 베비브 루드라든가 행크 아론이라든가 하는 스타가 있었다. 열광시킬 수 있는 스타가 나왔다. 그런 스타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가 나올만한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

지자체에서 관심 가져야

그래서 이 지역의 사투리를 쓰고, 이 지역의 역사를 알고 있고 이 지역의 문화를 사랑하는 이런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을 양성하고, 그 사람들이 먹고 살만한 터전을 마련해주어야 하고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역의 독자적인 문화가 빛을 발하게 됐다. 그래서 문학사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의 동상이 세워지고 문학관이 만들어지고 한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뭐가 없는데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령 남원같은 곳에서는 춘향이가 남원 출신이라 했는데 흥부도 남원 출신이라 하고 있다. 그래서 흥부마을도 생겨났다. 심청의 마을은 어디냐. “구례 관음사다” 해서 심청을 자기 지역으로 끌어갔다. 백령도에서도 끌어가려 한다. 그런데 명품같은 중고제를, 지방자치제 하면서 문화사업에 쓸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서양 문화에 익숙해져있는 그런 것들만 키우려 한다. 이런 것을 아무리 키워봐야 따라가는 것밖에 안된다. 그 본고장에 가면 “우리 것 가지고 잘 했네” 이 정도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것을 찾는 젊은이들을 키워줘야 한다. 천리마를 얻기 위해서는 천리마 뼈라도 사야 한다. 젊은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충청도를 기반으로 해서 한국의 문화가 보다 풍성해지고 그리고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리 / 허정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