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책 소개(5)/미술관에 간 의학자
■ 청소년을 위한 책 소개(5)/미술관에 간 의학자
  • 문영
  • 승인 2018.12.25 17:08
  • 호수 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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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인물에게 청진기 들이대는 의사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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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의학자>는 내과 전문의인 박광덕씨가 의학적인 입장에서 본 미술작품 안내서이다. 명화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청진기를 대고 그들의 질병을 찾아내고, 표정과 배경을 보고 마음의 병까지 진찰해낸다.

사진이 없었던 시절에 기록으로 남기거나 기념하기 위한 그림도 많았다. 19p, 20p의 해부학 강의 그림은 인상적이지만 우리나라 의대생들이 해부 수업 후 카데바(시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중세 판 같아 씁쓸하다.

25p 그림은 페스트가 휩쓸고 간 처참한 모습을 눈앞에 보는 것 같고, 83p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은 우리나라 정조의 수원행차도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웅장하다. 마치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에서 시대적 배경과 풍습을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평민들의 빈곤한 삶을 그린 그림도 많다. 한센병 환자를 그린 59p의 ‘거지들’, 132p의 ‘유행에 따른 계약결혼 연작’, 173p의 ‘도박장’등이 그러하다.

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마라의 죽음을 그린 폴 자크의 ‘샤를로뜨 코르테’는 살인자를 영웅으로 그렸는데, 뭉크는 죽은 마라에 자신을 투영하여 코르테를 악녀로 표현했다.

너무 유명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고흐가 압생트(술) 중독으로 황시증을 앓고 있어서 별들이 노란색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199p 그림‘안젤리카를 구한 로제’의 갑장샘 질환, 204p의‘아메리칸 고딕’의 여인은 갑장샘 비대증, 209p의 ‘병 든 바쿠스’의 간염, 229p 안짱다리 소년은 내반족, 그리고 75p 나폴레옹의 전신화에서 위암을 진단했다. 인상에 남는 그림은 ‘안짱다리 소년’이 장애를 개념치 않고 맑게 웃는 그림이다. ‘궁정 난쟁이 세바스찬 데모라의 초상’도 기억에 남는다. 모델을 바닥에 앉게 하고 주먹을 쥐게 하여 인물의 작은 키와 짧은 손가락에서 관람자의 시선을 거둬, 날카롭고 자신감으로 빛나는 모델의 눈과 얼굴에 집중시킨 화가 디에고의 배려는 탁월하다.

평균 한 페이지 걸러 수록된 많은 그림이 눈을 붙잡아 책 읽는데 열흘이나 걸린 것이 큰 단점이다. 대출하여 한 번 읽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서 책을 구입하게 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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