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육’에 대한 생각
‘문해교육’에 대한 생각
  • 수필문학가 문영
  • 승인 2018.12.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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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교육’이라고 자판을 치면 맞춤법에 맞지 않다고 붉은 밑줄이 쳐집니다. 사실 ‘문해교육’에 대하여 모른 사람이 많습니다. ‘문예교육(문학교육)’을 잘못 쓴 거 아니냐고 묻거나 편집자가 마음대로 ‘문예교육’으로 고쳐 쓰기도 합니다. 

‘문해교육’이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자해득(文字解得)능력을 포함한 사회적•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문해교육’을 한글교육, 검정고시, 문맹(文盲)퇴치 교육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해교육’은 단순한 문자 자체의 해독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넘어서, ‘비문해자’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능력을 기르고, 친구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를 맺고, 무엇보다 세상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일상의 문해 능력을 기르는 교육입니다.(출처:종로지킴이)

‘문해교육’은 문자해득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만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문자해득 교육이 급선무입니다. 예금 인출할 때 이름을 자필로 써야하는 것은 물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일하러 가도 자필 서명이 필수입니다. 독거노인이 많은 어르신들 댁에 날아오는 여러 종류의 우편물의 내용을 몰라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에는 가족들과 같이 살아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어르신들께 한글해득은 삶의 질뿐만 아니라 생존에도 관계가 있습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이 ‘한국 치매환자 중 15.6%는 문맹으로 인해 치매가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듯이 문맹은 생존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하는 실정입니다. 마을에 개설한 문해학습장에 나오시는 분들 중에는 치매에 걸리는 분들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글씨를 쓰며 말초혈관을 자극하고 같은 나이 또래와 어울리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우울감도 훨씬 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음악, 신체활동, 현장체험학습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그동안 쓰지 않던 뇌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한 이유일 것입니다. 

마을로 찾아가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학습 현장은 아주 열악합니다. 보드판 하나가 교육 기자재 전부입니다. 상판이 고르지도 않은, 평소의 밥상을 책상으로 쓰며 그래도 좋은 세상 만나 공부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죽기 아깝다고 하십니다. 오늘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7, 80대의 어머니들께서 남은 시간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차원에서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65세 미만 성인의 문맹률을 0%로 낮추면 2050년엔 문맹으로 인한 치매 환자 비율이 1.6%로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치매관리 비용을 국가적으로 60조원 절감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적은 비용을 투자하여 미래의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문해교육은 국가적으로도 남는 투자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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