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제 판소리 적벽가 완창한 박성환 명창
중고제 판소리 적벽가 완창한 박성환 명창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1.03 14:16
  • 호수 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대5명창 이동백·김창룡 뒤를 잇는다

 

▲지난 31일 공주한옥마을 백제방에서 열린 박성환 명창의 적벽가 완창 공연
▲지난 31일 공주한옥마을 백제방에서 열린 박성환 명창의 적벽가 완창 공연

판소리는 한 사람의 창자(唱者)가 한 고수(鼓手)의 북장단에 맞추어 긴 서사적인 이야기를 소리(, 노래)와 아니리(, )로 엮어 발림(몸짓)을 곁들이며 구연(口演)하는 창악적 구비서사시이다.

조선 중·후기에 불리기 시작한 판소리는 서민층에서부터 위로는 임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에 의해 사랑을 받으며 발전해 왔으며 일제 강점기에 탄압을 받기도 했으나 그 맥이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1964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으며 2013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970년대 이후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그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흔히 판소리가 전라도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판소리의 발생지는 충청지역이다. 판소리 광대의 효시로 알려진 최선달이 홍성 결성, 하은담이 목천 출신이며 고수관, 방만춘, 김성옥 등 초기 판소리의 명창들 상당수가 충청도 출신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근대 5명창 중 이동백, 김창룡이 서천 출신이다.

판소리의 유파에는 중고제, 동편제, 서편제 등이 있는데 동편제는 섬진강 동북쪽에서 발달한 힘차고 남성적인 소리로 끄트머리가 경쾌하게 잘라지는 소리, 통성으로 내지르는 소리가 특징이다. 서편제는 섬진강 서남쪽에서 발달한 애절하고 여성적인 소리로 현란한 꾸밈음이 많이 들어간다.

중고제란 판소리란 옛날 판소리라는 뜻으로 그 이전의 판소리를 고제라고 부른다. 목원대 최혜진 교수는 중고제 판소리는 판소리가 규격화되기 이전의 소리로 사람들이 부를 있는 모든 것들을 실험할 수 있었던 그런 시대의 소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배연형 한국음반아카이브 소장(전 판소리학회 회장)중고제 판소리는 한 마디로 옛날 스타일의 판소리이다. 현대와는 달리 상당히 자유분방하다. 놀이판에서 여러 시간에 걸쳐 연행되던 것이 판소리 예술이다. 그러다보니 즉흥적인 것도 많고 아주 자유분방하다라며 중고제 판소리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근대에 와서 심정순(서산), 이동백, 김창룡 등 명창들의 활약으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후대에 전해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동백
▲이동백

최근 중고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고제 판소리 완창 공연이 지난 31일 오후 공주 한옥마을 백제방에서 열렸다. 중고제판소리연구원의 주최와 중고제판소리문화진흥원, 공주시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공연에서는 박성환 명창이 적벽가를 불러 중고제 판소리가 명맥을 잇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고수에는 서용석이 맡았다. 그는 박근영 선생으로부터 판소리 고법을 사사하고 박성환 명창의 중고제 판소리 전담 고수이다.

박성환 명창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현재 시초면 신흥리로 귀촌해 살고 있다. 그는 2013년에 공주에서 적벽가 완창 공연을 했으며, 2016년 겨울에는 그의 고향 논산에서 김성옥 명창을 기리는 헌정공연으로 판소리 적벽가를 완창한 바 있다.

 논산 강경 출신의 김성옥(1795~1830추정)은 민속악에서 가장 느린 장단인 진양조를 창시해

▲정광수
▲정광수

판소리의 새 지평을 연 명창으로 그의 아들 김정근이 장항으로 이주해 아들 김창룡과 이동백을 가르쳤다.

박성환 명창은 정광수로부터 적벽가와 수궁가를, 성우향으로부터 춘향가와 심청가를, 강도근으로부터 흥보가를 사사해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이어받았다. 특히 정광수로부터 이어받은 적벽가에는 이동백이 부른 중고제 판소리의 원형이 살아있어 관련 학계에서도 이를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 최혜진 교수는 삼고초려에서 장판교 싸움까지는 정광수를 통해 이동백의 소리를 직접 전승한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음반을 통해 정정렬, 조학진, 김창룡의 소리를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환
▲박성환

정광수(1909~2003)는 판소리 명창 정창업의 손자로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세를 풍미했던 동편제 명창 유성준(18731949)으로부터 수궁가와 적벽가를 배웠는데 그의 동편제 적벽가에는 앞부분(삼고초려에서~장판교 싸움)이 없는 적벽가였다. 이를 민적벽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광수는 이 부분을 이동백을 찾아가 배웠다 한다.

박성환 명창은 처음 이동백의 중고제 소리를 배우기 위해 정광수 선생을 찾아갔는데 왜 재미없는 것을 배우려고 그래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동백 선생은 다른 보통 사람의 목소리를 뛰어넘는 탁월한 음성을 가지고 있다. 유성기 음반을 들어보면 신묘한 경지가 온다고 말했다.

▲적벽가를 부르는 박성환 명창
▲적벽가를 부르는 박성환 명창

판소리 적벽가는 중국 소설인 삼국지연의가 저본인 작품으로, 그 발생 경로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적벽대전(赤壁大戰) 장면을 차용해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한 후 제갈공명을 모셔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사를 크게 이기고, 관우가 조조를 사로잡았다가 다시 놓아준다는 내용으로 재구성한 판소리이다.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도망가다가 관우와 마주친 협곡의 이름을 따서 화용도또는 화용도 타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날 박성환 명창은 2시간 40분에 걸쳐 적벽가를 완창 했는데 동편제에는 없는 삼고초려부분을 비롯, ‘군사설움 대목’, ‘조자룡 활 쏘는 대목’, ‘적벽화전’, ‘새타령’, ‘군사점고 대목등 적벽가의 눈대목(하이라이트)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애절한 군사 설움 대목에서는 민중들의 반전 사상을 유추해 볼 수도 있었다. 이 내용은 삼국지연의에는 없다.

더늠으로 들어간 새타령은 음반에서 듣던 이동백의 새타령이 다시 살아온 듯했다. ‘새타령은 적벽화전에서 죽은 군사들이 원조(怨鳥)가 되어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와 원한, 전투상황 등을 노래한 중모리장단의 소리대목으로 비장미가 짙게 배어 있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섭 공주시장이 100여명의 관객들과 끝까지 함께 하며 적벽가 완창을 지켜보았다. 그는 공주가 중고제 판소리를 다시 이어갈 중심지로 되기 위해 공주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흔히 중고제 판소리를 조미료를 치지 않은 할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는 음시에 비유하기도 하다. 이 같은 중고제 판소리의 특성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며 차츰 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주, 홍성, 서산 등 지자체에서 중고제 판소리 진흥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서천은 중고제 명창 이동백과 김창룡을 배출한 곳이다. 이동백 명창 선양사업의 일환으로 전국국악경연대회를 6회째 이어왔지만 앞으로 중고제를 꽃피운 고장답게 판소리 저변인구 확대와 후진 양성을 위해 더 많은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