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1.09 13:17
  • 호수 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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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들이 선택한 벼랑 끝 공부법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묶어 놓은 채 졸음을 물리쳐 가면서 공부하는 것을 현량지습懸梁之習이라하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는 고통을 감수해서라도 잠을 깨우며 공부 하는 것을 자고지학刺股之學이라 한다.
어찌 보면 자신을 학대하는 것 같지만 흙수저 인생들이 뼈아프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벼랑 끝 전술과 같은 공부법이라 하겠다. 여기서 학습이란 말의 선험적 덕목이 나왔다. 공자가 논어 첫줄에서 말한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의 각주脚注인 셈이다.
송宋나라 이방李昉이 편찬한 백과사서 태평어람太平御覽 지선志先편 기록에 의하면 현량懸梁이라는 말은 중국 한漢나라 때의 학자 경국지재經國之才 손경孫敬의 공부법인데 그의 스승에 대해서는 딱히 드러난 것이 없다. 다만 전하는 이언에 의하면 일생을 단 한 번도 문밖을 나온 적이 없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스승을 일러 우암 송시열은 은자들의 스승이라는 사무왕교지의은사師無往敎之矣隱師라불렀고, 세상은 천길 낭떠러지 같은 곳에서 배수진치고 가르친다 하여 천벽지회千壁之誨라 불렀다. 훗날 육상산은 제자들에게 이러한 공부법을 폐문지교閉門之敎 공부법이라 불렀으며, 불가에서 동한거, 하안거의 원류로 공부를 다 마칠 때까지 세상에 나가지 않는 끝장 공부다. 또한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편에 의하면 전국시대에 종횡가縱橫家로 명성을 떨친 화가위국지재化家爲國之才 소진蘇秦의 공부법이다.
사기史記에 따르면 소진은 동쪽 제齊나라 첩첩산중에까지 스승 귀곡자를 찾아가서 공부를 했는데 그에게는 커다란 근심거리가 하나 있었다. 잠이 많고 또 낮에 졸음이 많다는 것이 심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스승 귀곡자는 세 가지 <자삼계諮三戒>을 주는데 첫째 새벽에 일어나고<기일계기인其一戒起寅>, 둘째 낮에 졸지 않으며<기이계불수其二戒不睡>, 셋째 엉덩이가 물러 터질 때까지<기삼계둔렬其三戒臀裂> 공부한다. 그래도 졸리면 그때는 스스로 뜻을 접고 범부로 돌아가거라.<연즉불수귀범부然則不守歸凡夫>
스승의 단호함에 당황한 소진은 바늘로 자신의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공부를 하게 된다. 공부를 하는 데는 반드시 두 개의 목적을 가져야 한다. 뜻을 펼 것인가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살 것인가이다. 뜻을 펴는 데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어려서 등과를 하면 만사가 잘 풀린다는 소년등과만사행少年登科萬事幸의 청운의 길靑雲之道과 세상에 가장 불행한 일은 어려서 등과 하는 일이라는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의 백운의 길白雲之道이 그것이다.
청운의 길은 공부를 하되 등과를 통한 치민지학治民之學의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고 백운의 길은 등과와는 전혀 관계없이 세상을 등지고 수기지학守己之學으로 오로지 공부만 많이 해서 초야에 묻혀서 기껏해야 한다는 것이 궁벽리窮僻鄕里의 초동樵童 서너 댓 명 정도 가르치며 일생을 소요유逍遙遊하는 인생이다.
논어는 헌문편에서 공부를 크게 둘로 나누는데 좋아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해야 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의 공부와 공부가 즐겁고 신이 나서 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공부다. 논어 옹야편雍也篇은 이런 공부를 풀이하기를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知者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로 풀었다.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인데 중용中庸 20장은 이 앎에 대하여 세 단계로 구분을 해 놓는다. 혹은 태어날 때부터 아는 자가 있는가 하면<혹생이지지惑生而知之> 혹은 배워야 만이 아는 자가 있고<혹학이지지惑學而知之>, 혹은 죽어라 공부해도 겨우 몇 개 아는 자가 있는는데<혹곤이지지惑困而知之> 결국 그 아는 데 이름에는 한결같다<급기지지일야及其知之一也>는 말이다.
평범하게 살 거 같으면 그렇게 많은 공부가 필요치 않다. 그저 남 밑에서 남이 시키는 일 하는데 지장 없을 만큼만 하면 된다. 문제는 꿈을 꾼다거나 뜻을 세웠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포 스승 세공도인 벽사辟邪는 립立 수守 정征이라 했다. 뜻을 세웠으면 지켜야 하고 지켰으면 이루라는 말이다<三國志演義呂布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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