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8) 내 생애 첫 우리말
■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8) 내 생애 첫 우리말
  • 문영 작가
  • 승인 2019.01.16 15:48
  • 호수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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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우리 고유어 ‘범’으로 바꾸어야
▲‘내 생애 첫 우리말’ 표지
▲‘내 생애 첫 우리말’ 표지

내 생애 첫 우리말의 저자 윤구병 선생은 보리출판사의 대표이셨다. 지금은 전북 부안에 변산 공동체 학교를 만들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시다. 선생이 간암 3기라는데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자연사 할 나이가 훨씬 지났으니 자연에 맡겨두려는 때문이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말이 어떻게 생겨났고, 무슨 일을 겪으며 지금 우리가 쓰는 말로 변화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해결되는 듯하다. 첫째 장에서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나온다. 이 동화에 호랑이가 등장하는데, 호랑이를 우리 고유어인 범으로 바꾸어야 이 동화가 바르게 해석되고 해와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알려주는 신화가 된다고 하셨다.

범은 밤으로 해석되며, 다시 어둠으로, 그래서 어머니는 범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돌아가신 것이다. 오누이가 범에게 쫓긴 것이 아니다. 호롱불마저 꺼져버린 방에 범(어둠)이 들어오자 오누이는 두려워서 밖으로 나와 나무(나무는 생명수를 상징한다)에 오른다. (-어둠-죽음)도 따라 오르다가 범()은 떨어져 죽고 만다. 범은 어둠,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땅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우리가 아는 대로 범이 아닌 호랑이로 바꾸어 놓으면 잔혹 동화가 되지만 범으로 바꾸니 해와 달의 생성신화가 된다.

우리말은 왜 사라졌으며 어린애도 까막눈 할머니도 알아듣고 쓰기 쉬운 우리말과 글이 이렇게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어여삐 여겨 말과 생각을 쉽게 글로 쓸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드셨다는데 받침이 두 개씩이나 있는 글자가 수두룩하니 어려운 글자가 되었다. 그런데 독립신문이 나올 때만해도 받침은 여덟이나 일곱 자만 쓰는 것이 전통이었다고 한다. 세종대왕께서 어려운 겹받침 글자를 많이 만드신 것이 아니다. 한글이 이렇게 어렵게 된 데는 훈민정음 해례본(1940년에 발견)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을 정리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의 뿌리를 찾아 땅을 파보니 그 속에서 고구마 덩이뿌리가 줄줄이 매달려 나오는 것처럼 숱하게 많은 우리말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신화에서 시작하여 접근하기 쉬웠지만 갈수록 학문적 깊이를 더해간다. 그러나 문체가 어린이에게 옛날이야기 해주듯이 구어체로 서술해서 친근감이 가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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