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온라인 예매와 노인들의 애환
■ 모시장터 / 온라인 예매와 노인들의 애환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9.01.16 16:01
  • 호수 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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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 뉴스를 보다가 설날 코레일 승차권을 예매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 벌써 설날이 다가오나?’

그저 무심하게 새해를 맞이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기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설날은 25일이기에 거의 한 달이 지나야 한다. 물론 2월 초부터 주말 연휴이니까 설날 분위기는 더 앞당겨질 것 같다. 그래도 20일은 족히 지나야 한다. 설맞이 소식보다 더 놀란 것은 이미 코레일 승차권을 온라인 예매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니, 벌써 승차권을 예매하라니! 작정하고 설맞이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시간까지 정하여 승차권을 구매한다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예매 대기자 순번이 2000번이 넘어 섰으며, 자기 순서까지 기다리려면 언제나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 순번이 닥쳐도 다른 일로 인하여 그 순번을 넘기면 헛수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기다리는 시간에 별도의 게임이나 카톡 등을 즐기며 잘 기다리지만, 인터넷 접수를 한 노인들조차 대기 시간의 무료함을 다른 곳에서 찾다가 넘기기가 예사이다. 아마 그 정도의 수준에 다가간 노인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실제로 기차역에서 하소연을 하는 노인을 본 적이 있었다.

아이구, 이젠 노인들은 기차도 못 타겠어. 승차권 발매 창구에 가면 자리가 없댜. 일찌감치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인가 뭘로 다 예매해버렸다는구만.”

늙은이들은 자식새끼들 만나러 갈래도 못 가!”

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다보니 명절날 가족을 만나기 위해 코레일을 이용하려고 했던 노인들 중에 포기한 채 쓸쓸한 명절을 보내는 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두세 시간이거나 네댓 시간을 꼼짝없이 서서 가야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온라인 문화에 밝은 젊은이들은 거의 다 의자에 편히 앉아서 기차 여행을 즐기는데, 늙은 노인들은 문화 지체자인 덕분에 형벌의 시간을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인 것이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입석으로 인해 서서 가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자리 양보를 해 주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엉덩이가 짓물러 터져도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코레일로 서너 시간을 달릴 거리라야 입석과 좌석 값 차이는 5백 원짜리 동전 한 입 차이도 안 된다. 그런데도 노인들은 5백 원도 안 되는 돈이 아까워서 입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는 것일까?

필자는 장거리 여행에 남다른 부담을 안고 있다. 조금 긴 시각을 의자에 앉아있으면 졸음 증상이 여지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가 운전을 해도 1시간 이상 운전하는 것에는 항상 상당한 부담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장거리를 가야 할 때에는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한다. 그런데 필자도 아직까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장거리 여행 때에도 기차나 버스의 승차권을 인터넷 예매보다 직접 창구에 찾아가서 구입하는 편이다. 그러나 매진이거나 좌석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인터넷이라는 것을 모르는 노인들은 어떠하겠는가? 더구나 요즘은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이 명절을 맞이하여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웃어른을 찾아가는 귀성객보다 시골에 사는 부모나 웃어른들이 젊은 자식들을 찾아 서울이나 도시로 찾아가는 귀경객의 수가 점차 많아진다고 한다. 그만큼 노인들도 가만히 앉아서 자식들과 손자 손녀를 기다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처럼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정보 통신을 익숙하게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여 그건 네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대중교통은 승차권 발매부터 하차 후에 출구 밖으로 나갈 때까지 누구에게나 머뭇거림 없게 편리해야 한다. 아무리 온라인 예매가 코레일 사측이나 승객들에게 윈윈(win-win)한다고 하여도 이로 인해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 또한 오늘날의 민주정부가 추구하는 국민복지에 부응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코레일을 비롯한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사측에 촉구한다. 양 대 명절에는 일주일 전까지 만이라도 10% 정도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승차권 발매 창구에서 직접 예매표를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만일 승차 당일이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남는 좌석이 있다면, 그 때에는 일반인에게 넘겨도 사측에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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