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8)위기의 서천 김-최종회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8)위기의 서천 김-최종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2.13 13:44
  • 호수 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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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식·무기산 사용으로 망가지는 삶의 터전

적정 규모로 갯벌 생태계 보전·지속가능한 김 양식 도모해야

뉴스서천은 지난해 7월부터 서남해안의 강 하구 갯벌이 하굿둑으로 파괴된 현장을 취재해 17차례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서천 갯벌로 돌아와 서천군 경제의 주축인 김 양식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봅니다.<편집자>

 

▲김발에 포자를 붙이는 작업
▲김발에 포자를 붙이는 작업

500년 역사의 서천 김

전 세계에서 해조류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 가운데 김 양식을 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북한, 대만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나라 가운데 한국은 단연 양식 김 생산 1위 국가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김 생산량은 물김 36.4억톤에 마른김 14000만속으로 같은 해 일본의 물김 19.5억톤, 마른김 7500만속의 2배 가까운 물량이었다. 2012년도 중국의 물김 생산량은 9.1억톤에 마른김 3500만속이었다. 2000년도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물김 7~8000톤에 마른김 3~8백만 속을 생산했다. 이처럼 한국은 세계 김 생산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김 양식을 하는 곳은 크게 전남의 다도해권과 금강 하구권, 그리고 경기도 대부도 지역이다. 조선시대에는 낙동강 하구와 섬진강 하구, 그리고 금강 하구가 3대 김생산지였다. 1481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충청도에는 홍주목, 태안군, 비인현, 남포현, 결성현, 보령현, 해미현에서 김 양식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서천의 김 양식의 역사는 500년 이상이다.

 

영양염류를 먹고 사는 김

한국 연안에는 약 753종의 해조류가 있다. 파래나 청각 등 녹조류가 98종이고, 미역, 다시마 등 갈조류가 166, ,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가 489종이다.

양식 김은 김발에 부착된 포자가 발아하여 유아에서 중성포자(단포자)를 방출하면 영양번식을 하여 성숙엽체로 성장한다. 이때 바닷물에 함유된 육지에서 온 영양염류를 섭취하면서 자란다.

김 양식 방식에는 부류식과 지주식이 있다. 부류식 김은 24시간 물에 잠겨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만 지주식은 썰물 때 수면 밖으로 노출될 때에는 영양섭취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량이 적다. 서천군에서 부류식 김 양식 어장 면적은 2017년 기준 3185ha이며 지주식은 148ha이다.

 

올해에도 김 황백화 현상 발생

김 황백화 현상의 직접적 원인은 영양염 부족이다. 해조류는 생장시 무기탄소와 영양염류(질소, , 규산)가 필요하다. 김이 생장하면서 섭취해야 할 물질이 부족해서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가 황백화 현상이다.

영양염류가 부족한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식물성플랑크톤이 대량 발생해 이들이 김 엽체에게 가야 할 영양염류를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하굿둑의 영향으로 육지에서 강물을 따라 유입되는 영양염류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금강 물은 진안의 용담댐, 대청호, 백제보 부근 등지에서 취수돼 만경강이나 삽교천 수역 등지로 보내진다. 금강호 군산쪽의 나포양수장이나 서포양수장에서도 취수돼 만경강 수역으로 보내진다. 이러한 이유로 금강 본류에서 배수갑문을 통해 방출돼 서천군 연안의 김 양식장에 닿는 금강물은 예전에 비해 훨씬 줄었다.

201711월부터 황백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해 서천군 2018년산 물김 위판량은 전년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2017년산 물김 위판량은 총 24649440kg이었는데 2018년산은 12964920kg으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에도 마서면 쪽에 일부 황백화 현상이 발생했다. 군 해양수산과에 따르면 지난 123일까지 서천군 2019년산 물김 생산량은 21813톤으로 올해 생산 계획량 42000톤의 52%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서천군수협은 8994톤 생산에 683000만원의 실적을 올렸으며 서부수협은 12819톤 생산에 1013600만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서천군수협에 따르면 마서면 지역은 7회조 채취 중이며 김 엽체 노화 등으로 품질이 저하되어 2월 말경 김 양식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양식어장 항공사진에 나타난 면허구역 밖에 설치한 불법 김 양식
▲김 양식어장 항공사진에 나타난 면허구역 밖에 설치한 불법 김 양식

 

불법 설치 어장, 황백화 부채질

뉴스서천이 군 해양수산과에 정보공개를 통해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천군 김 양식면허는 3333ha27건이며 총시설량은 71839책이다. 그러나 항공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준법시설량은 482책으로 전체의 55.8%이며 44.2%가 불법시설이다. 이 가운데 261책이 초과 시설이며 31496책이 무면허 시설이다.

군 해양수산과 담당 공무원은 불법 어업으로 단속이 돼도 벌금만 내면 된다는 배짱이어서 불법 김양식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단속만으로는 어업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적정 규모를 벗어난 김 양식은 김 엽체의 영양염류 섭취량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한편 허가 구역 외의 김발 설치는 겨울 주꾸미잡이 그물을 설치한 위의 수면에 설치해 주꾸미잡이를 방해함으로써 어민들 간에 갈등마저 낳고 있는 실정이다.

▲김 활성처리제를 배에 싣고 있다.
▲김 활성처리제를 배에 싣고 있다.

김 활성처리제

김 활성처리제는 김 양식장에서 잡조제거, 병해방제, 성장촉진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김이 양식되는 동안 파래, 매생이, 규조류 등 이물질이 달라붙어 김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갯병이 발생해 김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활성처리는 산처리(酸処理)라고도 하는데, 산처리를 한 김은 색택과 윤기, 바삭함 또한 좋아진다는 것이다. 생산량 증대 등을 위해 과거에 무기산을 활성처리제로 사용했으나 정부는 국민정서, 해양생태계 보존 등을 감안해 무기산 사용을 1994년부터 금지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유기산(organic acid, 有機酸)을 주성분으로 하는 김 활성처리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무기산 사용을 막기 위해 단속과 더불어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유기산 활성처리제 구입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양식 어민들은 효율이 낮고 가격이 높은 유기산의 사용을 꺼리고 있으며 암암리에 무기산을 사용하다 단속 대상이 돼 이슈로 떠오르곤 한다.

패류 양식이나 어선어업을 하는 어민들에게 불법 무기산 사용은 치명적이다. 물보다 무거운 무기산을 수면에 뿌리면 가라앉아 바지락 등 각종 패류와 어류의 산란장을 파괴하고 갯벌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다수확 위주의 정책보다는 적정 규모의 김 양식으로 갯벌 생태계를 보전하고 질 좋은 김 원초를 생산해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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