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선생 외교활동 관련 문서 첫 공개
월남 선생 외교활동 관련 문서 첫 공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2.28 00:21
  • 호수 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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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외교 현안 및 대미활동 상세 수록
▲공관원 업무편람인 ‘미국공사왕복수록’
▲공관원 업무편람인 ‘미국공사왕복수록’

18876월 박정양이 미국에 전권대사로 임명되자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돼 박정양과 함께 1888년 미국에 간 월남 이상재 선생이 간직한 외교활동 관련 문서들이 약 13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문화재청은 이상재 종손인 이상구(74) 씨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보관해 온 미국공사왕복수록’(美國公私往復隨錄), ‘미국서간’(美國書簡) 등 옛 문헌과 사진 8건을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월남 선생은 18881월 미국에 도착해 그해 11월 청의 압력으로 귀국했으나, 주미공사관 개설을 위해 힘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기증 유물은 대부분 이때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미국공사왕복수록과 미국서간은 학계에 처음 소개되는 자료로, 조선과 미국의 외교 현안을 비롯해 공사관 운영 상황과 공관원 활동상이 상세히 기록됐다.

미국공사왕복수록은 공관원 업무편람이라고 할 만한 자료다. 특히 미국에서 1888년 조선기계주식회사를 설립해 철로, 양수기, 가스등 설치를 제안하면서 작성한 규약과 약정서 초안이 주목된다.

▲1887년 8월부터 1889년 1월까지 작성한 편지 38통을 묶은 ‘미국서간’
▲1887년 8월부터 1889년 1월까지 작성한 편지 38통을 묶은 ‘미국서간’

 

미국서간은 이상재가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된 18878월부터 18891월까지 작성한 편지 38통을 묶은 사료다. 서간은 대부분 집안일에 관한 내용이지만, 공사관 운영 실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예컨대 미국 풍속은 민()을 주권으로 삼는다. 소위 군주는 4년마다 교체되고, 인민이 회의해서 차출한다. 그러므로 군주는 권한이 없고, 오로지 민의를 주로 삼을 뿐이다라거나 공관은 매년 임대료를 780원씩으로 정하고 입주했다. 관내의 일용 집기는 15백여 원으로 구입해두었다. ·석반은 관내에서 지어 먹는다고 적었다.

이외에 박정양이 남긴 서양견문록인 미행일기초록으로 추정되는 문헌과 공사관 재직 시 업무메모, 이상재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생애와 업적을 정리한 책인 월남 이상재도 박물관에 기증됐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이상재 유품은 19세기 후반 조선의 대미활동을 생생하게 알려준다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련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공사관원들이 직접 기록한 자료가 발굴돼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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