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고전이 주는 지혜는 전술이 아닌 ‘전략적 사고’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고전이 주는 지혜는 전술이 아닌 ‘전략적 사고’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9.02.28 16:25
  • 호수 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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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이 행실에 대해 묻자<자장문행子張問行> 공자 답한다.

“<자왈子曰> 말이 성실하며 신의가 있고<언충신言忠信> 행동이 돈독하고 경함이 있으면<행독경行篤敬> 비록 오랑캐 나라에 가더라도 통하게 될 것이고<수만맥지방행의雖蠻貊之邦行矣>, 말이 충실하지 않으면서 신용도 없고<언불충신言不忠信> 행동도 돈독하지 않고 경함도 없다면<행부독경行不篤敬> 비단 제 고향인들 통하겠는가<수주리행호재雖州里行乎哉>. 서 있을 때는 이 말들이 눈앞에 늘어서 있듯이 보고<립즉견기참어전야立則見其參於前也> 수레 안에 있을 적에는 이 말들이 멍에 채에 기대어 있듯이 보라<재여즉견기의어형야在輿則見其倚於衡也>. 대저 그렇게 된 후에 행한다<부연후행夫然後行>”

자장은 이 말씀을 허리춤 띠 자락에다 적었다/<자장서저신子張書諸紳. 논어論語위령공衛靈公여기서 주목해 볼 한자가 재여즉견기의어형야在輿則見其倚於衡也문장 말미에 나오는 형이다. 은 저울대 형<멍에형>으로 함<은 재갈이고. 은 재갈물림이다>과 가와 함께 멍에라는 의미로 풀이되곤 하는데 가에 해당되는 한자가 함이라면 형은 우에게 해당 되는 한자이다.

여기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쟁기를 끌 때 소의 목에 얹는 꺾쇠<>보다는 조금 완만하게 구부러진 막대인 나무토막을 멍에라고 한다. 소의 목에 적당히 구부러진 막대를 올려놓으면 소는 목뼈 바깥쪽 뼈와 뼈들 사이에 얹혀진 굽어진 막대가 기어처럼 맞물려 걸려있어서 소의 입장에서는 빼도 박도 못하고 죽을 때 까지 굽어진 막대를 목에 얹은 채 그 막대에 연결된 쟁기나 수레를 끌어야 한다. 이것을 멍에를 진다고 말하는데 멍에를 진다는 것은 곧 형벌이다. 죽어 쓰러질 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우회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는 두 번째 풀이로 명토박아놓고 있다. 그런데 이 멍에가 반전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점 하나를 찍음으로 해서 명예가 된다는 것이다. 쟁기를 끌던 소가 반전이 있은들 얼마나 있겠는가마는 이게 어찌 꼭 소를 이름이겠는가. 사람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그 중심에 공부가 있다.

1973년 후난성 장사長沙시 마왕퇴馬王堆라는 한나라 때 무덤인 고고학 유적지에서 비단으로 된 책 전국종횡가서戰國縱橫家書를 비롯 귀곡자鬼谷子가 제자를 가르치던 공부법에 관한 책자 뭉치가 함께 출토 됐는데 귀곡자의 해석에 따르면 형은 남자라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두 개의 풀이가 존재한다. 공부를 해서 출세를 하든가, 공부를 안 해서(?) 저자거리에서 목이 잘려 죽든가 둘 중 하나이다. 이런 공부를 함마공부啣磨工夫또는 함매지학銜枚之學이라 한다.

귀곡자 왕후王詡선생이나 사마휘 수경 선생 같은 경우는 축시丑時형 인간이라 하여 요즘 시간으로 새벽 2-3시 사이에 깨어나 공부를 시작해 술<저녁 7-9>까지 하고 해<9-11>에 강<시험>을 바치는데 그날 배운 공부가 강<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벌칙으로 밤새껏 종이를 입에 물고<> 공부를 한다. 그리고 그의 제자들에 이르러서 허벅지 살을 송곳으로 찔러가면서 공부했다는 추자고錐刺股 공부법과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매어놓고 공부했다는 두현량頭懸樑 공부법이 나왔고 한나라 손경孫敬에 이르러 추자고 공부법을 실천해 기록에 남겨져 오늘날 현량자고의 고사가 나왔다.

고래로 축시형 인간이란 굳은 의지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하기 힘든 공부법 중에 하나다. 율곡이이는 격몽요결첫줄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선수립지先須立志. 모름지기 먼저 뜻을 세우라는 말이다. 사람 중엔 여포가 제일이고<인중여포人中呂布> 말 중엔 적토마가 제일이다<마중적토馬中赤兎>는 삼국지 최고의 맹장 여포는 젊은 날 세 명의 스승을 모셨는데 단 한 스승에게서라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다. 세 분의 스승이 공부하다 말고 싫증나서 떠나는 여포에게 공통적으로 들려줬다는 말 중 하나가 전적비학기종혜략典籍肥學其終慧略이다. 풀어보면 고전의 끝은 지혜다. 지혜는 전술을 넘어선 전략적 사고라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해서 속도보다 방향, 즉 공부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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