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만 고집하는 행정, 교사의 신념·교권은 어디로
절차만 고집하는 행정, 교사의 신념·교권은 어디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3.14 15:11
  • 호수 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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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맡긴 돈으로 간식 사준 교사

도교육청, 고발…법원, “과태료 타당치 않다”

최근 서천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의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주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역시 서천에서 교사로 일하는 A교사의 남편이 최근 자신의 훼이스북에 사연을 게재하며 알려지게 되었다. A교사의 남편이 훼이스북에 올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5월 수학여행 때의 일이었다. 학부모회 부회장이 학교로 찾아와 학부모들이 걷은 회비 중 30만원을 수학여행 인솔하는 학년부장인 A교사에게 아이들 간식을 사주라며 건넸다. 수학여행 기간에 A교사는 사비까지 보태어 아이들에게 두 번에 걸쳐 간식을 사주었다.

얼마 후 A교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법률)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와 도교육청 감사관실의 조사를 받고 감사관실에 의해 해당 학교는 법원에 과태료 처분을 해달라고 고발했다.

당연히 A교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고 교육기관인 교육청에서 법리적인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아이들에게 초코파이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었던 교사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교사는 최소 감봉의결 요청이 들어간다. 받은 돈이 100만원 이하이고 수동적이었다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청렴 충남교육청 징계 기준이 그렇다. 무엇보다, 해당 교사는 평생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교사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 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지역 교직사회는 들끓었다. 40여명의 지역 교사들이 자신의 신분증을 복사해 첨부하는 자필 탄원서를 냈다. 이미 다른 학교로 A교사를 위해 학생들이 나섰다. 60여명의 학생들이 재판관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썼다. “○○○ 선생님이 우리에게 어떤 사람인 줄 아느냐. 그런 선생님께 어떻게 이런 죄명을 씌우느냐이러한 내용을 도교육청 감사관실에 전달했다. 그러나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우린 절차대로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최근 A교사는 법원의 판결문을 받았다.

당시 이들 사이에는 직무관련성이 직접적이거나 강하다고 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그러한 부적절한 관행이 있었다고 하여 이와 같은 간식비 수수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 설령 그러한 행위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더라도,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과 정성이 가득 눌러 담긴 탄원서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이번에는 대상자 ○○○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하는 것이 타당하다.”

 

A교사의 남편인 B교사는 판결문을 받고 A교사의 부정한 행위를 조사했던 도교육청 주무관에게 모든 걸 여기서 끝내겠다며 해당 교사에게 문자라도 보내달라고 주문을 했고 답변을 받았다 한다.

이번 사건은 한 교사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활동을 할 때 교육청은 어떠한 입장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점을 던지고 있다.

B교사는 이 사건의 발단은 학폭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 한 명이 학교를 망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논 뒤 교육활동 전반을 샅샅이 훑으면서 포착한 사건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학부모와 결탁해 사사로이 돈을 챙겼다고 권익위에 제보해서 시작된 문제였다. 교사들의 교권 문제도 심각하게 추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한편 돈을 받기 전날 A교사는 교감에게서 내일 학부모회에서 간식비 주러 온대요라는 말을 들었으며 해당 학부모도 사안 발생 전날 교감선생님에게 이야기 했다고 사실 확인을 해줬다 한다. 사실 교감은 학교에서 행동강령 책임관이다. A교사는 학부모의 심부름을 행동강령 책임관의 허락하에 수행했을 뿐이었다.

훼이스북에는 마음고생이 심했을 교사부부에 대한 격려의 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도교육청의 교육행정은 너무 야박해 보인다학교발전기금으로 접수해서 학교예산에 편입해 놓고 지출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가 그런 행정적인 것까지 세세히 알고 처리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절차대로만을 외치는 교육청의 일 처리에 교육현장이 많이 망가지고 있어 아쉬움을 넘어 분노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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