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정 생태우수마을에 태양광발전단지?
환경부 지정 생태우수마을에 태양광발전단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3.27 14:26
  • 호수 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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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늘이려는 서천군 정책에도 반하는 일”
판교면 등고리 주민들 반대 나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등고리 마을 주민들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등고리 마을 주민들

서천군의 진산 천방산 자락이 판교천과 길산천의 수계를 나누며 남쪽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서편에 판교면 등고리가 있다. 남향받이에 옹기종기 집들이 자리잡고 긴 골짜기에는 다랭이 논들이 1km가 넘게 이어져 있다.

20093월 이곳에 산너울마을 조성사업이 완료돼 34세대가 입주했다. 산너울 전원마을 사업은은 도시민의 농촌 이주·정착을 지원하는 농림부의 전원마을 조성사업과 산자부가 지원하는 그린빌리지 조성사업을 연계해 귀촌인들을 서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서천군이 추진한 사업이었다. 새 식구들을 맞은 등고리에는 현재 65세대 165명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태양광발전사업자가 이 마을에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마을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등고리 마을회관 바로 코앞인 210번지와 213번지 다랭이논 두 필지를 사들인 태양광 업자는 지난 1월에 군청에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냈다. 뒤늦게 이를 안 주민들은 최근 마을 총회를 열고 태양광발전 반대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5일 마을 주민들을 만나보았다.

조남성 마을 이장은 전통마을을 파괴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마을은 환경부에서 생태우수마을로 지정한 마을입니다. 생태환경이 좋기 때문에 외지에서도 이 마을에 들어와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곳에 태양광발전단지를 들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마을의 경관이 훼손되는 일을 벌이려하면서도 설명회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입구에 걸은 현수막
▲마을 입구에 걸은 현수막

65가구라고 하지만 실제 와서 살고 있는 가구 수는 73가구라고 박종환 노인회장이 전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11가구가 이주해 정착했고 앞으로 13가구가 더 입주할 예정입니다. 서천군이 인구늘리기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는데 이런 마을에 태양광발전을 허가한다면 이는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인구 줄이기입니다.”라고 말했다.

산너울마을에 정착해 살고있는 귀촌인 김한솔씨는 전기 소비지는 도시인데 농촌 공간을 파괴하면서 들어서도록 하는 정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귀촌인 김재진씨는 이 마을은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섞여있는데 원주민들의 텃세라는 것도 없고 이주민들이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서천의 어느 마을보다 마을 화합이 잘되고 있는데 태양광발전은 이러한 농촌공동체가 파괴하는 것 아니겠어요?”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우수마을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우수마을

등고리는 서천군 연극의 요람이기도 하다. 서울 대학로 연극계에서 이름있는 연극연출인이었던 고금석씨가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2012년 극단 산너울패를 꾸리고 선주민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산너울패는 서천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창작 공연해왔다. 해마다 연말이면 마을 주민들 모두 함께 모여 화합을 다지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산너울마을에 살고 있는 전 장항중학교 교사 황금성씨는 이러한 공동체 정신이 파괴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거의 마을 주민 대부분이 참여한 서명용지를 지난 25일에 군청에 제출해 마을 사람들의 뜻을 알렸다.

오는 45일 군은 계획위원회를 열어 개발행위허기신청을 심의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에 맞춰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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