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불학필욕不學必辱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불학필욕不學必辱
  • 편집국
  • 승인 2019.04.10 21:57
  • 호수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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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나라 영공이 공자에게 병법을 묻자 공자는 제사에 대한 일이라면 조금 들은 바 있지만 군대에 관한 일은 배우지 못했다며 물러나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갔다. 왜 모르랴마는 위나라 영공이 워낙 무도해 피하고 싶었을 뿐이다.

를 떠나 진으로 가던 중 광 땅에서 악인 양호陽虎의 무리로 오인 받아 재물이며 양식이며 모든 여비를 다 빼앗기고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원문은 이렇다.

나라에 있을 때에 양식이 떨어지니<재진절량在陳絶糧> 제자들이 병까지 들어<종자병從者病> 일어나지 못하였다.<막능흥莫能興>”

역사는 이를 진채지액陳蔡之厄(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당한 봉변. 司馬遷史記)이라 기록한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공자 일행은 공자 본래의 고향(공자의 선조는 송나라 사람으로 노나라에 망명해 뿌리를 내림) 나라를 지나는데 송나라의 대장군 사마환퇴司馬桓魋로부터 죽을 위험에 제자들이 걱정하니 공자가 위로의 말로 하늘이 나에게 덕을 줬는데<천생덕어여天生德於予> 환퇴 따위가 뭘 어쩌겠는가<환퇴기여여하桓魋其如予何.論語述而7-22>”라고 했다. 이 말 끝에 부아가 난 자로가 들고 일어났다. 자로가 공자에게 가서 화난 얼굴로 말한다.<자로온견왈子路愠見曰>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군자역유궁호君子亦有窮乎>”공자가 답한다. “군자의 삶은 늘 궁하지.<자왈군자고궁子曰君子固窮> 그러나 소인은 궁하면 못 할 짓도 없지.<소인궁사람의小人窮斯濫矣. 論語衛靈公15-1>”

이 끝에 나온 말이 논어 안연편의 사마우 문인問仁이다. 사마우가 인을 묻자<사마우문인司馬牛問仁> 공자는 인한 자는 말할 때 가려서 말 한다.<자왈인자기언야인子曰仁者其言也訒>” 사마우가 말하길 가려서 말을 하기만 한다면<왈기언야인曰其言也訒> 이를 인이라 할 수 있습니까?<사위지인의호斯謂之仁矣乎>” 공자 왈, “행하기가 어려우니<자왈위지난子曰爲之難>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이다.<언지득무인호言之得無訒乎>” 자로의 막말에 대한 공자의 준열한 꾸짖음인 셈이다.

논어論語 이인里仁 4-7에는 관과觀過 사지인의斯知仁矣라 했다. 과실의 정도를 보면 곧 그 사람의 인의 정도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사마환퇴는 왜 공자를 죽이려 했을까. 공자가어 72제자해 편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사마우는 사마환퇴의 동생이다. 사마환퇴는 말이 좋아 대장군이지 공자의 절친 유하혜의 동생 도척과 쌍벽을 이루는 킬러다. 그의 동생이 사마우다.

사마우가 근심을 띤 채 말한다.<사마우우왈司馬牛憂曰> “사람마다 형제가 있지만<인개유형제人皆有兄弟> 나만 홀로 형제가 없다.<아독무我獨亡 : 여기서 망은 무로 읽어야함>”

사마환퇴司馬桓魋의 환은 제나라 환공桓公의 후손라는 뜻으로 반란을 일으켜 구족이 몰살당했는데 동생 사마우는 킬러인 형 사마환퇴와 형제 의를 끊고 공자의 제자가 되어 목숨을 부지해 훗날 학자가 됐으며 그 후손 이 삼국지의 사마씨 집안이다.

자하가 이를 듣고 위로의 말을 한다.<자하왈子夏曰> “내가 들은 바로는<상문지의商聞之矣> 죽는 것은 명에 달려있고<사생유명死生有命> 부귀는 하늘에 있는 것이라 했거늘<부귀재천富貴在天> 군자로서 공경 하고 실수가 없고<군자경이무실君子敬而無失> 사람을 대함에 공손한 몸가짐이 있다면<여인공이유체與人恭而有體> 사해 안이<사해지내四海之內> 모두 형제이거늘<개형제야皆兄弟也> 군자가 어찌 형제 없음을 걱정하시는가?<군자하환호형제야君子何患乎兄弟也.論語顔淵12-5>”

논어에는 공자와 더불어 1인자를 꿈꾸며 공부한 인물이 둘 있는데 소정묘少正卯와 사마환퇴司馬桓魋. 소정묘는 공자와 반대로 노예제도를 폐하자는 인물이고 사마환퇴는 남자가 공부했으면 천하를 잡아야 한다는 인물이다. 배웠다는 천하 제일의 지식인 공자가 저보다 못배우고 저보다 훨씬 못난 군주를 찾아가 벼슬을 구걸하는 모습에서 사마환퇴는 남자의 치욕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공자를 죽이려고 했던 이유다. 사마씨 집안의 좌우명 불학필욕不學必辱’, 공부하지 않으면 반드시 치욕을 당한다.<송우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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