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유부도 갯벌 해양 생태계 복원사업’ 문제점
■ 특집 / ‘유부도 갯벌 해양 생태계 복원사업’ 문제점
  • 김억수(서천생태문화학교 상임이사)
  • 승인 2019.04.18 23:23
  • 호수 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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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도 갯벌 해양생태계 복원사업’ 전면 재검토돼야

물떼새 휴식공간 확보가 우선…물새류 조사도 부실

갈대·모새달 군락 훼손, 유부도 생물다양성 감소 불러

군이 유부도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군이 한국해양환경공단에 위탁을 주어 추진하고 있는 유부도 갯벌 해양 생태계 복원사업의 내용이 지난 10일 장항읍에서 열린 사업설명회를 통해 알려지며 이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그동안 유부도 갯벌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온 사단법인 서천생태문화학교 김억수 이사가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보내왔다.

▲사업 대상지역
▲사업 대상지역

해양수산부는 총 68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유부도 지역에 갯벌해양생태계 복원사업2021년까지 추진한다. 이 사업 계획에 따르면 약 38290에 이르는 유부도 갈대모새달 군락을 제거해 갯벌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호안공사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바닷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교량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생태복원 사업이라 할 수 없다. 용역사가 유부도의 생태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 의견수렴 과정도 형식적으로 진행했다. 또한, 유부도 갯벌을 이용하는 물새 서식 현황, 갯벌생태계, 식물 등 기초조사는 매우 부실하고, 토목공사 중심의 사업으로 오히려 유부도의 생태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대부분 비용이 토지매입과 토목공사

687000만원의 사업비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토지매입 약 20, 호안 및 배수공 약 10, 교량건설 약 9, 갯벌조성(갈대모새달 제거) 45000만원으로 대부분의 비용이 토지매입과 토목공사로 추진된다.

현재 유부도를 이용하는 물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갯벌의 건강성과 안전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 서천 갯벌은 지형과 지역에 따라 모래갯벌, 혼합갯벌, 펄갯벌이 분포되어 있어 물새들에게 다양한 먹이 공간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금강하굿둑, 북측도류제, 해상매립지 등 주변의 개발로 인해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막히면서 펄갯벌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물새들의 먹이에 제한을 주게 되면서 서식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물새에게 휴식공간은 먹이활동만큼 중요하다. 썰물 때 물새는 서천 갯벌에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고, 밀물 때 유부도나 소당개섬의 모래톱, 해상매립지 등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물때가 약 650이상이 되면 유부도 대부분의 갯벌이 바닷물에 잠기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물새는 공중 비행을 하면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따라서 물새 휴식공간을 위해 폐염전에 대한 활용을 생태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 사업에서 갯벌을 조성하는 면적은 유부도 주변 갯벌에 비하면 아주 작은 면적이며, 갯벌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더라도 주변 호안 공사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위적 간섭이 많을 수밖에 없어 사업의 효과가 크지 않고, 유부도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 당연하다.

갈대와 모새달이 유부도에서 필요 없다?

섬은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생태계이다. 바다라는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오랜 시간 적응의 과정을 거쳐 생태적 안정성을 유지해 왔다.

갈대와 모새달(산림청 지정 희귀 멸종위기식물 194)은 유부도 고유종으로 섬에서 가장 많은 식생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섬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갈대의 수질정화 능력은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게류, 갯지렁이류, 숲새, 파충류, 곤충 등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는 공간이다. 외부와 고립된 섬 생태계에서 갈대와 모새달 군락이 갖는 생태적 기능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갈대와 모새달 군락을 훼손하는 것은 유부도의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갈대는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 왔다. 금강하구에서 주민들은 갈대를 ’, ‘이라 하고, 갈대밭을 갈바탕이라 불렀다. 주민들은 땔감에서부터 채반, 갈자리, 발장과 같은 생활 도구와 건축 자재로 이용했다. 그리고 갈대 뿌리를 갈끙이또는 깔끙이라고 불렀는데 이뇨, 소염, 해독, 해열 등의 효과가 있어 약재로도 이용했다.

갈대는 과거 유부도 주민들이 섬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문화적 소재였다. 따라서 갈대모새달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갈대와 관련된 주민들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섬의 생물 문화적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부실한 생태계 기초조사

이 사업과 관련된 생태계 조사는 그야말로 부실 덩어리이다. 가장 중요한 물새류 조사를 1월과 8월 두 차례 진행했다. 도요물떼새는 봄(4, 5)과 가을(8, 9, 10)에 남과 북을 오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물새 조사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기본적으로 최소한 1년간의 조사가 필요하다. 비상식적인 조사를 하다 보니 여름철에 출현 종수가 25, 겨울철에 18종으로 조사결과가 빈약하고, 우점종과 법적 보호종(여름철에 3, 겨울철에 1)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다음은 유부도 갯벌에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조사한 자료이다(아래 참고).

연도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최대

종수

42

45

54

56

62

44

29

81

개체수

59,171

72,771

90,360

70,047

88,475

51,917

92,747

147,873

이 기간 동안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적색목록종은 13, 국내 법적보호종으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은 16,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은 9종이 관찰되었다.

십 수 년 동안 보존 노력 외면

유부도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과 국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십 수 년 동안 지역의 활동가, 전문가들이 모니터링을 하고, 각종 토론회, 워크숍 등을 진행하면서 보전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활동가나 전문가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비공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 없고, 의견 수렴하는 과정도 무시한 것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생태복원 아닌 생태계 파괴사업

본 사업은 유부도 생태계를 훼손하는 사업이다. 갈대와 모새달 군락지를 훼손하면서까지 갯벌을 조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유부도 갯벌의 건강성을 훼복하고 물새 휴식지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2008년 서천 갯벌 일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가 2018년에는 서천 갯벌 대부분이 습지보호지역으로 확대 지정됐다. 그리고 2009년에는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가 됐고, 현재는 신안, 고창, 순천, 보성의 갯벌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힘을 쓰고 있다.

서천군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업은 오히려 그 취지와 노력에 역행하는 사업이다. 수십억의 예산 대비 효과도 미미할 것이며,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적안 비판과 함께 유부도 섬 생태계 훼손이 우려되는 사업으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김억수/사단법인 서천생태문화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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