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깊은 ‘장암리’ ...마지막 민가 ​​​​​​​철거
유서깊은 ‘장암리’ ...마지막 민가 ​​​​​​​철거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4.18 23:43
  • 호수 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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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말까지 오염토 정화사업 마무리
제련소 중금속 피해 주민들 소송 중
“주민들 되돌아와 마을 되살려야…”
▲지난 12일 철거가 시작된 장암리 마을회관.
▲지난 12일 철거가 시작된 장암리 마을회관.

삼국시대 이래 장암(長巖)’이란 이름으로 불리어온 장항읍 장암리 마을의 마지막 민가가 철거되며 마을 주민들은 모두 마을을 떠났다. 이 마을 바닷가 패총에서 5000여년 전의 것으로 판정되는 빗살무늬토기가 출토됐다. 이로 보아 장암리는 서천군에서 가장 먼저 인류가 정착해 살던 곳이었다.

장암리에는 긴 바위가 누워있는 소의 형상을 보이며 바다에 접하고 있다. ‘장암(長巖)’이라는 지명은 여기에서 나왔다. 이 지명이 처음 보이는 기록은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편의 태종 춘추공(太宗 春秋公) 조에서는 기벌포를 장암 또는 손량, 다른 한편으로는 지화포 또는 백강(卽長巖 又孫梁 一作只火浦, 又白江)’이라고 하였으며, 백강을 기벌포(白江 卽伎伐浦)라고 하기도 했다.

이곳에 도지정 문화재인 장암진성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서천읍의 남쪽이 되므로 남부면에 속했으며, 남부면에는 백사, 남산, 합전, 분절, 역리, 비현, 솔리, 계산, 주정, 봉근, 장항, 항리의 12개 리가 있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장암리와 항리를 합해 장항(長項)’이라고 했다. 1938년 장항읍을 신설함에 따라 장항리를 갈라서 항리와 새로 된 마을을 합해 일본식 이름으로 송빈정(지금의 송림리)이라고 하고 장암리는 그대로 두었다.

일제는 쌀 수탈뿐만 아니라 장항항을 광물자원의 수탈기지로 삼았다. 전망산 아래에 모여 있는 민가 18가구를 강제 이주시키고 전망산에는 높이 90m의 굴뚝을 세웠다. 전망산과 후망산 사이를 파고든 만을 매립해 비철금속 제련공장을 들여앉혀 1936년 용광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굴뚝에서 내뿜는 아황산가스와 토양의 중금속 오염에 시달리며 90여세대가 철거가 시작되기 전까지 살았다.

2007년 제련소 주변 주민 집단 암 발병이 세상에 알려지며 토양정밀조사와 주민건강영향조사에 들어갔다. 토양정밀조사 결과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의 1200배가 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염 토양 정화를 위해 국가가 제련소 굴뚝 반경 1.5km에 있는 토지와 가옥을 모두 매입했다. 다만 법인 소유로 되어 있는 건물은 예외로 했다. 주민들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토지는 외지인들 소유로 되어 있어 이주비만 받고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주민들은 암으로 고생하다 죽어갔고 지금도 카드뮴 중독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300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국가의 사후건강관리사업의 대상자로 등록이 돼 건강검진과 약값 정도를 받고 있다.

지난해 주민 124명은 국가와 엘에스니꼬동제련을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지난해 101차 변론이 열렸으며, 오는 19일에 2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또한 22일 오후 1시 장항읍사무소에서는 피해주민 사후건강관리사업 2018년도 결과 보고 및 2019년도 사업 착수보고회가 열릴 예정이다.

반경 4km까지의 오염토양 정화사업은 올해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며 일부 정화작업이 끝난 구간에서 오염 기준치를 초과해 내년 상반기에 재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장암진성 문화재 정밀 발굴조사가 전남문화재연구원의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에 시작한 발굴조사에서 특별한 유물은 발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발굴조사는 7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방우규 장암리 이장은 토양 정화사업이 끝난 후 국가에서 임대주택이라도 지어 마을을 떠난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어 마을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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