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 기고 / ‘봉선지 생태학습탐방교’에 반대하는 이유
■ 독자 기고 / ‘봉선지 생태학습탐방교’에 반대하는 이유
  • 김윤수 독자
  • 승인 2019.04.24 20:52
  • 호수 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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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8일. 뉴스서천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봉선저수지 복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봉선지 생태학습탐방교’ 가 오는 7월 착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이 공사는 전적으로 잘못된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우선 이 공사와 관련 있는 관계자들께서는 혹시나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와 창녕 우포늪에 가보셨는지 묻고 싶다. 우문이겠지만 한번이라도 호젓하고 아름다운 봉선지를 온전히 음미하며 봉선지 주변을 구석구석 다 걸어 보셨는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절대로 봉선지 한가운데로 생태학습을 빙자한 횡단 교량을 놓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탁상공론이 아니길 바라며 개발자들의 논리를 따라가지 말고 직접 몸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시라. 봉선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봉선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봉선지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것이다. 

고창 람사르 습지와 창녕 우포늪은 볼썽사납고 반자연적인 인공적인 조형물을 들여서가 아니라 인공의 손길이 가지 않은, 생태적이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방문객들이 찾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깊었던 여행 중 하나는 10여 년 전 유럽 여행에서 비가 오거나 눈이 녹아서 흐르는 물이 산과 개천으로 자연스럽게 물길이 나서 흘러내릴 때였다.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봉선지 또한 너무나 호젓하고 아름다워서 계절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마음이 절로 치유가 된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 비해 인공적인 요소가 적기 때문에 봉선지의 가치가 더 높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멀리에서 온 친구들이 봉선지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스위스의 여느 호수보다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유는 자연 그대로 호젓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늘 봉선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한결같이 봉선지가 아름답다고 감동한다. 역시 이유는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심지어 아무에게나 봉선지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특히 파워블로그를 가진 지인들에게는 사진조차 올리지 말고 봉선지의 이름조차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봉선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 호젓한 아름다움을 깰까 염려해서였다. 마치 서천에 비밀의 정원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식물들과 동물들, 특히 많은 철새들이 찾는 봉선지를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내가 참으로 과하다 생각할 때도 있지만나름대로의 봉선지를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관광객이 시끄럽게 모여드는 유원지가 아니라 조용히 봉선지를 찾아와서 자연이 주는 감동을 받고 가기를 원한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 노출되어 환경이 오염되고 시끄러운 곳으로 변하여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적인 바람은 봉선지 주변을 산책할 때 길이 끊어져 도로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으면 한다. 봉선지는 산책로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봉선지 주변이 쓰레기가 없고 오수가 흘러들지 않는 깨끗한 환경만 조성된다면 생태도시 서천이 더욱 자랑스러울 것 같다.  생명과 직결되는 오염되지 않는 물과 깨끗한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치는 다른 것과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나 확일적으로 닮은 모습이다. 같은 모습의 축제, 같은 모습의 공원과 도시 환경조성. 어디를 가나 난공사와 개발로 순수한 그대로의 숲과 농토, 강과 바다, 호수의 모습은 사라지는 것 같다. 

따라서 봉선지는 더 이상 개발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해갔으면 한다. 우리에게는 본연의 자연이 더 그리운 것이다. 또한 인공 다리를 봉선지 한가운데에 놓고 주차장을 더 크게 만들어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고 해서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더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은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음을 금강 하굿둑의 조류생태관과 넓은 주차장이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갈대밭이 없어지며 정작 관찰의 대상인 조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공간이 되었다. 인공물을 설치하여 관광객 유치에 예산을 쏟아 붇지 말고 서천군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부터 개선해나갔으면 한다. 위생상 미관상 좋지 않은 하수구 문제, 마을 안에 있는 축사의 오수처리와 냄새, 소나무 숲을 없애는 공사와 공동묘지화, cctv 설치 등의 문제 말이다. 게다가 송림 스카이워크와 캠핑장으로 인해 호젓한 송림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치유의 시간은 더 이상 가질 수 없고 송림 위에 짚라인까지 설치한다는 이야기에 더욱 봉선지 ‘생태학습탐방교’ 공사가 더 좋게 보일 리 없다.
이러한 공사가 과연 지역 군민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만큼 서천을 진정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소식은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만 들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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