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 골프장 유치, 타당성 있는가
■ 긴급진단 / 골프장 유치, 타당성 있는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5.07 22:26
  • 호수 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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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관광산업 아닌 치는 사람들만의 개인사업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지방세 푼돈 불과
9홀짜리 건설에도 15만평 필요, 축구장 75개
▲전북 익산시 웅포골프장 건설 당시 2006년 9월에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전북 익산시 웅포골프장 건설 당시 2006년 9월에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또 다시 골프장 유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625일 마무리를 목표로 지난 2월부터 2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골프장 후보지 검토 및 입지선정 타당성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다.

군의 골프장 입지선정 타당성 용역 발주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천군 골프협회측에서는 현수막 등을 통해 골프장 유치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반면, 지역시민단체는 사양산업인 골프장 조성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군은 지난해 919일 골프장 개발과 관련, ·허가사항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경남 거창군 문화관광과를 방문하고 거창 에콜리안 골프장을 견학한 바 있다. 또한 군은 골프장 건설이 군수의 공약 사항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골프장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또한 타당성이 있는지 알아본다.

지방세 순수입 2-3억원

골프장에서 거둬들이는 지방세는 취득세·등록세·면허세·지방교육세·공동시설세·지역개발세(이상 도세)와 주민세·재산세·도시계획세·자동차세·사업소세(이상 시·군세) 등이 있다.

세금의 종류는 많지만 이들 중에서 80% 이상이 재산세에서 나온다. 재산세 중에서도 토지분 재산세(옛 종합토지세)90% 이상이다. 문제는 이 토지분 재산세의 경우, 골프장이 아니라도 모든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골프장을 짓지 않고 그대로 있었더라도 어차피 세금은 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전국 평균 18홀 기준의 1개 골프장이 납부하는 지방세를 평균 5억원으로 추산하면서 실제 세수는 2~3억 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을 내놓은 바 있다. 2008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자체 재정확보 및 지역 경제 발전효과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18홀당 지방세 수입이 5~6.5억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종합토지세를 제외하면 역시 실제 수입은 2~3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시성 행사 몇 개만 줄여도 충분히 뽑을 수 있는 돈이다.

골프장의 공급 과잉으로 골프장들이 재정 위기를 겪게 되자 지방세 체납으로 이어졌다. 20179월 기준 전국 골프장의 지방세 체납액이 83663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에 부과된 지방세 총액은 34577300만원으로 골프장에 부과된 지방세액의 24%가 체납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제주도 골프장의 체납현황이 가장 심각했다. 제주도의 경우 골프장에 부과된 지방세 174억원 중 151억원(86.7%)의 지방세가 체납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어 충남(65%), 전북(59.75%), 경북(47.3%)도 그 뒤를 이었다.

고용창출, 일용직 30-50

그렇다면 고용창출 효과는 있는가. 역시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골프장 운영과정에서 1개 골프장(18홀 기준)의 평균 고용인수는 165(정규직 65, 캐디 80, 일용직 20)이며, 골프장 내 음식점까지 포함할 경우 200개 내외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성공회대학교 우석훈 교수는 이에 대해 “18홀 규모의 골프장 운영에 의한 평균 고용 인원은 150명이며,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용 창출은 비전문직에 해당하는 클럽하우스의 주방, 경비, 청소, 잡초제거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일용인부 등 30~50명 정도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나마 비정규직인 탓에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거의 일이 없다. 골프 자체가 전문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인력 역시 전문성을 갖춘 외지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광효과는 있는 것인가. 골프장은 가족단위로 움직이는 여행이나 관광과 달리 골프를 치는 사람만 골프장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지역에 미치는 관광효과는 거의 없다. 골프산업은 관광산업이 아니라 골프 치는 사람들만 출입하는 개인사업인 것이다.

골프를 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가. 우선 골프채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초보자가 골프채 풀세트를 마련하려면 100여만원에 이른다. 최근 개장한 전남 순천의 18홀 대중골프장의 이용 요금은 평일 8만원, 주말 13만원이다. 팀별로 들어가는 카트료 8만원과 캐디피 9만원은 별도이다. 골프는 아직도 상류층 운동이며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소수에 불과하다. 군이 추정하고 있는 관내 골프 인구는 500명이다.

그러나 군은 골프의 대중화와 골프인구의 대외 유출 방지를 골프장 건설 추진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주변지역 농산물 판매에 타격

골프장이 불러일으키는 폐해는 엄청나다. 무엇보다 골프는 우리의 자연환경과 실정에는 전혀 맞지 않는 운동이다. 대중 골프장을 지으려면 9홀의 경우에도 15만평이 필요한데, 이것은 축구장 75개와 맞먹는 규모다. 이런 대규모의 땅 위에 지어진 골프장에 수용 가능한 하루 내장객수는 18홀 기준으로 300명 내외에 불과하다.

2006년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골프장 1ha10.76kg의 농약이 사용되었고, 일부 골프장은 고독성 농약인 엔도설판까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골프장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내 골프장은 2011년 체육시설업등록 기준으로 416개를 넘어섰고 이 중 회원제 골프장은 200여개 정도이다. 골프장 건설 시 각종 불·탈법 문제와, 골프장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일상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의 저축은행 도산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부동산 거품 꺼지며 줄도산

한국에서 2012년은 골프장 도산 원년으로 기록되고 있다. 2015년도에 이미 전국 전국 500여 개 골프장 가운데 80곳은 빚이 자산보다 큰 자본잠식에 빠졌고, 20곳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36홀 규모의 익산시 웅포골프장도 20184월 법원의 파산 결정으로 회원들은 운동권을 상실했다.

일본 골프장 업계가 내장객 감소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면서 도산하는 사업장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골프장경영협회가 골프장 이용세를 토대로 한 골프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도 골프장 수는 전년 대비 25개 감소한 2257개다. 일본 골프장 수는 30년 전인 19891772개에서 2002년도에는 2460개까지 증가했다. 이후 잠시 보합세를 보였지만 2010년도 2432개에서 8년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다.

원인은 골프 인구 감소와 경영 악화 등이며 폐 골프장은 태양광 발전소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골프 인구 감소 원인은 젊은층의 골프 무관심현상이며 이유는 비용 문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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