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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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 승인 2019.05.08 13:11
  • 호수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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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버들과 물안개의 비경 봉선지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봉선저수지를 복합개발해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생태학습탐방교가 건설되고 생태 탐방을 위한 각종 부대시설들이 조성된다고 합니다.

그토록 아름답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비경을 지닌 봉선지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 안타까운 한숨이 터져나오고 씁쓸함만 묻어져 나옵니다.

야트막한 야산들의 부드러운 흐름, 휘영청 드리워진 물버들의 속삭임, 그 흐름과 속삭임을 감싸며 몽환적 선경을 연출하는 아침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그 가없는 넉넉함에 끝없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봉선지.

도연명의 귀거래사라는 한시 귀절이 저절로 읆조려지게 하곤 했던 무릉도원 봉선지의 비경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비장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봉선지는 저에겐 비밀의 화원입니다.

봉선지 주변을 거닐고 호젓한 곳에 앉아 마음을 다스리기도 합니다. 봉선지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안온함을 찾곤 합니다. 특히, 장대비가 내리는 날이면 저수지의 호젓함, 장대비의 굵은 빗줄기가 빚어내는 사운드와 비가 그려내는 수면의 꿈틀거림 등에 취해 한없이 시간을 보내다 오곤 하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입니다.

타지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면 거의 봉선지에 모시고 갑니다. 봉선지를 거닐고 차로 둘러보곤 합니다. 봉선지는 늘 한결같이 타지 손님들에게도 잊지 못할 선경을 제공해 그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드리는 곳입니다.

봉선지가 담고 있는 한적함, 안온함, 자연스러움, 평온함 등이 주는 밀어가 저를 끌어당기고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개발이 이루어지면 저는 다시 찾지 않을 듯 하고 외지 손님들도 모시고 가는 일도 없을 듯합니다. 더 이상 제가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 끌림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닐 것이며 저에게 평온함, 안온함 등을 안겨주는 공간이 아닌 어느 지역에 가나 흔히 접할 수 있는 끌림 없는 저수지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의문들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생각들을 해 보아야 할 듯 합니다. 꼭 이리 다리를 놓고 무엇을 짓는 등 인위적인 무엇인가를 해야만 생태자원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생태의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체험하고 경제적 가치 창출을 포함한 부가가치를 높이게 될 수 있는 것일까?

생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토록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당위론적 명제를 허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위적인 무엇을 첨가해 변형을 도모하면 기본적으로 생태파괴의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생태 파괴를 통해 보다 낳은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논리로 변형을 도모하는 듯합니다.

생태계나 자연환경에서는 파괴는 파괴일 뿐’ ‘파괴를 통한 창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생태계나 자연환경에 인위적인 무엇인가를 가미하면 파괴가 일어나는 데 그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효과 창출이 클 경우, 이런 파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수용되어질 수 있는 듯합니다.

봉선지가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생태학습탐방교를 가설하고 이런 저런 부대시설을 조성해 생태 피괴를 일으켜서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던져보아야 그 타당성이 검증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필자는 봉선지의 위치, 저수지 형태, 수질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탐방객과 체험객이 몰려 들고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면서 봉선지가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장밋빛 전망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2~3년 안에 탐방객은 거의 없고 조성된 시설물들의 관리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한번 무너진 생태계는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봉선지의 황폐화와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끔찍한 재앙이 될 것입니다.

2년 전부터 가창오리무리가 자주 찾고 오리류 등의 다양한 종의 조류 서식지이기도 한 봉선지에 개발의 손길이 닿으면 많은 새들은 떠나고 찾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더 봉선지의 가치는 떨어지면서 아무도 찾지 않는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개발이 되면 현재의 봉선지의 고즈넉함에 취해 즐겨 찾는 분들은 다시 찾지 않을 것입니다.

새들도 떠나 다시 찾지 않고 기대했던 탐방객이나 내방객도 그리 많지 않으면서 큰 예산이 투여될 관리 부담만 남은 파괴된 생태만 남겨지는 재앙을 마주대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개발 이후의 봉선지의 모습은 전국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호수나 저수지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할 듯 합니다. 개발과 관광 촉진을 명분으로 인위적 시설물들로 채워 놓아 어색함과 무언가 불편한 공간이 되어 버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갈수록 인구는 감소하고 노령화는 진행되고 침체되고 쇠락해가는 시골 모습을 안타까워 하시는 인근 주민 분들도 관광객 유치를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활력이 불어 넣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개발을 찬성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듯합니다.

이런 막연한 전망과 기대로 인해 개발이 이루어진 전국의 산하에서 우리는 수많은 실패 사례를 보아 왔습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라도 성공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파괴된 자연환경과 무너진 생태계만 남겨 놓은 채 예산과 인력 투여를 필요로 하는 관리 부담만 남게 된 버려진 공간으로 잊혀져가는 그런 사례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의 봉선지의 안온함, 한적함, 자연스러움, 평화로움이 인근 마을들과 시초, 문산 등 지역을 풍요롭게 하면서 귀농귀촌인들을 유인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저와 같은 많은 조용한 내방객들이 찾고 철새들이 찾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됩니다.

오도된 방향의 개발이라는 메스를 들이대는 순간 지금 지니고 있는 장점을 상실하면서 황량하기만 한 버려진 공간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어야 하고 해결되어야 할 난제들이 수없이 놓여져 있겠지만 악화 일로에 있는 봉선지 수질 개선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봉선지의 비경을, 봉선지가 주는 안온함, 편안함, 자연스러움 등을 사람하고 또 사랑하는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봉선지 개발은 중단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봅니다.

저에게 더 이상 끌림을 제공하지 못하는 그렇고 그런 저수지롤 전락해버린 봉선지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울 듯합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고 편안하다라는 당위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익명을 요구하는 독자가 보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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