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서천 예찬
■ 모시장터 / 서천 예찬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9.05.15 14:26
  • 호수 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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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복 칼럼위원
권기복 칼럼위원

지난 511일 주말을 서천에서 보냈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서천에서 개최하였기 때문이다. 일찍이 모임 일정에 맞춰 비워둔 시간이었기에 여유로운 고향 나들이 길이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 하나, 코끝에 와 닿는 향기 한 모금이 새로운 듯하면서 낯익은 것이기에 저절로 친숙한 감흥에 젖어들었다. 평소에 이러저러한 일로 서천을 자주 가는 편이지만, 항상 무슨 일이 있어서 조급한 마음으로 다녀야 했기에 매양 감흥 없는 일상일 뿐이었다.

인간의 인체구조도 대자연의 산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저 홀로 살아가기에는 덩칫값을 감당해내기에 어려워 무리생활을 하면서 진화하여 왔다. 오늘날에는 치밀한 그물망 같은 조직 속에서 만물의 영장을 뛰어넘어 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구태여 신과의 차이를 구별하여 본다면, 인간은 신처럼 영생하지 못한다는 것과 신은 사용할 필요가 없는 도구를 사용하여 신의 온갖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인간의 인체구조 활동은 자연적인데 반해 조직사회의 모든 체계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후천적으로 학습되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더욱 치밀한 조직 속에서 살아갈수록 더욱 더 많은 학습과 준수를 강요당하면서 긴장하게 된다. 그 긴장감이 몸 안 곳곳에 축적되면 저절로 질병으로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질병이 된다.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근원적인 방법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대자연을 우리 고향, 서천은 다 품고 있다. 서천에 가면 산, , ,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서천의 북동쪽으로 천방산을 비롯한 산줄기가 맥을 잇고 있으며, 남동쪽에는 수 천리 물길을 따라 서해로 입수되는 금강이 있다. 서남쪽에는 서해안을 접하고 있으며, 서천읍과 화양면을 비롯한 곳곳에 넓은 들녘이 펼쳐져 있다. 또한 이러한 대자연이 어우러져 빚어놓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우리들의 발길과 눈길을 재촉하고 있다.

서천읍내의 한 식당에서 서해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과 기름진 들녘에서 자란 쇠고기 등으로 진미를 즐겼다. 여관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은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장항 송림을 찾았다. 2년 전에 1박을 하면서 지낸 바 있던 곳이지만, 해안을 에둘러 빼곡한 소나무 숲 사이 맥문동 풀밭 길을 걷는 맛은 정말 쏠쏠했다.

함께 온 동창들 열댓 명은 제각기 한 마디씩 했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이런 곳은 애인과 함께 와서 걸아가야 제 맛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 손가락을 걸었다. 필자에게도 손가락을 걸어주는 용감한 동창이 있었지만, 결례가 되지 않게 슬그머니 손가락을 풀었다. 한 순간의 애인이 되어줄 만도 한데 아직 교직에 몸 담고 있으니, 장난삼는 일이라도 저어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송림 내에 설치된 스카이워크에 올라 거의 1400년 전에 당나라 침략군을 맞이하여 장렬하게 싸우다가 진흙 벌에 묻힌 백제의 병사를 생각해 보았다. 또한 단체 사진을 찍고, 발밑으로 우르르 밀려왔다가 쓸려가는 파도의 하얀 포말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였다. 참 재미있었던 것은 스카이워크 입장료가 2천원인데, 아무도 불만이 없었다. 알고 보니 입장료 2천원을 내면 지역상품권 2천 원짜리를 한 장씩 주고 있었다. 그러니 스카이워커는 공짜가 아닌 듯하면서도 공짜인 셈이었다.

결국 그 상품권에 얼마를 더하여 커피숍에서 차 한 잔씩을 마시고, 서천읍내로 돌아왔다. 점심식사로는 칼국수 집을 들어갔는데 우리들 입맛에 딱 맞았다. 친구들도 전날부터 먹은 음식들이 한결같이 맛있다고 한 마디씩 기분 좋은 말을 하였다. 서천에서 거주하는 친구들이 맛집을 골라준 탓도 있겠지만, 저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다가 고향의 맛을 느꼈으니 어찌 그 맛이 달콤하지 않겠는가!

서천을 떠나면서 서천의 하룻밤 사이에 10년은 젊어진 느낌이었다. 서천의 송림을 처음 방문한 친구들은 그동안 찾지 못한 아쉬움을 앞으로 자주 찾겠다는 마음으로 달래기도 하였다. 또한 저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다 풀고 간다고 좋아하였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우리 몸의 스트레스는 대자연과의 동화 속에 저절로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기에 불과한 것이다. 대도시의 조직망에 갇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서천으로 안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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