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가자
기본으로 돌아가자
  • 최현옥
  • 승인 2003.11.07 00:00
  • 호수 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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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로 돌아가자는 혜진이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저도 과거에는 쓰레기 함부로 버렸거든요. 근데 혜진이를 보면서 오히려 줍게 됐어요. 혜진이의 실천이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어요”
등·하교 길에 쓰레기를 줍는 여인으로 학교에서 명성이 자자한 서혜진(서천여고·19)양. 그녀의 단짝 백진실양이 전하는 혜진이는 묵묵한 실천가다. 한번도 그 누구에게 강요해보지 않았다는 혜진이는 거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쉬운 삶의 진리들을 모두 깨닫고 있는 듯 하다. 그녀의 작은 배려가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실 한 것 없는데… 좀 당혹스러워요”
깨끗한 거리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 습관적으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는 혜진이는 기자의 방문이 좀 부담스러운 듯 말끝을 흐린다. 곤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야무지게 거절하지 못하고 남의 부탁 잘 들어줄 것 같은 모습의 혜진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사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몰라서 못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대부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 뿐. 저는 주위에 그저 한번 더 관심을 가졌을 뿐이에요”
로버트 폴검의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다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제목처럼 혜진이는 기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 주위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갖는 다는 것 그것뿐이란다. 그녀의 이런 사고는 3년째 등·하교 길에 쓰레기 줍는 일을 이어오게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순수 봉사단체인 ‘불휘’에서 활동하게 만들었다.
“처음 시설에 방문했을 때 참 막막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희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머리 속에 나더라구요. 나중에는 어른들과 헤어지는 것이 참 섭섭했어요”
지난해 ‘불휘’ 부회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단체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혜진이는 보령 남포면에 위치한‘보령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아름다운 손짓을 보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수능준비로 잠시 활동을 접고 있지만 지난해만해도 기산에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무의탁 노인을 주 1회 방문했으며 그녀의 아이디어로 서천지역 서천읍내권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가끔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어른들이 기특하다며 같이 주워줄 때 기분이 가장 좋고 보람이 크다”는 혜진이. 그녀의 작은 실천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소리 없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을 받은 독지가가 장학금을 기탁했다.
“처음에는 쓰레기를 줍는 저를 친구들도 좀 이상하게 쳐다봤는데 지금은 버리지 않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줍는 친구들도 있어 기쁘다”는 혜진이 사회에 나가서도 자기의 위치에서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무엇이든 나누고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며,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고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고… 어린 시절 익히 듣던 말이죠. 과거 순수했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세상은 좀더 따뜻해질텐데 저도 지금보다 더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고 앞으로 더욱 예쁘게 살아갈래요”
지혜는 대학원이라는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의 모래성 곳에 있는 것이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키는 그녀. 맑은 물에 떨어진 핑크 빛 잉크처럼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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