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사전>은 사전이면서, 시집이고, 산문집이다. 작가는 자신에게 시를 써보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오기로 시작한 시작 활동이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으로 결실을 맺었다니 대단한 작가다.
한 글자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많은 이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책 <한 글자 사전>은 한 글자로 된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찾고, 그 글자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한 글자가 지닌 옹골진 아름다움을 찾아낸 책이다. 어떤 글자는 뜻풀이 한 줄로 한쪽을 채웠고, 어떤 글자는 그 속에 자신이나 다른 이의 산문이나 시를 인용하기도 하였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알아내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서두를 시작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한 글자로 된 단어들은 연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피땀 흘려 가꾼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개’에서 작가는 뜬금없이 개가 되고 싶다고 한다. 주인과 눈이 마주칠 때 쫑긋거리는 귀, 반가우면 딸랑대는 꼬리, 그리고 깔끔한 똥구멍이 있는 엉덩이를 가지고 싶다고 했다. 귀나 꼬리가 귀엽다는 것은 이해가 되나 깔끔한 똥구멍이 있는 엉덩이를 가지고 싶다는 작가의 생각이 엉뚱하고 기발하다.
‘나’에 대한 탐구는 면밀하다. 가장 쉬울 것 같으나 가장 어려운 것 같은 자, ‘나’를 가장 많이 속이는 자, 가장 추악하지만 가장 빠르게 용서하는 사람 …….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두려운 자 등. ‘나’라는 한 글자에 깃든 의미에 공감이 갔다. 너는 가변성 또는 확장형 가족이면서 친구와 적 사이를 간단하게 오가는 타인이라 하였다. 나도 무섭고 너도 무섭다.
한 글자로 된 낱말을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아 가용 어휘가 한층 많아진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어내는 책이 아니다. 소장하고 가끔, 또는 필요할 때 펼쳐보는 사전 같은 책이다. 대출받아 연장에 연장을 더 했는데도 다 읽지 못하여 결국 한 권을 새로 구입하였다. 국어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낱말의 용도를 알고 싶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글을 쓰다 알맞은 낱말을 찾지 못해 막혀버렸을 때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