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봉선지 생태탐방교 건설 포기하라
■ 기고-봉선지 생태탐방교 건설 포기하라
  • 박병문 전 서천군농민회장
  • 승인 2019.05.29 12:28
  • 호수 9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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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개선과 준설이 먼저다
마을마다 하수종말처리장 설치
다리 예산 둘레길 잇는데 써라

봉선저수지가 일제시대에 수탈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어려서는 몰랐었다. 어릴 적 저수지는 동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으니까. 여름에는 물놀이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겨울에는 썰매 타느라 추운 줄 모르고 마냥 놀았던 곳이 봉선저수지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저수지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여름방학이면 형 따라서 낚시에 빠져 살았다. 지금처럼 좋은 낚시도구가 없으니 주로 줄낚시(방울낚시)를 했고 작은 대나무를 잘라서 찌도 없는 대낚시를 하여 잡은 물고기로 즉석에서 매운탕을 끓여 밥도 해먹고 심심하면 멱감던 추억이 그대로 담겨있는 곳이 봉선저수지다.

최근 들어 휴일이면 봉선지 둘레길을 걷기 위해 외지에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지며 자연 그대로의 수려한 경관이 유지되어 좋다는 말과 구간구간 연결되지 않은 둘레길 때문에 차도로 나와 걸어야 하니 위험하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더 큰 걱정은 앞으로 다가오는 여름이다. 모내기를 시작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다보면 저수지 수위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든다. 저수지 수문 상류쪽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여름이면 저수지 면적의 절반은 물리 말라 풀이 자라는 모습을 본다.

문제는 이때부터 심각해진다. 수량은 줄고 온도가 올라가니 녹조가 생겨서 산소 용존률이 떨어지며 물고기의 떼죽음과 악취로 이어진다. 해마다 거듭되는 상황이란 걸 저수지 주변사람들은 다 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인데 서천군에서 봉선지 수변개발사업의 첫 번째 사업으로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겠다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시설 잘 갖춘 수변은 도심과 도시 근교에 차고 넘친다. 봉선지가 좋은 것은 개발되지 않아서 자연 경관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정말 시급한 것은 첫 번째가 수질 개선이다. 마산면 삼월리부터 시초면 후암리까지의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수가 여과없이 저수지로 유입되어 수질이 악화된 것이다. 수질 개선을 위해 하수종말처리장과 준설작업이 먼저다. 물론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늦더라도 천천히 가자. 주민들은 급하지 않다.

봉선저수지의 물이 깨끗해야 이 물로 농사지은 먹거리가 건강하다. 특히 좋은 쌀, 건강한 쌀은 깨끗한 물이 만들어낸다. 생태탐방교 건설 예산은 둘레길 잇는 데 쓰면 좋겠다. 예산 전용이 안되면 생태탐방교 건설을 포기하라. 서천군의 결단이 봉선저수지의 미래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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