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6.11 21:51
  • 호수 9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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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광, 한풀이 공부로 출세는 했지만...

노나라는 계손씨季孫氏 맹손씨孟孫氏 숙손씨叔孫氏3대 가문이 장악을 했는데 이들은 노나라 환공의 후손으로 삼환三桓씨라 부르며 노나라의 군주는 아니지만 노나라의 실질적 실권자였다.

어린 시절 이 집들을 들락 이며 어깨너머로 공부한 이가 있었는데 소정묘다.<춘추좌씨전 정공定公 12> 소정묘는 출신 성분과 문벌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 그야말로 흙수저의 인물로 노나라 지식인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런 그를 그릇된 지식으로 혹세무민한다는 죄명을 들어 저자거리에서 사지를 찢어죽인 이는 공자다. 공자가 지금의 법무부장관격인 대가구가 된지 7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나라는 발칵 뒤집혔다. 이 장면이 공자가어에 소상히 기록되어있는데 시작은 자공이 스승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된다. 걱정이 된 자공은 조심스레 나아와 물었다.<자공진왈子貢進曰>

대저 소정묘는<부소정묘夫少正卯> 노나라에서 알려진 인물인데<노지문인야魯之聞人也> 지금 선생님께서 정치를 하시며<금부자위정今夫子爲政> 그를 죽여 놓고 시작하셨으니<이시주지而始誅之> 혹자들은 선생님의 실수라 말합니다.”<혹자위실호或者爲失乎>

공자가 말했다.<공자왈孔子曰> “거기 앉거라.<> 내가 너에게 그 까닭을 알려 주마.<오어여이기고吾語汝以其故> 천하에 큰 악이 다섯 가지 있는데<천하유대악자오天下有大惡者五> 도둑질 같은 것은 여기 들어가지 않는다.<이절도불여언而竊盜不與焉> 첫째 마음을 거꾸로 먹고 음험한 자이며,<일왈심역이험一曰心逆而險> 둘째 행위가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고집이 센 자이며,<이왈행벽이견二曰行僻而堅> 셋째 말에 사기성이 농후하면서 달변인자이며,<삼왈언위이변三曰言僞而辯> 넷째는 남의 추한 것만 기억하면서 지식은 얕은 자이며,<사왈기추이박四曰記醜而博> 다섯째 그릇됨을 따르면서 혜택만 누리는 자이다.<오왈순비이택五曰順非而澤> 사람에게 이 다섯 개 중에서 하나라도 있으면<차오자유일어인此五者有一於人> 죽음을 면치 못하거늘<즉불면군자지주則不免君子之誅> 소정묘는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이소정묘개겸유지而少正卯皆兼有之> 거처에 무리를 모아 당파를 만들어<기거처족이촬도성당其居處足以撮徒成黨> 저보다 나은 자한테는 쩔쩔매고 저보다 못한 자 앞에서는 우쭐대며<촬취기담설족이식포영중撮聚其談說足以飾褒榮衆> 그 됨됨이를 보면 옳은 일에는 반대하고 자기 혼자만 옳다고 서 있나니<기강어족이반시독립其强禦足以反是獨立> 이러한 사람은 간신 중에 난 사람이니<차내인지간웅자야此乃人之姦雄者也> 제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불가이부제不可以不除.”공자가어孔子家語 시주始誅1-2. 순자荀子유좌편宥坐篇>

저렇게 죽어가지는 않으리라며 다짐에 결심을 하며 어려서 이 글을 읽고 자란이가 유자광이다. 양반은 고사하고 서자도 아닌 천출 최씨녀의 소생 얼자 출신. 어려서는 오로지 글방 문밖에서 귀동냥으로 양반의 자제들이 글읽는 소리를 듣고 필사적으로 외워야 했던 벼랑끝 공부법. 십대에 이르러서는 천하의 글방을 찾아다니며 왕손인 귀성군 이준과 수양대군 고종사촌의 아들 남이장군과는 김종직의 재가 문인으로부터 동문수학한 사이다. 대문 밖에서 귀동냥할 때 대문안 마루까지 오르게 하여 공부하게 한 이가 훗날 그의 손에 죽게 되는 남이장군이다.

조선시대에는 출세할 수 없는 인간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단 세 개의 길이 전부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것. 역모를 고발하는 것. 반정에 가담 하는 것. 유자광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겪은 인물로 이시애의 난에서 공을 세웠으며 남이장군의 역모를 고발했으며 중종반정의 주역으로 1등공신이 된 것이다. 태종이 만들어 놓은 서얼차대법5품 이상을 넘을 수없다는 법문이 있음에도 그는 이를 극복한 한 조선 최초의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이쯤되면 가이 입지전적의 인물이라고 해 명불허전에 욕은 아닐 것이다. 물론 역사의 판단에는 시비가 있다. 그건 사가의 몫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할 수 있는 것을 해낸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을 해낸 인물이라는 점이다. 다만 품성교육의 첫 단추라는 인성공부를 좀더 깊이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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