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가득해 좋은데 왜 보를 부숴?" 그들은 수문 연지도 몰랐다”
“물 가득해 좋은데 왜 보를 부숴?" 그들은 수문 연지도 몰랐다”
  • 김종술 시민기자
  • 승인 2019.06.19 13:45
  • 호수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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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해체반대 궐기대회’와 4대강 시민토론회

지난 11일 오후 1시부터 공주아트센터고마 앞에서 열린 공주보 해체반대 투쟁위원회 집회에 150여명이 참석했다.

공주보 수문을 완전 개방한 사실도 모르는 집회 참가자들이 많았다. 공주시에 거주한다는 안아무개(82)씨도 노인복지관에서 한번 가보라고 해서 왔다면서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왜 만들어 놓은 공주보를 해체하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전에는 여름철에 강물이 거의 없었는데, 요새는 풍족하게 강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지금은 공주보 수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이고 보를 해체한다고 해도 지금 수량과 같고, 공주보의 다리 기능은 그대로 두고 해체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는 문을 열어놓은 것도 몰랐고, 다리도 해체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농민 5명에게 물었는데, 이들은 모두 지난 2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공주보의 공도교 기능을 살린 부분 해체 방안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심지어 공주보의 수문을 연 것조차도 몰랐다.

이들의 집회 장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공주시가 주관하는 '금강수계 보 처리 관련 시민대토론회(아래 토론회)' 행사 장소 앞이었다. 토론회를 앞둔 집회였다. 오후 2시가 되자 이들은 토론회장에 무더기로 들어왔다.

사회자였던 사단법인 디모스의 정완숙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했다. 정 대표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창선 시의원이 일방적으로 발언했다.

농번기에 가장 힘들 때 세종시 이춘희 시장과 국회의원, 부여군수님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공주는 시민들이 물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고 있는데, 공주는 지금 뭐합니까... 50년 금강 물 먹고 살았었는데, 오늘 토론회는 말도 안 된다. 다 나갑시다. 이게 무슨 토론회냐

김봉균 전 공주시 농민회장이 이창선 의원의 발언을 막아섰다. "왜 토론회를 방해하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일부 책상이 밀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반대 측 주민과 찬성 측 주민 간 고성이 터져 나왔다. 상대의 신상까지 공개하면서 난장판이 됐다.

이날 상황은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토론회장 앞에서 '공주보 해체반대 공주시민 총궐기대회'를 열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투쟁위는 토론회가 열리는 공주 한옥마을 앞에 수십장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은 '실개천 금강야경 관광도시 웬말이냐!'라고 쓴 붉은 현수막 아래에서 앰프를 크게 틀어놓고 집회를 열었다. 지역 관변단체장과 자유한국당 세종시 송아영 위원장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소속 공주시의회 이창선, 이맹석, 박기영, 김경수 등 의원들이 참석했다.

윤응진 투쟁위 사무국장은 "공주시의회에서 결의했음에도 공주시청은 토론회를 그대로 강행한다"면서 "민심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행위를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이냐,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공주보를 해체한다면 우리는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재룡 농업경영인 수석부회장은 무대로 올라가 "이명박 대통령이 시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1000억 원을 들여서 공주보를 지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7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부순다고 한다"면서 "공주보는 시가 발전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발언이 이어지는 중간에 사회자는 이렇게 구호를 외쳤다.

흘려보낸 금강 물은 공주시민 눈물이다

실개천 금강야경 관광도시 웬말이냐

금강보 지키기 충청연대, 세종보살리기 시민연대 대표 발언과 박기영 공주시의회 의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본 한 공주시 공무원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아서 시민의 뜻을 마련하자는 의미로 전문가 토론회를 준비했다"면서 "반대 측에서 갑자기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뒤 이 자리에서 집회를 한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사곡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김봉균 전 농민회장은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보나 댐을 짓는 목적은 첫째 전기, 그 다음으로 식수, 홍수, 가뭄 대책 등이다. 공주 식수는 대청댐에서 해결하니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보를 막아 물을 채워놓고 홍수를 대비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농사를 위한 가뭄 대책으로 보 필요할까? 공주보는 농업용수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공주보 생기기 전부터 농사를 짓는데 문제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보가 생기면서 세굴 현상이 발생하고 천문학적인 유지 관리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고 하던데 하루 빨리 보 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350분께 끝이 났다. 토론회 시작하기 전 집회 때 만난 5명의 농민들은 모두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고 되돌아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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