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6.26 16:08
  • 호수 9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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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만약에<약부若夫> 임금이 똑똑치 못하여 능력이 중간정도 쯤이라면<중재지주中材之主>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재상으로 삼아야 나라가 잘 다스려질 것이고<상득기인즉치相得其人則治>,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재상으로 삼지 못한다면 나라는 어지러워질 것이다<부득기인즉난不得其人則亂>.

이 말은 삼봉 정도전이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재상연표宰相年表에서 한 말이다. 공자이후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사람의 기준을 꼽는다면 단 하나의 기준이 존재한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곧 그에 해당되는 기준이다. 공자孔子10대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되는 공부하는 순서를 말한 적이 있는데 논어 학이편’ 5문장이 유일이다.

공자는 말한다<공자왈孔子曰>. “집안에서는 효를 할 것이며<제자입즉효弟子入卽孝>, 집 밖에서는 공손할 것이며<출즉제出卽弟>, 몸가짐은 삼가고 말은 믿음이 가게 할 것이며<근이신謹而信>,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범애중汎愛衆>. 인한 자를 가까이 할 것이며<이친인而親仁> 이 모든 것을 실천하고도 힘이 남는다면<행유여력行有餘力> 그때는 공부를 해야 한다<즉이학문卽以學文>”

공자가 말하는 공부하는 순서란 곧 첫째 효도, 둘째 공손, 셋째 말과 행동의 바름, 넷째 사람을 사랑함, 다섯째 선한 사람들과 교류, 이런 것들을 다 실천한 다음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옛날에는 공부의 시작이 사람의 성품을 먼저 다듬어놓고 글 공부를 한 반면<위기지학爲己之學> 지금은 사람 됨됨이야 어찌됐건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더라고 우선 공부만 잘 하면 장땡인 시대가 됐다<위인지학爲人之學>.

논어論語 헌문憲問의 지적은 그래서 더욱더 뼈아프게 들리는 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자신의 수신을 위해 공부했지만 오늘날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공부한다<고지학자古之學者 위기爲己 금지학자今之學者 위인爲人>. 그 결과는 참혹했다. 공부를 잘 했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안하무인격인 경우가 많다. 결국 우리 사회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닌, 내가 더 잘나 보겠다는 심사로 공부를 위해 사는 사람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내가 저 사람보다는 더 잘 산다는 등가성 법칙이 성립된다는 것을 우리가 처한 현실이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차가운 얼음과 뜨거운 숯불은 절대로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인식만 더 깊이 각인될 뿐이다.

그럼에도 율곡은 공부를 안 하려면 모를까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우선 뜻을 세우라고 한다.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초학初學> 모름지기 먼저 뜻부터 세우되<선수립지先須立志> 반드시 성인으로 기준을 삼나니<필이성인자기必以聖人自期> 만에 하나라도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물러서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불가유일호자소퇴탁지념不可有一毫自小退託之念.격몽요결擊蒙要訣 입지장立志章>. 여기서 말하는 공부생들이 기준을 삼아야 하는 정도의 성인聖人이란 성인공자聖人孔子. 아성맹자亞聖孟子. 차성순자次聖荀子. 종성증자宗聖曾子. 모성귀곡자謨聖鬼谷子를 비롯한 강호제위 현자賢者를 말한다. 공자는 2인자 곧 재상을 목표로 공부한 사람이고. 맹자는 군주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기 위해 공부한 사람이고, 순자는 관료와 벼슬아치를 교육하는 스승이 되기 위해 공부한 사람이고. 증자는 자신이 받은 가정교육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공부한 사람이고, 귀곡자는 나라를 세우는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공부한 사람이다. 귀곡자는 지지확초정遲至確初程이라 했다. 다소 늦게 가더라도 첫길이 명확해야 한다는 말로 완곡히 표현한다면 속도보다 방향이 될 것이다. 이 말은 대학연의를 쓴 진덕수의 좌우서라고도 전해지는데 젊은 날 10대의 진덕수가 뜻을 세워 공부 할 때 구습舊習을 물리치면서 다짐했던 말이라 전한다. 율곡은 격몽요결擊蒙要訣 혁구습장革舊習章에서 구습의 병폐를 말하길 옛날의 습관이<구습舊習> 공부하려는 뜻을 막아 패망에 이르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유이저패지야有以沮敗之也>. 나쁜 습관을 버라라는 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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