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7.03 20:33
  • 호수 9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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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고통은 장벽이 아니라 통로다

공자는 20세에 창고를 관리하는 위리委吏라는 직위에 등용된 것을 이십등과직위리二十登科職委吏라 하고 공자께서 주유철환 도중 1년쯤 뒤 57세가 넘어서야 김치를 먹은 것을 여불위는 자신의 책 여씨춘추呂氏春秋우합遇合편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이때 공자는 주나라 문왕을 크게 존경하던 터라 어느 마을에 이르러 촌로들로부터 주나라 문왕께서 김치<창포저昌蒲菹>를 매우 좋아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공자께서는 얼굴을 찡그려가며 김치를 드셨는데 3년이 지나서야 익숙해지셨다<문왕기창포저文王嗜昌蒲菹 공자문이복지孔子聞而服之 축알이식지縮頞而食之 삼년연후三年然後 승지勝之>”

훗날 이 두 사건은 공부하는 선비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다. 이십등과직위리二十登科職委吏는 공부를 했으면 최소한 20세 전후에는 등과를 해야 한다는 말로 굳어졌고 김치를 먹는다는 창포저昌蒲菹는 공부하는 선비가 중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는 말이다.

당시 김치는 생선을 넣어 담가 비린내가 심했다. ‘수자부족여모竪子不足與謀라 하여 <김치도 못 먹어> 젖비린내 나는 아이하고는 함께 일을 꾀할 수 없다는 말의 비조가 저취菹臭.

이 말은 쉽게 말한다면 침하계오상계侵下戒傲上戒의 시작인 셈이다. 위가 아래를 업신여기는 것은 침하侵下요 아래가 위를 깔보고 들이대는 것은 오상傲上이다. 이를 경계하라는 말인데 위아래의 경계를 나누는 음식이 곧 김치라는 말이다. 당시 어린이는 김치를 냄새가 심해서 먹기가 곤란했다 한다. 곧 김치도 먹을 줄 모르는 자가, 즉 어려서 벼슬한 자는 나이든 아랫사람을 업신여기게 되고<소과자침하少科者侵下> 너무 나이 들어 벼슬한 자는 나이 어린 상사<김치도 먹을 줄 모르는>를 깔보게 된다<중과자오상重過者傲上>. 맹자는 이를 에둘러 꾸짓는데 진예자進銳者 기퇴속其退速이라 했다. 출세가 빠르면 그만큼 물러남도 빠르다는 말이다. 이 모두가 겸손보다는 교만이 앞선 탓이다. ‘만초손겸수익滿招損謙受益이라고 명심보감 안분편에 나오는 말로 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받는다는 말이다. 원출전은 시경이다.

소학에 가문이 멸절하는 세 가지 불행이라는 정이천의 가르침 가멸삼불행家滅三不幸이 있다. 어려서 출세하는 것이 그 제일 불행이고<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 一不幸> 부모 빽으로 출세하는 것이 그 제이 불행이고<석부형제지세席父兄弟之勢> 모든 면에서 똑똑한 것이 그 제삼불행이다<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

누구 입에서 처음 시작됐는지는 모르나 소년등과부득호사少年登科不得好死라 했다. 소년 시절에 과거에 합격하면 좋게 죽지 못한다 했던가. 정조1417세의 황사영은<정약용 조카사위> 사마시 곧 진사시에 합격을 한다. 이에 정조는 그의 손을 손수 잡으시며 20세가 되거든 나를 찾아 오너라며 아꼈다 한다. 세조316세에 무과에 급제한 남이는 26세에 병조판서<세조13>가 된다. 역사는 이들이 제명을 지켰다고 기록하지 않는다. 물론 공과는 사가의 몫이지만, 너무 일찍 등과한 역사인물의 반면교사라 할 수 있다.

배움에 부지런한 자는 가난이 오지 않으며<근학불래기勤學不來饑> 배움에 명운을 건 자는 반드시 뜻을 이룬다<명학필성지命學必成志>. 누가 감히 배움도 없이 세상에 나갈 수 있겠는가<수감출사불유학雖敢出仕不由學>.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만이 배움도 없이 세상에 나아갈 뿐이다<몽양자불학출호이懞養者不學出戶耳. 안축安軸근재謹齋集卷1>.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류수불부流水不腐> 문의 경첩은 좀먹지 않는다<호추불두戶樞不蠹. 여씨춘추呂氏春秋> TV 앞에서 멍하니 앉아서 하루의 피곤을 보상받으며 위로 받으려 하지 말고 이를 악물고서라도 공부하라. 뭐가 될 놈 들은<하위자何爲者> 잘 알고 있다<선지이善知已>. 인간은 본래 게으름뱅이이기 때문에<본성태本性怠> 내버려 두면 점점 더 게을러진다는 사실을 말이다<방우사放尤事<어떤 본에는 게으를 라>. 15세의 주원장이 공부를 태만히 하려 할 때마다 그의 여친<훗날 황제 비 마각태후>이 치를 떨며 소리쳤다는 말이 있다. “공부의 고통은 장벽이 아니라 통로다<학고비벽로學苦非壁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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