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어려서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은 죄
■ 송우영의 고전산책-어려서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은 죄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7.10 11:01
  • 호수 9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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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는 것은 듣는 것만 못하고<불문불약문지不聞不若聞之> 듣는 것은 보는 것만 못하며<문지불약견지聞之不若見之> 보는 것은 아는 것만 못하고<견지불약지지見之不若知之> 아는 것은 행하는 것만 못하다<지지불약행지知之不若行之>.”

순자荀子 유효儒效에 나오는 이 말을 한학자 모로하시는 중국 고전 명언 사전 726쪽에서 이렇게 풀었다.

듣지 않는 것보다 듣는 것이 낫고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나으며 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나으며 아는 것보다는 실천하는 것이 더 낫다.”결국 공부의 마침은 앎에 대한 생활 속에 실천이라는 말이다. 이런 실천적 지식을 순자는 라고 못 박는다. 공부는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가<학오호시오호종學惡乎始惡乎終> 그 순서를 말한다면<왈기수즉曰其數則>. 경전을 외우는 데서 시작하여<시호송경始乎誦經예를 읽는 데서 끝난다<종호독례終乎讀禮>. 그 목표는 선비가 되는 데서 시작하여<기의즉시호위사其義則始乎爲士성현이 되는 것으로 마친다<종호위성인終乎爲聖人> 순자荀子권학勸學>.

바꿔 말하면 공부한 자는 무례하지 않다는 말이다. 강호에는 오로지 공부만으로 인생을 반전시킨 인물이 하늘의 별처럼 많다. 조선시대는 신분제도가 지엄하여 저쪽? 신분 자식으로 태어나는 순간 형벌이다. 그만큼 반전인생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맘만 먹으면 그까짓 인생 하나쯤 반전시키는 거 그거 어려운 일도 아니다. 공부만 잘하면 그 인생은 그야말로 대박난거다. 문제는 요즘 자녀들은 조선시대의 저쪽? 신분의 자녀들 같지 않게 공부 하는 걸 싫어하는 데 있다. 공부가 싫다는데 뭘 더 말하랴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자녀에게 죽어도 싫다는 공부를 죽어라 시키는 것은 공부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서 불가촉천민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단 세 가지가 유일이다. 역모를 고변하던가. 반란, 반정에 공이 있던가. 끝으로 어마무시하게 공부를 많이 했던가.

여기에 부합하는 인물이 크게 셋 있다.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는 노비종모법에 의한 얼자출신의 유자광이 그 중 한 예요. 오늘날 광주 금남로가 그의 군호 금남군을 따서 지었다는 종의 자식 정충신이 그중 한 예요. 조선시대 통 털어 퇴계 다음으로 책을 많이 읽었다는 간서치 이덕무가 그중 한 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태종이 만들었다는 조선노비법에 명문화되어있는 에미가 노비면 그 자식은 어떠한 공이 있다한들 종오품 벼슬의 품계를 넘을 수 없다는 조선 법을 뛰어넘은 입지전적 사내들이다. 물론 역사의 공과를 차제하고서 말이다. 이항복은 일생을 걸쳐 누굴 가르쳐본 적이 없는데 오직 한명 정충신 만은 가르쳤다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이항복 대감께 공부를 배우지 못할 만큼의 못난 사내라면 차라리 죽겠다. 이런 의지가 당시 병조판서의 자리에 있던 이항복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기문총화奇聞叢話>.

도대체 공부가 뭐길래 17세 소년이 이토록 목숨 걸고 덤빈단 말인가. 사람은 흙수저가 됐든 금수저가 됐든 지위고하 누굴 무론하고 공부한 만큼 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잘 뒀다거나 아니면 뒷배를 든든히 둬서 더러는 부하거나 높은 자리에 이르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주역 전에 이렇게 말한다<역전불운호易傳不云乎>. “몸이 높은 벼슬자리에 있으면서<거상위居上位> 실력이 없는 자들은<미득기실未得其實> 이름이 알려지는 것만 좋아하고<이희기위명자以喜其爲名者> 행동은 반드시 사치하고 교만해지니<필이교사위행必以驕奢爲行> 곧 나쁜 일이 따르게 된다<즉흉종지則凶從之>”

제나라 선비 안촉顔斶이 제나라 선왕과 그 신하들에게 한 말이다. 나라 시인詩人 황정견黃庭堅의 말은 더 뼈아프게 닿는다. “젊은 날 공부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기회가 와도 공부 안한 탓에 기회를 잃게 된다<시고무기소학이장구래기불비자삭是故無其少學而長求來其不備者削>.”

주자는 말년에 자신이 살면서 크게 후회한 게 댓 개쯤 되는데 그중 하나가<여회기일予悔其一> 어려서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은 소불근학죄少不勤學罪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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