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을 열자
마음의 문을 열자
  • 최현옥
  • 승인 2003.11.14 00:00
  • 호수 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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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 대한 자동사 같은 그의 몸짓 청소년들의 길라잡이가 된다.
“상담실로 따라와”
금방이라도 문을 열면 교사의 불호령이 쏟아질 것 같은 상담실. 숨을 죽이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문을 열은 장항공업고등학교 상담실은 더 이상 문제가 있는 학생들의 단골집이라는 편견을 벗게 만든다. 그곳은 신뢰를 바탕으로 배려가 긷든 열린 공간이다. 진로, 교우, 가정, 학교폭력 등 그동안 청소년 상담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홍성욱(40) 교사가 청소년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저 역시 청소년기 가정 문제를 비롯해 고민을 많이 안고 살았지만 사실 해결할 곳은 친구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청소년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상담실에 대한 편견부터 없애고 자신이 겪었던 과오를 지금의 청소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장 할 청소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홍 교사. 그는 자청해 청소년 상담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교단에 섰을 당시 배회하는 청소년을 지도하려 했지만 상담 요령을 비롯해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결국 학생의 손을 끝까지 잡아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못내 가슴이 아프다”는 홍 교사는 현재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과거 청소년들을 돕지 못해 갈등하던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상담의 필요성에 대한 자동사 같은 그의 일상들. 몸으로 상담의 필요성을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는 그에게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는 듯하다.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상담을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사실 상담교사가 상담실에 항상 배치 되야 하거든요.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퇴보하고 있습니다. 정말 상황이 열악합니다”
말을 아끼면서도 날로 다양해지고 심각해지는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어도 한 학교에 상담 전담상담교사가 배치돼야 함을 강조하는 홍 교사.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상담실 설치조차 전무한 상황이며 상담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공문서 정리로만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리고 그 역시 학과 시간에 쫓기고 있어 좀더 다양하고 적극 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다.
“전 크리스찬이거든요. 그래서 목사님과 학부모들에게 부탁해 자원봉사로 상담을 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서천군 청소년 상담실을 비롯해 성 관련 문제는 보건실과 연계해 성 교육이나 사고 발생시 조치 등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이 많아 결손가정 학생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학기초 적성검사를 시작으로 계획 하에 하루에 적어도 한명의 학생과 상담을 전개하는 그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담실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상담분야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올해 도교육청에서 상담실 운영 우수학교로 지정되는 영광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는 화재 방지 관련 문구처럼 인터뷰가 이뤄지는 동안 상담에 대한 중요성을 끝없이 강조하는 그는 사실 사이버 상담의 선두주자이다.
97년 일선에서 느낀 상담의 중요성 때문에 우석대 교육학과 상담심리를 입학했으며 그 당시 청소년들과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인 인터넷으로 상담실을 운영, 좋은 성과를 얻었다.
“지금은 사이버 상담실이 대중화돼 누구나 쉽게 듣는 용어가 됐지만 그 당시만 해도 교수들도 생소해 천대할 정도였다”는 홍 교사는 집념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청소년 사이버 상담의 가능성 탐색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고 신지인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그 결과 타지역 일선 학교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청소년 상담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제시와 매체를 제공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청소년 문제, 사실 어른들의 상상을 넘어서 일어납니다. 임신을 했다며 아이를 낳아야 할지 낙태를 해야할지를 문의하는 것을 비롯해 친구의 약물 복용에 대한 급박한 상담요청 등 여러 가지 다양합니다”
사이버 상에 들어온 한가지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주일 이상 고민한 적도 있다는 그는 사이버 상담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고민스럽기도 했다. 홍 교사는 현재 사이버 상담실의 대중화로 학교 상담을 더 주력하고 있다.
“청소년들과 상담하며 어쩔 때는 홀로 벽을 두드리고 있는 느낌에 절망스럽기도 해요.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에 나도 상담을 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청소년 문제는 현재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과감해져 앞으로 상담의 중요성은 더욱 요구됩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청소년 상담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반면 시설을 비롯해 교사 배치 등은 퇴보하고 있다는 홍 교사는 일선학교에서 청소년 문제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때가지 뛰고 싶다.
“상담은 사실 한쪽에서만 이뤄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가족상담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아쉬울 따름이죠”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상담실을 찾아오는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을 보며 앞으로 갈길이 험하고 먼 것을 예감하지만 끈을 놓지 않을 것을 말하는 홍 교사. 홈페이지 주소(www.labbi.pe.kr)처럼 청소년 문제에 있어 ‘랍비’가 되고 싶은 그는 앞으로 교육센터나 청소년 쉼터를 운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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