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채취로 기금마련, 마을 연금제도 시행하는 만수동어촌계
바지락 채취로 기금마련, 마을 연금제도 시행하는 만수동어촌계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19.08.22 10:13
  • 호수 9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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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원산도 잇는 다리 공사로 갯벌환경 변화

매년 1200㎡ 모래 살포로 바지락 양식장 유지

 

▲만수동 마을 항공사진
▲만수동 마을 항공사진

 

▲전제능 만수동 어촌계장
▲전제능 만수동 어촌계장

서해 갯벌과 접해 있는 마을에는 으레 어촌계가 있다. 많은 어촌계 중에서 어촌계원들이 채취한 바지락의 30%를 기금으로 적립한 다음 8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연 30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태안군 안면도에 있는 만수동어촌계이다. 지난 88일 안면도 남단에 위치한 태안군 고남면 고남7리 만수동 마을을 찾았다.

안면도 남쪽 끝 영목항 바로 서쪽에 위치한 만수동 마을은 남쪽의 원산도와 서쪽의 고대도, 장고도 등의 섬으로 둘러싸여 밀물 때면 호수에 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전제능 만수동 어촌계장(1962년생)을 만나 80세 이상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수동 어촌계 운영과 갯벌 환경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 마을 주민수와 어촌계원은 몇 명이나 됩니까? 바지락을 잡는 갯벌 면적이 얼마나 됩니까?

= 마을이 56호에요. 인구 수는 125명에서 128명으로 왔다 갔다 해요. 어촌계원은 96명이고 나머지는 학생이라고 보면 돼요. 바지락 양식장이 마을양식장과 공동양식장 두 군데로 구별이 되어 있어요. 마을 양식장에서는 기존의 어촌계원인 43명만이 채취를 하고, 공동양식장에는 어촌계원, 준계원(최근에 마을로 들어온 젊은 귀어인) 할 것이 없이 모두 96명이 채취를 해요. 이 공동양식장은 10개 어촌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공동양식장에서 수익은 많이 발생해요. 공동양식장은 마을양식장 인근에 있어요. 배를 타고 2, 3분이면 갈 수 있어요. 공동양식장은 면적이 120ha 정도 돼요. 그리고 마을양식장은 31ha에요. 이 중 1ha는 펜션을 운영하는 어촌계원 6명이 있는데 펜션을 찾는 관광객에게만 개방을 합니다. 매년 갯벌 휴식년제를 도입했거든요. 마을 앞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 진입로가 나 있어요. 그래서 마을양식장도 올해는 우측에서 작업을 하면 내년에는 좌측에서 작업을 하려고 해요. 그래야 바지락을 크게 키울 수 있죠.

▲만수동 마을 앞 갯벌
▲만수동 마을 앞 갯벌

- 마을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습니까?

= 우리 부모 세대인 70, 80대가 마을양식장을 다 만들어 놓은 거예요. 돌을 지게에 실어 다가 굴 양식장, 바지락 양식장을 만들었어요. 그랬는데 지금 세대들은 호미나 바구니만 가지고 가면 캘 수 있지만 사실은 부모 세대가 만든 양식장이거든요. 그래서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마을연금제도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156월에 대의원회의를 열었을 때 12월까지 6개월만 한번 (시행을) 해보고 수익이 나는지를 보고 결정을 하자고 했어요. 만약 손해가 나면 계속하지도 않고 손해가 나는 만큼 내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더니 대의원 전부가 찬성을 하더라고요.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 그럼 마을에서 시행하는 마을연금제도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연금제도에 해당하는 분들은 80세가 넘으신 노인 분들, 중증환자, 장애인들이 해당이 되요. 이 제도는 바지락을 공동생산을 하고 공동판매를 해서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자는 거예요. 공동양식장에서 나온 것은 개인 것이고, 마을양식장에서만 캐는 바지락만을 가지고 나누는데 캐는 작업이 끝나면 하루 전체 생산량 중에서 먼저 어촌계 운영비로 5퍼센트를 떼고, 생산량의 30퍼센트를 나누어 받는 사람 수와 금액은 얼마인지를 채취가 끝난 지 2시간 안에 해당자들에게 핸드폰 문자로 보내줘요. 평상시에 바지락을 캐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단합대회나 병원에 갔다던가, 다른 일로 만약 작업을 하지 못할 사유만 있으면 그분들에게도 공동생산량의 30퍼센트를 가지고 모두 나누어 줍니다.

▲바지락을 채위하는 만수동 어촌계원들
▲바지락을 채위하는 만수동 어촌계원들

- 주민들의 수익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 실제로 6개월을 해보니까 바지락을 캐는 작업자가 1인당 180만원이 소득이 더 생긴 거예요. 일단 바지락 큰 것만 캐서 팔았어요. 그리고 수협과 군을 통해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길을 텄어요. 바지락이 작으면 수출이 안되잖아요. 중간 상인을 끼고 해서 수출을 했어요. 1톤부터 시작을 해서 인근 어촌계까지 같이 큰 것만을 맞추어서 수출을 한 거예요. 연금제도를 하기 전에는 작은 바지락까지 포함되다 보니까 1kg2200원 또는 2300원을 받았어요. 근데 바지락 큰 것만 수출하다보니까 4월부터 6월까지 1kg3700원을 받았어요. 1kg1500원을 더 받은 것이죠. 요즘에는 여름철이다 보니까 바지락 속이 덜 차서 1kg2700, 2800원에 팔아요. 아무튼 예전과 같은 양을 캔다 하더라도 다른 어촌계보다 단가로 보면 1500원을 더 받습니다. 공동양식장과 마을양식장 전체에서 바지락을 잘 캐는 사람은 1년 동안에 6000만원까지 수입이 되죠. 저는 이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6개월마다 한 번씩 수익 결산을 내서 어촌계원들에게 공개를 하는데 2016년도 회의에서도 ppt로 만들어 보여줬죠. 예전처럼 6개월 동안 조업 일수가 62일로 똑 같았는데 통장으로 들어온 수입이 오히려 180만원 늘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죠. 그랬더니 마을연금제도를 반대하는 어촌계원들이 없더라고요. 마을양식장에서 바지락을 캔 작업자가 얻은 수입이 2018년에 1인당 16001700만원이었어요. 올해는 온도가 이 정도로만 유지된다면 19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2018년에 비작업자의 수입은 연간 300만원 정도 됐어요. 2년반 동안 연금제도를 했는데 이제는 정착되었어요.

- 마을연금제도를 시행하고 나서 마을에서 달라진 점이 무엇입니까?

= 마을연금제도를 하다 보니까 일찍 갯벌에 내려가서 불가사리를 줍는 할머니도 있고,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할 것 없이 어장(갯벌)을 스스로 깨끗이 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하고 나이 드신 분들 간에 갈등이 없어졌어요.

▲안면도 남단 영목항과 원산도를 잇는 다리. 5년 전 교각을 설치하면서부터 만수동 갯벌에 뻘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안면도 남단 영목항과 원산도를 잇는 다리. 5년 전 교각을 설치하면서부터 만수동 갯벌에 뻘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마을양식장의 갯벌 상태가 어떻습니까?

= 보령하고 안면도 사이가 불과 2.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연육교를 놓는다고 큰 교각을 수십 개 박아 봐서 유속이 그만큼 느려졌어요. 그래서 펄 성분의 갯벌이 많이 유입됐어요. 금년에는 자율관리사업비 4000만원 하고, 환경개선사업비 5000만원 해서 전체 9000만원을 모래를 구입해 모래 1200루베를 뿌리는 데 썼어요. 25톤 트럭으로 70대 분량입니다. 금년에 사용한 모래는 천수만에서 준설한 것이에요. 그저께(2일전에) 모래를 뿌리고 했어요. 모래를 살포하기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펄이 쌓이기 시작한 것은 4, 5년이 됐고요. 그 전에는 여기가 다 모래밭이었는데 교각이 들어서면서 인근 어촌계까지 다 피해를 입고 있어요. 펄이 많아지다 보니까 쏙이 많이 생겨요.

- 공동양식장은 펄이 쌓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면적은 얼마나 되고, 바지락을 캐는 분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 공동양식장에는 펄이 쌓이는 문제가 덜해요. 육지에 접해 있지 않고 바다 가운데 있기 때문이죠. 공동양식장은 바닷물이 빠져야 드러나고, 1200여명이 작업을 할 수 있어요. 바지락 채취 허가가 난 지역이 120ha인데 허가 나지 않은 지역까지 합하면 200ha가 될 거에요. 그런데 200ha 모두에서 바지락을 잡고 있죠. 어촌계별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다 캘 수가 있어요. 그런데 공동양식장이 4군데의 풀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어촌계장님들이 회의를 해서 매일 4군데를 하나씩 돌아가면서 작업을 해요. 한 사리(15)4일 정도 작업을 해요. 그런데도 바지락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요.

▲뻘이 쌓여있는 바지락 양식장
▲뻘이 쌓여있는 바지락 양식장

안면도-원산도-대천항을 잇는 연육교와 해저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안면도와 원산도 사이를 다리로 이으면서 만수동 마을의 바다환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각이 조류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유속이 느려져 대대로 이어온 바지락 밭에 진펄이 쌓이기 시작해 바지락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리를 놓는다고 해서 모두들 갯벌 환경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땅 가진 사람들도 있어 대놓고 반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간 1200의 모래를 외지에서 가져와 갯벌에 퍼부어 바지락 생산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은 아니다. 충남도에서는 안면도와 대천항을 연결함으로써 관광벨트를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노동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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