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뉴스서천
  • 승인 2019.08.29 11:00
  • 호수 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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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목말라도 도천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으며

아무리 더워도 나쁜 나무의 그늘에서 쉬지 않으리

위나라 영공의 아들은 괴외인데 아들을 남겨둔 채 국외로 추방됐다. 몇 년 후 위령공이 죽자 영공의 손자는 아버지 괴외를 모셔와 왕위를 잇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아버지 뒤를 이어 왕이 됐는데 출공出公이 그다.

당시 공자 나이 51세로 노나라 정공定公이 공자를 중도재(서울시장 정도의 위치)를 삼아 나라가 날로 발전하였다. 이를 부러워한 위나라 영공의 손자 출공은 공자를 국무총리격인 재상으로 모시려고 자로와 자공에게 줄을 대고 있는 상황 중에 대화다<司馬遷 史記 孔子世家篇>

 

자로가 묻는다.<자로왈子路曰>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께 정치를 맡긴다면<위군대자이위정衛君待子而爲政> 선생님은 무엇을 먼저 하실 건가요?<자장해선子將奚先공자 답<자왈子曰누구든 이름값 하도록 바로 잡겠다.<필야정명호必也正名乎자로가 묻기를,<자로왈子路曰. 그렇습니까.<유시재有是哉> 선생님은 세상 물정에 어두우신데<자지우야子之迂也> 어떻게 이름값 하도록 바로 잡는 단 말입니까?<해기정奚其正공자가 답하기를,<자왈子曰자로야, 너는 공부가 모자라구나.<야재유야野哉由也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군자어기소부지君子於其所不知> 말하지 않는 법이다.<개궐여야蓋闕如也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사납게 된다.<명부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논어자로13-3>”

여기서 유명한 정명언순正名言順이라는 고사가 나왔다. “사람이 제 할일을 제대로 못하면 말이 사나워 진다는 말인데 이 말을 자녀공부에 대입시켜 불학태자행야언不學怠子野行言으로 풀어 쓴 이가 육기의 아버지 오나라 총참모총장 육항이다. 공부하지 않으면서<불학不學> 게으르기까지 한 자녀는<태자怠子> 몸짓과 말투가 거칠다.<야행언野行言> 넷째아들 육기가 어린 시절 공부를 안 하고 하루 종일 잠을 자면서 허송세월을 할 때 보다 못한 부모가 공부하라며 꾸지람 하면 며칠은 들은 척 하다가 공부 게을리 하기를 반복한다. 이때 아버지 육항은 그의 아버지 오나라 마지막 명장 육손의 유언 자식이 공부하지 않으면 가문은 멸절된다불학가멸不學家滅을 떠올린다.

잊지마라.<불망不忘> 자녀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자불학이이子不學耳而> 부모는 죽기 하루전날까지<終身前一日> 그 자녀 먹여 살리느라<기유식생자其由食生子>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고생을 해야 한다<주야불비고晝夜不備苦>”

그쯤 되면<지우至于> 그 가문은 끝났다.<불학가멸不學家滅> 가문이 망할 때는 3대에 이르면 망하는 게 고래로 하늘이 내려준 세상의 이치다. 아무리 부자요 그보다 더한 훌륭한 가문도 3대를 존속시키기란 쉽지 않다. 아버지가 죽을 고생을 해서 가문을 일으킨 것을 아들이 봤기 때문에 2대까지는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 줄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 아들은 함부로 인생을 막 살지 않는다<湖巖集 卷七> 그러나 삼대째 가면 날 때부터 금수저이기 때문에 고생이 뭔지 모르고 으리으리한 부모 뒷배 믿고 마치 임강의 사슴<임강지미臨江之麋 유종원柳宗元>처럼 막 살아도 누구 하나 끽소리 못하고 저들이 도리어 굽실거린다.

그렇게 삼대째 이르면 할아버지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그 후광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그분들 다 돌아가시면 그때부터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오나라 맹장 육손, 그의 아들 오나라 참모총장 육항. 그의 네 아들 중 넷째가 육기. 아버지 육항은 이점을 염려한 것이다. 있는 것들은 지키기 위해서 못할 짓도 없다만 가장 깨끗한 방법이 자녀가 공부를 잘 해주는 것이다. 육기가 이때 정신을 차리는데 그의 나이 14세다.<삼국지 정사 육손전陸遜傳> 그가 아버지에게 다시는 공부에 게으르지 않겠노라며 대련對聯으로 다짐의 글을 쓰는데 훗날 맹호행猛虎行 1연으로 회자되는 글이다.

아무리 목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으며<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아무리 더워도 나쁜 나무의 그늘에서 쉬지 않으리<열불식악목음熱不息惡木陰. 문선文選>”

원전은 좌씨전左氏傳을 매우 숭상했다는 전한前漢 때의 경학자經學者 전국책戰國策을 쓴 유향劉向 설원說苑 담총談叢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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